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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도시

임욱영 한국노총 정책1본부 국장

등록일 2022년02월07일 15시1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기업과 공장이 사라진 도시

 

시대가 변하고 산업의 흥망성쇠에 따라 기업이 떠나면 내가 지금 딛고 있는 이곳이 실직도시가 될 수도 있다. <실직도시>는 저자인 방준호 기자가 2019년 7월 《한겨레21》 커버 기사 〈공장이 떠난 도시 군산〉을 바탕으로, 이후의 변화와 저자의 소회까지 담아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열한장의 이야기 중 앞부분은 군산이 제조업 도시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찬찬히 다루고 있으며, 뒷부분은 도시에서 공장이 떠나고 그 후 남겨진 도시의 사람과 풍경을 살피고 있다. 이 책은 오랜 시간 쌓아 온 질서가 해체된 도시와 공장의 실직자, 그리고 토박이들의 이야기이다. 세계 금융 위기로 GM이 북미에 있는 47개 공장 가운데 13개 공장을 폐쇄하고 있던 때에도 살아남은 한국GM 군산 공장은 그렇게 계속 생존할 수 있으리라 여겨졌다. 하지만 2018년 5월 한국GM 군산 공장은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공장 폐쇄와 실직은 벼락처럼 던져졌고, 2008년 미국 노동자의 불행이 그들의 일이었던 것처럼, 2018년 한국 군산 노동자의 불행은 또한 그들만의 일이 되었다.

 

흩어진 사람들과 남겨진 희망

 

사람이 모여 일하는 제조업의 특성상 ‘그날’ 공장 폐쇄 이후 도시의 사람들은 가족을, 직원을, 동료를 잃었다. 공장이 문을 닫고 사람은 군산을 떠났다. 2016년 27만 7,551명이었던 인구는 2020년에 이르면 26만 7,000명까지 줄어든다. 누군가는 전환배치를 받아 다른 지역으로 떠났고, 전업주부는 일자리를 구했으며, 평생 직장에 출퇴근만 하던 퇴직자는 그토록 하기 싫었던 자영업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업과 공장이 떠났다고 멈춰 있을 수는 없다. 2021년 2월에는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된 위기를 딛고 중견·벤처기업들이 힘을 모아 만든 ‘전북 군산형 일자리 사업’이 정부 상생형 지역 일자리에 최종 선정됐다. 대기업이 포함되지 않은 이 모델은 여러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으며 아직 눈에 띄는 성과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나아지길 기대해볼 수 있으리라.

 

이 책을 쓴 기자의 말처럼 믿었던 공간의 질서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저 세상의 변화 때문에 무너질 때 사람은 어떻게 슬퍼하고 또 무엇으로 위로받는지, 우리는 어떻게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이런 글들이 더 많아지고 더 많이 읽혀졌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가 비록 당장은 내게 와닿지 않더라도 우리는 알고 읽고 함께 느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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