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무급 휴직, 고용유지지윈금, 희망퇴직, 정리해고, 폐업> 고용위기에 직면한 항공산업 전반을 나타내는 말이다. 항공산업은 전례 없는 코로나19사태 장기화로 절체절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난국을 극복하고자 대한항공노조를 필두로 2020년 5월 전국항공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항공노련)이 설립됐으며 6월 한국노총에 가입을 신청했다.
그리고 10월 제22차 한국노총 중앙위원회를 통해 회원조합 가입이 의결되면서 항공노련은 한국노총 회원조합으로서 정식 인준되었다. 이에 새해를 맞아 항공노련의 현황과 항공업계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방향을 듣고자 항공노련 최대영 위원장과의 만남을 가졌다.
■ 2009년 건설산업노조 이후 11년 만에 회원조합 인준이 이뤄졌습니다. 소감이 남다를 거 같은데요.
- 예. 우선 항공산업 위기 돌파를 위해 항공노련 건설에 여러모로 힘써주신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님을 비롯한 집행부와 회원조합 대표자, 노총 시도지역본부 의장, 그리고 조합원 동지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일일이 찾아뵙기도 하고 사무실 개소를 통해 인사드리려고 했지만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고자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감사를 대신 전달함을 양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회원조합 인준에 대한 기쁨이 왜 없겠냐마는 그보다 항공업계에 불어닥친 고용위기를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앞섭니다.
■ 항공업계 위기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우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큰 이슈로 떠올랐는데 상황이 어떤지요.
- 최근 대한항공에 대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되고 이번에 유상증자를 위한 정관변경이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가시권에 들어왔습니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불안 문제가 제기됐는데요. 그래서 저는 대한항공 우기홍 사장과 간담회를 가졌고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확답을 받았습니다. 이번 합병에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이 전제된다면 항공업계는 더욱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거라고 봅니다.
■ 전반적인 항공산업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비행기 이착륙에는 조종사, 승무원, 정비, 지상조업, 협력업체 등 수많은 노동을 필요로 합니다. 항공업 노동자들의 상황은 어떤지요.
- 2019년 인천공항 이용객이 7,117만 명 정도 됐었습니다. 그런데 2020년 이용 승객은 겨우 1,205만 명으로 나왔어요. 이건 1년 사이 무려 83.1%나 감소한 수치입니다. 그로 인해 이스타항공은 지난 연말 605명이 정리해고되는 파국을 맞았습니다. 비행기가 뜨지 않으니 지상조업사와 관련 협력업체도 무급휴직, 희망퇴직, 권고사직을 강요받는 게 현실입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노사만의 협력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총연맹 차원에서의 조직적이고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정부 역시 총연맹의 정책을 반영해 직접적인 지원으로 이어지게 해야 합니다.
■ 여객 수요가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 정부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 정부는 항공산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유급휴직, 휴업 수당에 대해 90%를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작년엔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2개월 더 연장했었죠. 하청업체 노동자나 파견업체 노동자들은 업체 특성상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어려웠는데 이젠 고용노동부 시행령 개정으로 하청, 파견 노동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 정책들이 한시적이라는 겁니다. 회사와 노동자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더라도 현재는 최대 6개월이에요. 그 이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 정부 지원책에 대한 항공노련의 입장은 어떤가요.
-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는 여객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선 최소 3~4년이 소요될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개발과 보급 기간을 고려한 전망인데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장기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경사노위 산하 업종별 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항공노련은 항공산업을 대표하는 상급단체로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 항공노련 조직화에 계획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 항공노련은 설립 때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위주로 구성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항공산업 노동자들이 모여 연맹을 구성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었고 저 역시 그 부분이 상당한 고민이었죠. 하지만 전 세계 항공산업이 중대한 위기에 놓여있기에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선 노동자들의 단결이 필수였습니다. 항공노련이 설립되고 한국노총의 회원조합으로 가입된 만큼 이젠 항공업계 내 미조직사업장에 대한 조직 뿐 아니라 항공업종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는 등 조직 확대에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습니다.
■ 조직확대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 지금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내에서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복수노조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항공노련의 조직화 확대 과정에서 민주노총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겠죠. 다만 항공노련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노동자들만 바라보고 가겠습니다. 보편타당하고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전개해 나가면 노동자들로부터 선택을 받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것이 가장 올바른 길이자 빠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노총 동지들에게 전하고픈 말씀.
-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아픔과 고통은 일일이 말씀드리기도 힘들 만큼 비참합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노동자들은 뭉쳐야 합니다. 그렇기에 항공노련이 출범했습니다. 어떠한 시련과 어려움도 단결된 힘으로 투쟁한다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께 항공노련이 그 역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다시 한번 항공노련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신축년 새해, 한국노총 조합원 동지 여러분 가정에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