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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 일’이 아니고 ‘한 일’로 쓰고 말하자

등록일 2018년05월09일 14시1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된 일’이 아니고 ‘한 일’로 쓰고 말하자


‘되다, 하다’ 문장의 서술어를 쓸 때마다 고민한다. 대의원대회에서 안건을 가결‘할’ 수도 있고, 안건이 가결‘될’ 수도 있다. 이 문장의 주인이 사람이라면 가결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멀뚱히 대의원대회 장소에 앉아있었다면 ‘가결됐다’가 적절한 표현이다. 그럼 당신은 어떤 서술어를 쓰고 싶은가?

 

 

여기서 ‘되다’는 어떤 행위에 ‘피동’의 뜻을 더한다. 피동이란 ‘남의 힘에 의하여 움직이는 일’, ‘주체가 다른 힘에 의하여 움직이는 동사의 성질’이다. 왠지 노동조합의 주요안건을 통과할 때라면 피하고 싶은 단어가 아닌가.
노보에 실린 글 한 꼭지를 소개한다.

 

2017년 0월 00일 제00기 출범식이 본사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행사는 1부 임시대의원대회, 2부 집행부 이취임식, 3부 조합 선배님 간담회 순으로 진행됐다.
1부 임시대대는 000위원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3건의 안건심의와 보고안건, 조합간부 사회공헌활동 순으로 진행됐다. 안건은 운영위원 증원, 집행부 업무 조정, 노동정책연구실 강화 건으로, 3건 모든 안건이 대의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를 통해 중앙지역 운영위원은 본사, 직할, 사업단의 의견수렴 등을 위해 2명에서 3명으로 증원됐고, 기존의 총무국이 사업국으로 확대 재편됐으며, 지난 6년간 없었던 여성국이 새롭게 신설돼 여성조합원 권익신장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또한, 노동정책연구실이 본조위원장 직속 조직으로 그 위상이 제고되어 00미래를 준비하는 토대가 마련됐다.

 

이 노동조합은 이날 행사 처음부터 끝까지 개최되고, 진행되고, 가결되고, 증원되고, 재편되고, 내딛게 되고, 마련되어, 온통 ‘된’ 일로만 문장을 마무리했다. 노동조합이 출범식을 열고, 진행하고, 대의원들이 찬성해서 가결한 일인데, 모조리 되어버렸다. 새롭게 출범한 집행부는 재편하고, 신설한 첫 사업들도 피동으로 만들었다. 실제 행사를 준비하고, 안건을 처리한 주체인 사람을 문장에서 제대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새 집행부를 맞이한 노동조합은 ‘총무국을 사업국으로 확대 재편했으며, 여성국을 신설해 여성조합원의 권익신장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내딛게 된 것보다 내딛으니 집행부의 활동이 좀 더 힘차지 않는가. 위에 소개한 예문의 ‘된’ 부분은 다 ‘한’ 일로 바꿨으면 한다.
 

살아있는 문장을 써야 읽는 사람도 신이 난다. 업무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 조합원이나 대의원들도 현장에서 터져 나온 감동을 글을 통해 느끼도록 해야 좋은 글이다.
 

말할 때도 마찬가지다. 종종 노동조합 간부의 연설에서 ‘된’ 표현이 나오면, 목소리는 거창한데 의욕은 김이 샌 듯하다. ‘노동악법은 철폐돼야 합니다.’ 악법 폐지를 정부나 국회의원들의 일이라 여긴다면 노동조합 간부가 이리 말해도 트집을 잡을 생각이 없다. 하지만 노동자의 손으로 악법을 폐지하면 어떨까. 이렇게 말이다. ‘노동악법 철폐합시다.’ 요즘 재벌가의 갑질도 마찬가지다. ‘재벌가의 갑질은 시정되어야 합니다.’ 아니다. 갑질은 반드시 시정해야 합니다. 누구의 손으로? 바로 노동자의 손으로. ‘신입조합원 교육은 재검토돼야 합니다’ 하지 말고, 재검토합시다.
 

노동조합 사업이 만만치 않다. 일에 치여 때론 조합원을 잊곤 한다. 숱한 노사 협상, 순방, 행사, 회의에 치여 하루하루가 버겁다. 조합원을 위한 일을 하는데, 눈앞엔 일만 보인다. 위 예문을 쓸 때 출범 직후라 무척 바빴으리라.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사람이 먼저다. 출범할 때의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말을 사업 2년차, 3년차 때 하는데, 이때 초심은 조합원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 앞에 무엇이 있나, 잠시 선전물을 쓰며 생각하자. 일인가, 사람인가? ‘된 일’이 아니고 ‘한 일’이라는 뿌듯함으로 문장을 다시 쓰자.

 

오필민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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