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연 꽃다지 대표·문화기획자
작년 여름 전 세계 사람들은 한 장의 사진에 분노했습니다. 낯선 어른을 올려다보며 울고 있는 붉은 티셔츠를 입은 두 살배기 꼬마.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넘으려다 어머니가 붙잡혀 억류되고 꼬마는 어머니와 격리되어 난민정착사무소에 혼자 남게 되자 울음을 터트리고야 마는 모습에 사람들은 미국의 ‘무관용 정책’을 비난했습니다.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전 세계 곳곳에 생겨나고 있습니다. 내전으로 인한 생명의 위협, 경제난으로 인한 생명의 위협을 피해 ‘국가’가 정해놓은 선을 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이민이라는 형식으로 외부로 나가는 선을 넘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었던 한국에서 지난해 입국한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은 한국 사회를 들썩이게 했습니다. 인도주의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온라인을 압도했던 것은 절대 반대 의견이었습니다. 예멘 난민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게시판 글에 70만 명이 넘게 찬성했습니다. 반감과 우려의 수준을 넘어선 혐오를 망설이지 않고 들어내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인도적인 조치야말로 자신들이 우려하는 범죄예방과 우리 사회의 안녕에도 보탬이 된다는 설명은 귀담아듣지 않으려 합니다. 유럽이나 미국국경의 난민 소식을 접하고 보여준 측은지심은 어디로 간 걸까요?
한미FTA 반대가 한창일 때 종종 들여오던 노래가 있습니다. 멕시코계 미국 이민자인 티시 이노히사가 부른 ‘Donde voy’(돈데 보이). 우리나라에서는 TV 드라마 주제곡이나 심수봉의 노래로 알려진 노래 ‘돈데보이’는 국경을 넘는 멕시코 이민자의 애환을 담고 있습니다. “나는 멕시코계 미국인이다. 그래서 더 나은 삶을 위해 이민을 간 사람들이 겪는 문제들은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국경을 넘는 것은 이별과 사랑의 상징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희망이다.” 작년 가을에 내한 공연을 한 티시 이니히사의 인터뷰입니다.
체제나 국경보다 더 우선하는 것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 인권이 아닐까요? ‘함께 살자’는 말은 내가 좋을 경우에만 하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언사가 아니라 어려움을 극복할 방법을 모색하면서 시도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의미를 가지는 게 아닐까요? ‘돈데 보이’에서 담고 있는 생존을 위한 이별과 사랑, 그리고 희망을 함께 나눌 수는 없는 걸까요? 선을 넘은 사람들을 도망자가 아닌 이웃으로 받아들이길 희망하며 ‘돈데보이’를 소개합니다.
Donde Voy(어디로 가야 하나요)
노래 티시 이노히사
1절) 동이 트는 새벽 난 달려요 태양 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 아래에서
태양이여, 내 모습을 감춰주세요 이민국에 드러나지 않도록
내 마음에 느끼는 이 고통은 사랑의 상처 때문이에요
난 당신과 당신의 품속을 생각하고 있어요 당신의 입맞춤과 애정을 기다리면서.
2절) 하루 이틀 몇 주일 몇 달이 지나가면서 난 당신에게서 멀어지고 있어요
이제 곧 당신은 돈을 받으실 거예요 당신이 내 곁에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루하루 시간에 쫓겨가며 힘든 노동을 하지만 난 당신의 미소를 잊을 수 없어요
당신의 사랑 없는 삶은 내겐 의미가 없어요 도망자처럼 사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돈데 보이 돈데 보이(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어디로 가야 하나요)
나는 희망을 찾아가고 있어요
나 홀로 외로이 사막을 떠도는 도망자처럼 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