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연 꽃다지 대표·문화기획자
‘민중가요는 뭐고 노동가요는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두 용어는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합니다. 민중가요는 민주화의 열망이 음악적으로 표출되며 대학생과 지식인 사이에서 먼저 시작되어 민중에게 전파되었습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에서 불린 노래도 학생, 지식인들에게서 시작된 민중가요 몇 곡과 대중가요 개사곡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노래들은 온전히 노동자의 정서를 담고 있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1988년 11월 성문밖 교회 집회에서 처음 울려퍼진 ‘파업가’는 노동자의 심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노동가요’였습니다. 기존의 민중가요에 비해 노동자의 계급성과 정서를 담고 있는 노동가요의 역사가 ‘파업가’로 시작된 겁니다.
‘파업가’를 만든 사람은 김호철입니다. 한국체대를 다니던 운동권이었던 그는 학교에서 잘려서 군대에 갔고 군악대에서 트럼펫을 불게 되었답니다. 제대 후에도 밤무대에서 트럼펫을 불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불의를 더 참을 수 없던 그는 노동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후로 30여 년간 여전히 그
는 노래를 만들고 노동자들은 그의 노래를 부릅니다. 그런데 파업가를 수십 번 수백 번 부른 노동자 중에서 그 노래를 만든 이가 김호철이라는 것을 알고 부르는 노동자가 얼마나 될까요? 별로 없을 겁니다. 무대에 선 가수는 기억해도 노래를 만든 작사가나 작곡가는 별로 관심 없으니까요.
1988년 ‘파업가’의 등장 이후 수많은 노동가요가 나왔습니다. 노동가요를 만들고 부르던 수많은 음악인이 나타났다 사라져간 30년간 한눈 팔지 않고 투쟁의 거리에 나선 노동자와 함께 해왔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 김호철이라는 노동음악인에게 시선이 머무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2000년에 시작한 작업이 이제야 마무리가 되는가 봅니다. 열악한 작업환경, 녹음환경, 턱없는 예산… 끝없이 이어지는 일, 일, 일들… 많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 엿 같은 세상에 이 노래들을 풀어봅니다. 부디 이 노래들이 가장 낮은 곳에서 힘들어하시는 형제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밥이 되시길. 아울러 못난 서방 만나 애 키우고 살림하느라 애쓰시는 아내 현에게도 수줍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2003년에 노동가수 박준의 두 번째 음반 <이 개같은 세상을>을 발표하며 김호철이 음반의 북 클립에 쓴 말입니다. 박준은 1998년부터 김호철과 함께 작업하고 있는, 김호철의 페르소나 같은 노동가수입니다. 오늘 소개하려는 ‘힘들지요’는 <이 개같은 세상을> 음반의 두 번째 트랙에 실린 노래입니다. 수많은 히트곡을 가진 김호철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 노래를 소개하는 이유는 요즘 김호철이 매우 힘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노동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음반에서 ‘못난 서방 만나 애 키우고 살림하느라 애쓰시는 아내 현’이라고 불린 그의 아내가 암 투병 중입니다.
노동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며 노동해방의 나팔수가 되어 살아온 노동음악인으로서의 30여 년간 그는 일상생활을 책임질 수 없었습니다. 그의 노래를 부르는 우리는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했습니다. 가족의 아픔에 덧붙여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그에게 이제 노래의 빚을 갚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은 힘들지라도 조금만 더 갑시다’라고 이제는 우리가 손을 내밀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함께 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