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연 꽃다지 대표‧문화기획자
“김호철 선배가 몇십 년에 걸쳐 만든 노래를 2018년에 50대를 살고 있는 정윤경이라는 사람이 프로듀서가 되어 저의 생각과 저의 감성을 더해서 작업했다. 그런데 막상 편곡에 들어가니 여러 편곡자에 의해 하나 더 풍성해지고, 또 가수들이 노래하면서 더 풍성해지더라. 그리고 믹싱과 마스터링을 거쳐 다듬어진 최종 결과물이 나왔다. 여러 사람이 마음과 노력을 모으고 쌓아온 실력을 모은 결과물이다. 김호철이라는 이름에 마음 모아서 작업한 자체가 대단히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김호철 헌정음반을 마치고 프로듀서 정윤경이 밝힌 소회입니다.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수 백 곡의 노래를 들으며 선곡하는 과정은 매우 힘들었습니다. 노래마다 창작의 배경과 김호철의 심경이 고스란히 느껴져 힘들었습니다. 프로듀서들이 아티스트를 섭외하고 일정을 조율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 기획자로서는 큰일을 덜었다는 의미에서는 매우 수월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흔쾌히 함께 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는 건 행복했습니다.
김호철 헌정음반 작업방식은 일반적인 헌정음반 제작방식과는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헌정음반은 아티스트마다 한두 곡씩 맡아 작업하여 모으는 방식을 취합니다만 김호철 헌정음반은 프로듀서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그림을 그리며 일관된 프로듀싱을 했습니다. 그래서 거리의 노래가 편안한 공간으로 들어와 감상하기에 좋은 사운드로 표현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다채로웠던 김호철의 음악세계는 더욱 다채롭게 변주되며 풍성해질 수 있었습니다.
27명의 현역가수들이 총출동해서 ‘파업가’, ‘단결투쟁가’, ‘민중의 노래’, ‘깃발가’ 등 거리에서 불렀던 투쟁가를 불렀습니다. 금쪽같은 휴일을 반납하고 전국에서 온 31명의 노동자노래패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집 ‘꿀잠’에 모여 노동가요 초창기처럼 기타와 북소리에 맞춰 노래했습니다. 전문가수가 아니기에 가졌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관록을 보여주었습니다.
20개의 트랙에 21곡을 담았습니다. 헌정음반은 ‘잘 만들어주세요.’ 하고 제작비를 마련해준 1,000여 명의 공동제작자가 있었기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김호철이 노동자의 삶과 투쟁을 노래로 만들 수 있도록, 그 노래를 거리에서 함께 부를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김호철 헌정음반은 노동의 소리(http://nodong.com)에서 구입하실 수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전하는 노래는 ‘전선은 하나’입니다. 고백하자면 평소 마음에 담고 있지 않았던 노래입니다. 처절한 노동자의 삶을 직시하는 것이 고통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음반에 실린 ‘전선은 하나’를 들을 때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세상이 좋아졌다는데 기다리라는 말만 들으며 희생해야하는 노동자의 삶은 여전합니다. 우리 세대까지 고생하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노력이 부족했던 걸까요? 이십대 청년의 죽음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삭막한 이 세상에 전쟁을 선포하라’는 말이 허공에 흩어지는 말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며 ‘전선은 하나’를 소개합니다.
전선은 하나
작사 / 작곡 김호철
자본이 만든 성벽을 깨고
눈 부릅떠보니 전선은 하나
피 터지는 투쟁으로
찢겨진 깃발도 단 하나
빼앗는 자와 빼앗기는 자
어찌할 수 없는 한판의 전쟁
죽음이냐 생존이냐
선택도 단 하나
공장이 붉게 물들어 눈물 꽃 만발하여도
사선을 넘어 끝내 가리라
해방의 나라
아 노동자여 피눈물의 전사여
삭막한 이 세상에 전쟁을 선포하라
아 노동자여 피눈물의 전사여
단 하나의 전선에서 단 하나의 심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