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삶의 노래 희망의 노래_노동악법철폐가

악법은 어겨서 깨뜨리리라!

등록일 2018년11월09일 13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민정연 꽃다지대표·문화기획자

 

지난 10월 21일, 한적하기만 하던 영등포의 골목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몰려들었습니다. 파업가 발표 30주년을 맞이하여 일천여 명의 공동제작자가 함께 만들고 있는 김호철 헌정 음반의 녹음에 참여하기 위해서 그들은 모였습니다. 10여 명의 연주자와 스태프, 34명의 노동자노래패가 영등포 골목에 위치한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에 모여 하루 종일 네 곡의 노래를 녹음했습니다. 전문녹음실이 아닌 공간에서 실제 연주에 맞추어 30명이 넘는 사람들의 노랫소리를 담아내는 작업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노래와 악기 소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마이크의 위치를 조금씩 바꾸기도 하고 연주자의 위치도 계속 바꿔가며 같은 노래를 몇 번씩 녹음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효율성으로 따지자면 상당히 비효율적인 방법이었음에도 굳이 이 방식을 고수했던 것은 노동가요 초기의 창작과정을 되살려 보려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을 기점으로 수많은 노동조합이 탄생했고 더불어 여러 장르의 노동자문화패가 구성되어 투쟁의 현장에 함께 했습니다. 노동자노래단도 이때 탄생하여 활동했던 수많은 문화패 중의 하나였습니다. 1988년부터 1991년까지의 짧은 활동기간에도 노동자노래단을 아직까지도 기억하는 이유는 4개의 노래테이프를 통해 발표한 이들의 노래가 여전히 현장에서 불리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노래단은 김호철과 김애영, 안혜경, 고 천미예가 중심이 되어 1988년 하반기에 만들어진 팀입니다. 이때 김호철은 구로의 여러 사업장에서 노동조합노래패를 결성하여 집회에서 문선대 활동을 하면서 구로노래패연합을 조직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자노래단이 만든 첫 음반 <파업가>는 열악한 환경에서 급하게 만들어져 조악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6개월여 만에 2집 음반 <전노협진군가>를 제대로 된 녹음환경에서 만들어 세상에 내놓습니다. 2집 음반은 민족음악연구회와 삶의노래 예울림도 동참하여 음악적으로도 꽤 괜찮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이때 같이 작업한 삶의노래 예울림과는 이후로도 계속 협업관계를 이루게 되고 1992년 통합하여 꽃다지를 만들게 됩니다. 


노동자노래단은 노래를 만들면 현장 노동자노래패에게 불러보게 했다고 합니다. 노동자들이 부르기 어렵다고 하면 부르기 편하게 수정하여 완성했다고 합니다. 이날 녹음에는 50대가 넘는 노동가요 초기부터 활동했던 경력자부터 군입대를 앞둔 20대 초반의 청년까지 다양한 세대의 노동자노래패 활동가들이 함께 하면서 노동악법철폐가와 민주노조사수가, 구속동지구출가와 전노협진군가 등 네 곡을 녹음했습니다.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에 현장에서 많이 불리던 노래들입니다. 몇 시간째 반복되는 지루한 과정을 지켜보면서 노래가사를 곱씹어 보게 되었습니다. 


‘정치 활동 금지 노동조합법 빨갱이라 국가보안법’ 첫 대목을 들으며 근본적으로 변함없는 우리사회의 현실에 참담하기도 했습니다. 요즘도 ‘있으나마나 근로기준법’ 수준의 작태가 벌어지고 있으니 ‘악법은 어겨서 깨뜨리리라 불법으로 투쟁하리라’는 여전히 유효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릅니다. 20~30년 활동해온 노동자들은 음악감독의 요구에 따라 이렇게 불러보고 저렇게도 불러보며 성공적으로 녹음을 마쳤습니다. 기나긴 세월 노래와 함께 투쟁해온 그들의 삶에 경의를 표하며 오랜만에 잊고 있던 초창기 노동가요를 소개합니다.

 


 

노동악법철폐가
글, 곡 김호철

 

정치 활동 금지 노동조합법 빨갱이라 국가보안법
제3자 개입금지 쟁의조정법 일천만이 하나 되어 악법철폐
민중운동 탄압 집시법에 있으나 마나 근로기준법
위장폐업 직장폐쇄 판치는 세상 온몸으로 거부하리라
참혹한 세월에 노예의 사슬을 끊고 
이제 외치나니 노동해방 피에 젖은 깃발 높이
우리들의 노동해방투쟁 악법으로 흔들린다면
악법은 어겨서 깨뜨리리라 불법으로 투쟁하리라

민정연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