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연 꽃다지 대표·문화기획자
“여성은 노예 중의 노예. 우리는 매일 그녀들을 경시해. 그리고는 ‘배짱도 없고 주체성도 없다’고 의아해하지.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자유의지를 억압하고 ‘너무 똑똑해선 안 돼.’라고 말하면서 작은 실수라도 하면 미련하다고 하지.” 존 레넌의 노래 ‘Woman is the nigger of the world’의 한 구절입니다.
지난 8월 18일 서울 한복판에서 특이한 집회가 열렸습니다. 안희정의 무죄 선고를 규탄하는 자리였습니다. 집회 참석자는 다양했습니다. 많은 여성 참가자 사이에 남성들도 꽤 많이 보였습니다. SNS에는 미처 참석 못 해 미안하다는 남성들의 아쉬운 토로가 이어졌습니다. 이 글에서 무죄 선고의 부당함을 부연해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위에 소개한 존 레넌의 노래가 이 판결이 우리 사회가 여성을 어떤 존재로 대하는지를 잘 알려주는 있기 때문이죠. 46년 전 노래 속 사람들이 여성을 대하는 태도와 안희정 재판의 판결에서 보이는 여성에 대한 태도는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판결문은 ’완벽한 피해자‘가 아니라면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여기며 가해자를 옹호하고 있는듯합니다. 김지은 씨는 변호사를 통해 통한의 절규를 전했습니다. “세 분의 판사님. 듣지 않고, 확인하지 않으실 거면서 제게 왜 물으셨습니까?”, “왜 가해자에게는 묻지 않으셨나요? 가해자의 증인들이 하는 말과 그들이 낸 증거는 왜 다 들으면서, 왜 저의 이야기나 어렵게 진실을 말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으셨나요?”, “왜 제게는 물으시고, 가해자에게는 묻지 않으십니까? 왜 제 답변은 듣지 않으시고, 답하지 않은 가해자의 말은 귀담아들으십니까?”
오늘은 김지은 씨를 비롯한 이 세상의 ‘그녀들’, 그리고 그녀를 지지하며 함께 하는 이들, 부당한 처사에 바로 ‘아니오’라고 말하기 힘든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을 사회에서 아등바등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이들을 응원하는 노래를 소개하겠습니다. 팝송이지만 여권신장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 초반에 발표되어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준 노래이기에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헬렌 레디가 직접 가사를 쓴 노래 ‘I Am Woman’입니다. 헬렌 레디가 여권시장운동에 편승하려 이 노래의 가사를 쓴 것은 아닙니다. 20대 초반에 임신 상태에서 이혼을 하고 싱글맘이 된 그녀는 단돈 2백 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가 수년간 무명가수로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그 녹록치 않았던 삶을 그대로 서술한 노래가 ‘I Am Woman’입니다. 헬렌 레디에게 처음으로 빌보드 싱글챠트 1위를 안겨줄 정도로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 노래가 제2의 페미니즘 물결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한 노래입니다.
바닥까지 내려갔었지만 모른 체하기엔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기에 더는 바닥에 머물지 않겠다는 다짐, ‘나는 여자입니다. 나는 천하무적입니다. 나는 강합니다’라는 말은 지금 그 상태에 도달했다는 인정이기도 하지만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성큼성큼 세상에 맞서 당당히 살아가겠다는 다짐이기도 하겠지요. 더는 약자인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다짐, 더는 약자로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계속 되뇌는 건 아직 바꿔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니까 여자와 남자가 적이 아니라 같은 사람으로서의 동지애로 좀 더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I am strong I am woman’을 함께 외쳐봅시다. 덧붙여 ‘I am man’이라고.
I am woman
작사 : Helen Reddy
작곡 : Ray Burton
노래 : Helen Reddy
1. 나는 여자. 내 함성을 들어봐요.
모른 체 하기엔 너무 많은 것을,
되돌아서기엔 너무 많은 것을 알아요
모든 것을 들어왔기 때문에
한때 나는 바닥까지 내려갔었어요
누구도 다시는 나를 바닥에 머물게 할 수는 없어요
2. 나를 구부려트릴 수는 있지만 절대로 부러트릴 수는 없어요
그래봤자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결심을 더 단단하게 하도록 도와줄 뿐이죠.
그리고 더 강해져서 돌아오죠
더 이상 초보자가 아니에요
내 영혼의 신념을 더 깊게 만들었으니까요
3. 내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봐요 두 발로 당당히 서있는 나를 봐요
이 땅에 나의 사랑스러운 팔을 힘차게 뻗은 걸 봐요
하지만 난 아직 갈 길이 먼 태아에 불과하죠
나의 형제들이 이해하게끔 만들기까지 말이에요
그래요 나는 현명해요 그 지혜는 아픔에서 온 거죠
그래요 나는 대가를 치렀어요 내가 얻은 것이 얼마만큼인지 보세요
내가 해야 할 것이 있다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나는 강해요. 나는 여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