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욱영 한국노총 정책본부 국장

달빛 노동 찾기
(신정임, 정윤영, 최규화 지음 / 오월의봄 펴냄 / 244쪽 / 1만4천원)

‘달빛 노동’은 낭만적 노동이 아니다
야간 노동자 이야기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야간 노동자들의 삶과 목소리를 담은 책이 <달빛 노동 찾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제목의 ‘달빛’이라는 언뜻 예뻐 보이는 단어는 그러나 녹녹치 않은 야간 노동자들의 현실을 더 도드라지게 한다. 편의성과 필요성이라는 예쁜 포장지 뒤에는 필수 전문직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개탄과, 업무 특성이라는 이유로 관행처럼 임의적 업무 시간에 고통 받고 통제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이 있었다.

저자들이 장시간 야간 노동을 하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찾아간 야간 노동의 일터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우편집중국, 방송국, 대학교, 병원, 공항, 지하철, 감옥, 대공장 구내식당, 고속도로 등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편의와 안전을 만들어내는 대부분의 일터에서 ‘24시간 풀가동 상태’가 당연시되고 있었다. 밤샘 근무 후에도 잠잘 시간을 쪼개가며 인터뷰에 응한 책속 노동자들은 야간 노동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며 ‘원래 그런 것’으로 알고 있던 것들이 ‘원래 잘못된 것’들이었기에 바로잡고 싶어 하고, 업무에 대한 정당한 명칭과 노동환경개선 등을 요구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노동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들의 목소리는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계속 더 나은 변화가 가능할지 주저하면서도 간절하다.

편리함 뒤에 노동자가 있다

무엇보다도 야간 노동은 노동자들의 건강과 일상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인터뷰에 응한 노동자들은 동료의 돌연사에 충격 받은 심정을 토로하고, 만성적인 수면 장애를 호소하며, 졸음운전을 피하려고 먼 거리를 돌아 출근한다고 말한다. 또한 어렵사리 결혼을 해도 평범한 일상은 그들에겐 꿈같은 이야기다. 교정직 공무원인 L씨와 그의 부인은 야간 노동이 삶을 망가뜨리고 가족을 조각낸다고 느낀다.

여기에 디지털 모바일 기술이 합세하면서 이 사회는 진정으로 365일 24시간 노동과 소비가 가능한 공간이 되었다. ‘메신저 감옥’ ‘SNS 감옥’ ‘카톡 감옥’ 등의 말들이 암시하듯, 이제 자본의 착취는 일터에 한정되지 않고 일상 공간으로 파고든다. 

물론 최근 들어 야간노동의 폐해라던가, 야간 노동자들의 지위와 건강권 향상을 위해 몇몇 업종에서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후퇴되거나 일부분에 그치지 않고 모든 업종, 전 사회로 퍼져가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ILO에서 단언하듯 야간 노동에 종사하는 시간(기간)을 줄이지 않는 한, 교대 근무를 순환식으로 하건 고정적으로 하건, 그 어떤 변화로도 해악을 줄일 수 없다.

<새로 나왔거나 주목할 만하거나>

- 도쿄대 고령사회 교과서 (도쿄대 고령사회 종합연구소 지음 / 행성B 펴냄 / 532쪽 / 3만5천원)
- 초예측: 세계 석학 8인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다  (유발 하라리 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 232쪽 / 1만5천원)
- 명견만리: 공존의 시대 편 (KBS 명견만리 제작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펴냄 / 316쪽 / 1만5천8백원)
- 버선발 이야기 (백기완 지음 / 오마이북 펴냄 / 296쪽 / 1만5천원)
- 세상을 바꾸는 2%: 나는 비정규직입니다 (이숙정 지음, 김철수 사진 / 내하출판사 펴냄 / 268쪽 / 1만5천원)
-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 (김예원 지음, 버닝피치 그림 / 이후 펴냄 / 184쪽 / 1만4천원)
- 을들의 당나귀 귀 (손희정 외 지음 / 후마니타스 펴냄 / 376쪽 /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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