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욱영 한국노총 정책국장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 글항아리 펴냄 / 472쪽 / 2만2천원)

폭염 시대를 맞이하며

2018년 8월 1일, 오후 3시 36분 서울은 39.6도, 오후 4시 강원도 홍천은 41도를 기록했다. 이는 대한민국 관측 역사상 최악의 폭염 기록이었다. 8월 2일 기준 질병관리본부 '온열질환 감시체계'에 의하면 올해 2,799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35명이 사망했다. 또한 올 여름은 북아메리카, 북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지구촌 전체가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폭염에 시달렸다. 

폭염의 사회적 문제점들을 다양한 면에서 분석한 책이 최근 번역되어 나왔다. 발간 당시 평단의 찬사를 받았던 미국의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저서 <폭염 사회>가 그 책이다.

1995년 시카고에서는 기온이 섭씨 41도까지 올라가는 폭염이 일주일간 지속돼 700여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진다. 구급차는 모자랐고, 병원은 자리가 없어 환자를 거부했으며, 시민들은 갑자기 죽은 이웃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 사실 이 일이 있기 전 무더위는 사회적 문제로 취급된 적이 없었다. 그 이유는 폭염이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내는 것도 아니고 홍수나 폭설처럼 스펙터클한 장면을 연출하지도 않을뿐더러 그 희생자는 대부분 눈에 잘 띄지 않는 노인, 빈곤층, 1인 가구에 속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자연재해가 아니라 '사회 불평등' 문제라고 진단 내린 클라이넨버그는 오랜 기간 현장을 조사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면밀히 조사를 했고, 사회적 부검을 통해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사회 비극이 되는 폭염

클라이넨버그의 책은 미국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17년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팀이 2009~2012년 서울 지역 사망자 3만3,544명을 대상으로 폭염이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녹지공간이나 병원 등이 적은 낙후된 주거 환경과 낮은 소득 수준 등 지역박탈지수가 높은 지역에 사는 주민일수록 폭염으로 인해 숨질 위험이 19.4%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또 같은 온도의 무더위라도 사회경제적 수준, 주거유형, 연령층에 따라 민감도가 다르다는 것을 밝혔다. 폭염이 단순한 자연 재난이 아닌 사회의 불평등에서 야기된 “사회적 재난”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클라이넨버그는 <폭염 사회>를 통해서 기후가 왜 사회과학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지를 규명하면서, 극단적인 사회 불평등 속에서 가난하고 취약한 이들에게 폭염만이 아니라 모든 자연 재해는 견디는 것만으로도 힘든 재난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연재해가 인간을 덮칠수록, 강력한 공공 정책 등 근본적인 위기관리 대책으로 함께 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새로 나왔거나 주목할 만하거나>

-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유발 하라리 지음 / 김영사 펴냄 / 560쪽 / 2만2천원)
-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 (파쿤도 알바레도 외 지음 / 글항아리 펴냄 / 472쪽 / 2만2천원)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유홍준 지음 / 창비 펴냄 / 392쪽 / 1만8천원)
- 체공녀 강주룡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펴냄 / 256쪽 / 1만3천원)
- 복학왕의 사회학 (최종렬 지음 / 오월의봄 펴냄 / 460쪽 / 2만4천원)
- 몸은 사회를 기록한다 (시민건강연구소 지음 / 낮은산 펴냄 / 260쪽 / 1만4천원)
- 가족과 통치 (조은주 지음 /  창비 펴냄 / 376쪽 / 1만8천원)
- 못다 핀 꽃 (이경신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 / 304쪽 /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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