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욱영 한국노총 정책본부 국장

훈의 시대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펴냄 / 246쪽 / 1만5천원)

욕망의 언어 ‘훈’

전작《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대리사회》등으로 주목을 받았던 김민섭 작가가 신작《훈의 시대》에서 “규정된 언어”를 통해 나와 사회에 대한 고백을 넘어 ‘제안’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소개하고 있다. <대리사회>가 우리 사회의 몸의 기록이었다면 이 책은 작가가 삶속에서 마주치고 수집한 ‘훈’들을 제시하면서 그 언어들이 어떻게 시대의 욕망 안에 개인을 가두어왔는지 드러내는 언어의 기록이다.
 

‘훈’이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받아들이듯이 ‘가르침’의 의미다. 주로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아니면 위계적으로 강요하는 ‘계몽의 언어’인 동시에 ‘자기계발의 언어’로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훈’은 한 개인이 가정, 학교, 회사 등 생애주기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모든 공간의 언어로 전달된다. 따라서 훈이란 시대가 개인에게 품은 ‘욕망’이다. 일상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강요되는 그 훈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먹는 것뿐 아니라, 일상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두고 쌓인 언어들 역시 그 개인의 몸이 형성되는 데 기여한다. 그가 받아들인 훈이 결국 그가 주체로서 존재하는가 아니면 좀비나 대리인간으로 존재하고 있는가를 결정짓는 것이다. 이에 작가는 당신의 몸은 어떠한지 질문을 던지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훈을 찾으라고 말한다. 

당신 잘되면 좋겠다

작가는 ‘훈’이 작동하는 형태를 개인의 성장 과정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학교의 훈, 둘째는 회사의 훈, 셋째는 개인의 훈이다. 
 

학교의 훈은 교훈이나 훈화, 훈시, 급훈, 교가 등의 형태로 존재한다. 작가는 학교의 훈들이 어떻게 개인의 몸과 언어를 통제했는지 살펴보면서, 언젠가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 자신을 둘러싼 언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로서 살아가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회사에서 마주하는 훈은 기괴하다. 사훈은 어디에도 없지만, 그 어디에나 존재한다. 하지만 나쁜 훈도 이상한 훈도, 적어도 그 내부 구성원들에게 모호한 욕망이 아닌 정확한 지침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훈이 더욱 직접적이고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은 개인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된 개인의 일상 공간이다. 개인의 훈만큼 욕망을 착실하게 드러내는 것도 없다. 

작가는 마지막으로 ‘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는 작가의 훈을 들려준다. 작가의 말을 빌려 나도 읊조려본다. 2019년 올해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이 행복하게, 잘되면 좋겠다.

<새로 나왔거나 주목할 만하거나>
 

- 자동화된 불평등 (버지니아 유뱅크스 지음 / 북트리거 펴냄 / 400쪽 / 1만6천8백원)
- 최고임금 (샘 피지개티 지음 / 루아크 펴냄 / 176쪽 / 1만3천원)
- 기본소득이 알려주는 것들 (야마모리 도루 지음 / 삼인 펴냄 / 256쪽 / 1만5천원)
-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 (최현숙 지음 / 글항아리 펴냄 / 208쪽 / 1만3천원)
- 나를 지키는 노동법 (청년유니온 지음 / 한겨레출판 펴냄 / 184쪽 / 1만1천5백원)
-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리베카 솔닛 지음 / 창비 펴냄 / 344쪽 / 1만5천원)
- 법률가들 (김두식 지음 / 창비 펴냄 / 692쪽 / 3만원)
-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김만권 지음 /  여문책 펴냄 / 256쪽 / 1만6천5백원)
- 지역 일자리 노동시장 정책 (조돈문 외 지음 /  매일노동뉴스 펴냄 / 576쪽 /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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