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을 묻는 너에게 
(허영선 지음 / 서해문집 펴냄 / 272쪽 / 1만2천9백원)
 

살암시민 살아진다

슬픔과 찬란함의 두 얼굴, 제주

제주 4.3은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일어난 대규모 학살로, 친일 우익 위주의 남한 단독정부수립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많은 제주도민들이 희생당한, 국가에 의한 양민 학살이라는 진상보고서가 채택된 역사적 사건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제주는 핍박받는 당사자였으며, 오래도록 진실은 밝혀지지 않은 채 외면당해야만 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2000년에 와서야 비로소 4.3특별법을 제정해 4.3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 명예회복에 나섰다. 그리고 4년 후 2003년 10월, 과거 인권 유린의 실태를 낱낱이 드러낸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가 세상에 나왔다. 이에 따르면 당시 제주 인구의 9분의 1에 달하는 3만 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당시 이승만 정부가 주도한 강경진압작전으로 제주도 중산간 마을 95% 이상이 불타 없어졌으며, 가옥 3만9285동이 소각됐다고 한다. 

이 진상조사 보고서를 근거로 나온 책이 2006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역사다시보기'라는 시리즈에서 펴냈던 <제주 4.3>이다. 책의 저자였던 시인 허영선은 내용을 보강하여 2014년 66주기를 맞아  ‘국가 추념일’로 지정 된 4.3사건을 기리는 책으로『제주 4.3을 묻는 너에게』를 펴냈다. 저자는 집단 학살의 증언과, 역사의 혼돈 속에서 가장 피해를 입은 아이들과 여성들이 당한 고통을 증언과 함께 깊이 있게 다루었다. 또한 책 속에 들어 있는 강요배 화백의 ‘4ㆍ3 연작’ 은, 그날의 참혹함과 억울함을 생생하게 더해준다. 

제주 4.3 70주년, 다시 진실을 묻는 너에게

봄이 다가온 제주의 4월은 꽃잎이 흩날리고 유채꽃이 만발해 아름답지만 오래 외면당하고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살암시민 살아진다(살다 보면 살게된다)’며 살아온 사람들의 땅이다. 

2018년 올해는 현대사의 가장 큰 아픔 중의 하나인 제주 4.3이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리기 위해 제주 4.3을 상징하는 동백꽃 배지를 가슴에 달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화해와 상생이라는 4.3의 정신을 바로 알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도 진행되고 있다. 또한 제주 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는 '제주 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캠페인을 통해 제주의 비극이 대한민국의 역사이며 많은 사람들이 4.3의 완전한 해결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제주 4.3 70주년이 가장 의미 있는 한 해가 되기 위해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사에 나온 말처럼 “사실은 사실대로 분명하게 밝히고, 억울한 누명과 맺힌 한을 풀어주고,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다짐하자는 것”이 아닐까. 역사의 상처를 제대로 드러내어 치유하고,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통해 슬픔의 노래를 밝고 찬란한 4월의 노래로 덮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새로 나왔거나 주목할 만하거나>
 

- 갑의 횡포, 을의 일터 (양정호 지음 / 생각비행 펴냄 / 180쪽 / 1만4천원)
- 당신과 나 사이 (김혜남 지음 / 메이븐 펴냄 / 316쪽 / 1만5천원)
- 백래시 (수전 팔루디 지음 / 아르테 펴냄 / 804쪽 / 3만8천원)
- 대한민국 자기계발 연대기 (이원석 지음 / 어크로스 펴냄 / 288쪽 / 1만4천5백원)
- 시간은 어떻게 돈이 되었는가? (류동민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 / 228쪽 / 1만4천원)
- 나라는 부유한데 왜 국민은 불행할까? (오건호 외 지음 / 철수와영희 펴냄 / 292쪽 / 1만6천원)
- 광주, 노동을 만나다 (레이버플러스편집부 지음 /  레이버플러스 펴냄 / 320쪽 / 1만8천원)
- 실명의 이유 (선대식 지음 / 북콤마 펴냄 / 288쪽 / 1만5천원)
- 주4일 근무시대 (피에르 라루튀르, 도미니크 메다 지음 / 율리시스 펴냄 / 248쪽 /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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