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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너머의 가자지구 전쟁

정환빈 『팔레스타인, 100년 분쟁의 원인 :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의 저자

등록일 2024년05월13일 18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가자지구에서 시작된 전쟁이 이란-이스라엘 전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세계의 모든 이목이 중동으로 쏠리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가자지구에서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조차 모른다. 언론은 그저 외신 받아쓰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진실은 서구 진영의 프레임에 감춰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왜 이스라엘에 투쟁하는지, 그리고 가자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자.

 


<출처:이미지투데이> 

 

점령지 팔레스타인의 현실

 

1880년경에 팔레스타인에는 50만 명의 아랍인과 2만 명의 유대인이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시온주의자라 불리는 유럽 유대인들이 느닷없이 팔레스타인에 식민촌을 짓고 유대 국가를 건국하겠다며 침략한다.

 

영국의 도움으로 시온주의자들은 세력을 키웠고, 미국과 소련의 입김으로 유엔총회에서 유대 국가의 건국이 승인된다. 1948년 아랍-이스라엘 전쟁을 전후로 시온주의자들은 인종청소를 저질러 토착민을 추방하고 78%의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을 세웠다. 1967년에는 나머지 22%의 땅인 서안과 가자지구를 선제공격해 오늘날까지 강제 점령 중이다.

 

1987년에 주민들이 일으킨 봉기에 굴복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창설을 허가한다. 그러나 주권은 크게 제약되었고, 2012년에 유엔에서 국가 지위를 인정받은 이후로도 달라진 게 없다. 팔레스타인은 공항이나 항구 하나 건설하지 못하고, 군대도 가질 수 없고, 무역과 기술 발전도 이스라엘의 통제를 받는다. 일례로, 이스라엘은 2018년에야 3G 서비스 공급을 허가했다. 서안지구에 있는 풍족한 수자원도 이스라엘이 대부분 약탈해 가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정부는 자기네 땅에서 난 물을 이스라엘로부터 되사오고 있다.

 

심지어 서안지구 땅의 60%는 이스라엘이 직접 통치한다. 이스라엘은 이곳에 250여 개의 식민촌을 건설했고, 유대인 테러리스트들은 팔레스타인 마을과 도시를 습격해 주민들을 폭행하고 농작물을 불태운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이들에 대해 사법권을 행사할 수 없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이스라엘 당국에 신고해도 기소율이 7.3%에 그치고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검문소와 장벽을 세워 서안지구 주민을 통제하고, 학대하고, 땅을 빼앗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활동 중인 수십 개의 국제기구와 인권단체는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를 격렬히 비판한다. 유엔 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이스라엘의 점령이 종식되면 팔레스타인이 GDP의 2배도 생산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전쟁 직전의 가자지구

 

18년째 봉쇄 중인 가자지구는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 서울의 절반보다 조금 큰 이곳에서 2백만 명이 자급자족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경제적 기반이 없다. 주민의 80%는 가자지구 출신이 아니라 이스라엘로부터 추방당한 난민이다. 이들은 과거에 농민이었으나 농사짓던 땅이 국경 너머 고향에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상공업에 종사하며 먹고 살고 있었는데, 봉쇄 후 일자리를 모조리 잃고 실업률이 45%까지 올라갔다.

 

가자지구 원주민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땅도 좁은데 국경에 장벽이 생기고 접근이 통제되면서 많게는 35%의 농지를 잃었다. 어업도 5.5km 내외로 제한해 포획량이 나날이 줄어든다. 자식들이 굶주리니 농민들은 목숨을 걸고 장벽 인근에서 몰래 농사를 짓고 어부들은 봉쇄 구역을 넘다가 피살당하곤 한다.

 

주민들과 국제사회가 경제적 여건을 개선하려고 노력하지만, 이스라엘이 주기적으로 침공해 사람을 죽이고 주거지와 생산시설을 파괴하니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다. 특히 2014년 전쟁 이후로는 석유 반입이 극히 제한되면서 전력난이 만연하다. 겨울철에 난방을 못 돌려서 여러 신생아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정도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런 생활을 20년 가까이 이어가는 중이다. 그런데도 서구 국가들은 이런 ‘평화’를 하마스가 깨트렸다고 한다.

 

10월 7일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나?

 

10월 7일에 하마스와 다른 무장투쟁 단체들은 국경 인근의 이스라엘 마을을 습격했다. 1,200명이 학살당하고 200명은 포로로 잡혀 가자지구로 끌려갔다. 대부분이 민간인이었다. 이스라엘은 보복을 선언하고 지지를 얻기 위해 3가지 선전공작을 펼쳤다.

 

첫째는 영유아 참수설이다. 언론의 합동 현장 실사 중에 어느 한 기자가 군인들로부터 40명의 영유아가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SNS에 올렸다. 동석한 다른 기자들은 이를 듣지 못했으나, 사망설은 인터넷에서 빠르게 퍼지고 어느새 참수설로 변형되었다. 다음날, CNN 등이 이스라엘 정부가 참수를 확인했다고 보도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참수당한 사진을 봤다고 공개 증언했다.

 

그러나 잠시 후 백악관은 그런 사진을 본 적이 없다고 발표하고, 이튿날에는 CNN 등이 참수설을 부인하는 정정보도를 내놓았다. 그렇지만 이미 가자지구 침공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가 확립된 이후였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지하터널로 작전 수행에 차질을 겪었다. 해법으로 바닷물을 끌어와 수몰시키는 방법을 검토했다. 이는 가자지구의 유일한 식수원인 지하수를 크게 오염시키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강하게 만류했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2개월 전에 여성 사망자의 대부분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물적 증거는 사실상 없고, 목격자 증언이 전부였다. 곧이어 이스라엘은 터널을 수몰시켰고 반대는 미미했다. 이후 유엔에서 조사단을 파견해 성폭력을 확인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조사단이 직접 확인한 강간 사례는 다섯 건에 그치고, 그 외 수십 건의 성적 학대나 고문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부 증언은 거짓으로 확인됐다. 언론에 공개 증언한 유대인들은 갑자기 발언을 철회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민간인 사망자가 너무 많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이스라엘은 새로운 이슈를 내던져 주의를 환기했다. 이번에는 유엔 팔레스타인난민 지원기구(UNRWA)와 하마스 간의 연루설이었다. 사람들은 유엔기구가 테러 단체의 온상이었다며 경악했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분담금 지급을 중단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팔레스타인인이 하마스를 지지하기 때문에 UNRWA에서 일하는 팔레스타인 직원들도 하마스 지지자가 많을 수밖에 없고, 이는 오래전부터 너무나도 공공연하게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서구 국가들의 합심으로 연극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민간인 피해가 너무나도 커지자 국제사회는 다시금 대량학살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대량학살

 

반년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3만 3천 명 이상을 학살했다. 사망자의 3분의 2는 여성과 어린이다. 전자의 수치는 팔레스타인의 4천 년 역사를 통틀어도 찾아보기 힘든 규모다. 반면, 후자는 최초의 인종청소가 시작된 1948년부터 오늘날까지 어김없이 계속되는 공식이다. 이스라엘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학살을 자행해 왔다.

 

이스라엘의 무차별학살은 전쟁 초기부터 여러 증거가 제시됐다. 공습할 때 쓴 폭탄의 절반 가까이가 유도 기능이 없었고, SOS를 적은 백기를 들고 나타난 유대인 인질을 즉시 살상하고, 구호물자를 실은 차량과 배급받는 주민을 공격하고, 백 명이 넘는 언론인을 죽였다. 최근에는 이스라엘 정보부가 하마스 대원 1명당 많게는 1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을 죽이는 공습을 허용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주민들을 방패로 쓰고 있다며 민간인 피해의 책임을 전가한다. 그러나 정규군이 없고 크게 열세인 하마스가 게릴라 전법을 사용하는 것은 인류 역사에서 보편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민간인 학살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맹목적으로 옹호하며 중동지역에 대한 정치적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제국주의적 야욕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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