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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주근접’이라는 꿈

오나영

등록일 2024년05월08일 09시32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아침 6시 15분, 아직 잠에서 덜 깬 몸을 일으켜 세운다. 알람은 30분 전부터 울리고 있다.

 

6시 52분 서울역행 열차를 놓치면 20분 뒤에나 다음 열차가 온다(출퇴근 시간대가 아니면 배차 간격은 1시간이다) 아침 시간대에는 10분만 늦어져도 지하철 내 인구 밀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데다가, 20분 뒤에 오는 열차는 급행이라 사람들이 더 많이 탄다.

 

혼잡한 지하철이 싫어서 6시 52분 열차에 타기 위해 아침부터 달린다. 나는 서울에 직장이 있는 30대 경기도민이다.

 


 

작년 크리스마스 다음 날, 명동 광역버스 정류장에 세워진 ‘줄서기 표지판’으로 발생한 ‘명동 퇴근길 대란’을 기억한다. 명동 입구까지 두 정류장이 1시간 30분 걸렸다. 서울역부터 숭례문, 명동 입구 정류장에 버스들이 꽉 찬 상태가 표시된 짤(사진)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비난이 빗발치자, 9일 만에 종료된 이 사태는 경기도에서 서울 도심으로 진입하는 광역버스가 정말 많다는 사실, 다시 말해 직장은 서울이지만 경기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했다.

 

수도권 직장인은 출퇴근을 위해 매일 평균 20.4km 거리를 평균 83.2분을 들여 이동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말 직장인의 출퇴근 이동에 대한 통계 분석 결과(2023년 6월 기준)다. 수도권이 출퇴근 시간과 이동 거리에서 모두 1위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질수록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건, 대부분 인정하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실업급여 수급자격 중에 통근 시간이 포함될까. 더욱이 코로나 시기, 많은 사람이 재택근무를 하며 출퇴근 시간이 없어지니 피로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걸 경험했다.

 

최근에는 하루에 출퇴근 시간으로 60분 이상을 소요하는 사람은 통근 시간이 30분 미만인 사람보다 우울증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1.16배 더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2022년)’는 출퇴근 직장인의 애환을 잘 보여준다. 같은 해 6‧1 지방선거에서 여야 후보들은 드라마를 언급하며 ‘경기도민은 인생의 20%를 대중교통에서 보낸다’는 게 말이 되냐며 너도나도 교통 공약을 쏟아냈다. 하지만 교통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대다수 사람의 꿈이다. 문제는 청년들에게는 더 어려운 꿈이라는 것. 우선 직장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부터 난관이다.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 자체도 적거니와 그마저도 수도권 특히 서울에 몰려있다.

 

취업과 취업을 위한 학업을 위해 수도권에 살 수밖에 없는 구조다(최근 10년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거주지를 옮긴 20대 청년이 60만 명에 달한다).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주거 비용이 발목을 잡는다. 중장년층보다 상대적으로 자산이 적고 임금수준도 낮은 청년들에게 거주지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경기도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1,400만 명 돌파. 1,400만이면 전국 인구 대비 26.7%로 전국에서 4명 중 1명은 경기도에 사는 셈이다. 서울의 집값이 웬만한 월급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다 보니 그나마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 또는 인천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주택 문제 등으로 86만 명 가까운 인구가 서울을 떠났다.

 

역대 정권들이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힘쓰기보다는 동탄, 김포 등 수도권에 새로운 신도시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만을 돌리려 한 점도 경기도 인구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신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여건 특히, 대중교통은 신경 쓰지 않았다.

 

김포한강신도시 주민들이 이용하는 김포골드라인은 정원을 3배 가까이 초과할 정도로 혼잡도가 심각해 승객들이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덕분에 김포골드라인을 ‘김포골병라인’이라고도 한다.

 

‘직주근접’도 꿈이 되어버린 우리 사회. ‘출퇴근에 소비하는 에너지를 다른 데 쓸 수 있다면 나라가 더 성장할 것’이라는 댓글에 공감하며, 출근을 위해 얼른 자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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