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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달랐던 노동절 행사

이동철의 상담노트

등록일 2024년05월07일 11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실록의 계절을 향해 가는 4월의 어느 주말 경기도 부천시 상동에 있는 안중근 공원 한 켠 무대에서는 재즈 선율이 울려 퍼졌다. 무대 주변으로 옛날 급식우유 상자를 깔고 앉은 관람객들은 무대 위 연주자의 흥겨운 연주에 맞춰 손뼉을 치거나 가볍게 몸을 흔들며 공연을 즐겼다.

지난 4월28일 134주년 세계 노동절을 맞아 한국노총 부천 김포지역지부가 개최한 ‘메이데이 재즈 페스타’라는 공연의 한 모습이다. 무대 앞 메이데이 재즈 페스타라는 공연의 제목이 쓰인 조형물을 제외하면 그 어디에서도 노동단체가 주관하는 행사라고 생각하긴 쉽지 않았다.

맞은편 공원 광장에서는 한국노총 부천상담소를 비롯해 부천지역 노사민정협의회, 부천시 일·쉼 지원센터, 부천시 이주노동자지원센터, 부천시 사회적경제센터 등 고용노동 관련 부천지역의 기관들이 천막 부스를 설치했다. 관심 있는 시민들이 각 부스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여해 도장을 받으며 주최측이 선물로 직접 만든 칵테일을 맛볼 수 있는 부대행사였다.

법정 육아휴직을 사용하고도 육아시간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던 어느 여성노동자는 육아 때문에 불가피하게 회사를 그만 둬야 하는 상황에서 경제적 우려가 있었는데 상담을 통해 실업 인정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부천 시민들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의 기준을 고민해 보는 부천지역 노사민정협의회 행사판에는 월급 많이 주는 회사, 근로시간 짧은 회사, 리프레쉬 휴가 주는 회사 등 일자리에 대한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주말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4시간 남짓 진행된 행사에 시민들 수천 명이 다녀갔다. 지난해까지 20여년이 넘도록 노동절 기념행사로 한국노총 부천김포지역지부는 부천시와 함께 유명 가수가 공연하는 대규모 공연 형식의 음악회를 열었다. 수천 명의 시민이 흥겹게 즐길 수 있었고 부천시도 예산을 지원한 티가 팍팍 나는 행사였다. 이런 장점에도 가수 섭외비에 예산 대부분을 소진하고 정작 노동자들의 참여 기회가 부족한 행사의 한계가 컸다.

올해 노동절 음악회 행사를 준비하며 행사를 주관하는 노동단체나 지원하는 부천시 역시 초기에는 대규모 행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행사 실무를 기획한 김준호 한국노총 부천 김포지역지부 기획실장은 행사 주최측 내부에서도 “대형가수가 없는 행사에 사람이 모이겠어?”라며 의구심이 컸다고 행사 준비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던 과정에 주최측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시대의 억압과 차별을 이겨 내며 형성한 음악 장르인 재즈에 주목했다. 134년 전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웠던 노동자들의 용감한 행동을 기리고 오늘날 대한민국의 노동 현안에 대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녹여 내자는 기획을 받아들고는 용기를 냈다. 유명 가수 중심의 공연에서 재즈페스타라는 이름의 시민 참여형 행사로 전환을 과감하게 시도한 것이다.

다만 재즈라는 음악에 담긴 기본 정신에도 불구하고 뮤지션들에게 노동 현안을 일방적으로 홍보해 주라고 요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재즈 공연과 함께 다양한 노동 현안들은 부대 행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설명해 나갔다. 결과적으로 참가자들도, 행사를 함께 준비한 당사자들도 노동절 음악회가 주최측의 일방적 메시지 전달과 귀빈들의 지루한 인사말로 점철된 뻔한 행사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로 기억될 수 있었다.

5월1일은 134주년 세계 노동절이다. 1886년 장시간 노동 철폐를 주장하며 싸우다 죽어 간 미국의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날이다.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이룩한 자본주의 황금시대에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죽어 간 이들을 추모함과 동시에 여전히 열악한 노동의 현실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삶을 바꾸기 위한 과제들이 우리에게 놓여 있다.

장시간 노동의 철폐, 최저임금의 현실화, 노동법 밖의 노동자에게도 보장돼야 할 노동 3권 등 시민들과 함께 노동 현안들을 이야기하며 노동자의 권리와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소통은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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