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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

등록일 2019년06월12일 09시3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이지현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 실장

 

“실장님. 이번 ○○신문에 우리 회사 얘기가 나왔는데요. 그거 사실 아니예요. 그게 사실이면 우리 노조가 가만히 있었겠어요? 이거 어떻게 해야 될까요?”
“실장님. △△신문에 나온 기사요. 억울합니다. 우리도 대표노조 아니었을 때 교섭권 하나도 보장 못 받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대표노조 돼서 똑같이 한 건데 자기들도 그렇게 했는데 우리한테만 나쁘다고 난리예요.”
 

한 달에 두 세 번은 꼭 이런 전화를 받는다. 언론홍보담당자로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어떻게 대처할지 조언한다. 노조에서 대응해야 할 문제인지, 오히려 대응하는 것이 더 안 좋을 수 있으니 그냥 두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거나, 어떤 문제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항의를 하고 그 후에 대응방안을 찾아보자 하고 전화를 끊는다. 
 

문제가 되는 기사는 상대조직이 기자회견을 하거나 보도자료를 뿌려서 기사화 된 경우가 많다. 상대조직이 객관적 사실만 전달하면 그럴 일이 없겠으나, 대부분 자기 조직입장 얘기만 하다 보니 총체적 사실과는 다른 내용이 전달된다. 그럴 경우 기자들은 당연히 상대편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 그건 기자의 소명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기자들 중에도 진영논리에 빠져 일종의 ‘편’을 드는 경우가 상당하다. 보수언론 기자가 일방적으로 사측의 ‘편’에 서는 것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노동담당 기자들이 쓰는 글에는 상처를 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  

 


 

‘왜 그럴까?’ 
 

수도 없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럴 때 마다 한국노총의 역사를 떠올린다. 과거에 잘못한 게 많았으니까 기자들이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그걸 깨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반복하곤 한다. 그런데, 이런 편견이 내가 한국노총에서 퇴직하는 날까지 깨지 긴 할지 의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과연 기자들은 한국노총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그런 낙인을 찍은 것일까? 대한노총에서 한국노총으로 이어진 70년 중 40년은 독재체제 시기였다. 어쩔 수 없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국노총은 과거 행적에 대해 몇 차례 사과 했고, 지금도 반성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 있어선 한국노총에 너무 과도한 낙인을 찍은 것은 아닌지, 그리고 한국노총을 비난할 만큼 자신들은 당당한지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많은 언론들이 독재시절에 보인 행보가 그리 당당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상급단체 갈아탔다고 사라지는 역사도 아니다. 모든 기자들에게 ‘기레기’ 딱지를 붙이는 것이 잘못됐듯이 한국노총 조직이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기자들의 태도도 그렇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더 노력해야 한다. 
 

얼마 전 중앙연구원에서 ‘한국노총 70년 활동과 전략 연구’라는 방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금속노련에서 출발해 한국노총에서 정년퇴임하신 노진귀 선배님의 오랜 노고로 완성된 책이다. 양이 너무 방대해 아직 초반을 읽는 중인데, 인상 깊은 서문 일부를 소개하자면, “역사란 할 수 있는 한 그 시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하고 있지만 불가피하게 현대사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시대든 그 시대의 열정 또는 광기와 상대적 인식 틀을 갖기 때문에 지난 시기를 객관적으로 보려 해도 될 수 없는 일일 것이다”라고 필자는 말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노동운동역사의 시계는 87년에 머물러 있고, 87년의 열정과 광기, 상대적 인식 틀을 가지고 보면 한국노총이 87년 이후의 행보로 객관적 평가를 받기는 아직 이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노총은 더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70년을 희석시킬 수 있을 만큼의 노력을 해야 한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현재와 미래는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한국노총 조직에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한국노총 현장조직들의 행보는 조합원과 국민들이 직접 마주하는 한국노총의 이미지이다. 항상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현장 조직이 되어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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