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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현장에도 ‘백종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등록일 2019년01월10일 09시3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이지현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 실장

 


 

바야흐로 백종원 전성시대다. 처음 그가 TV에 얼굴을 내 비칠 때만 해도 그가 지금처럼 잘나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나의 예상과는 반대로, 그는 요즘 외식사업가 방송인으로 고공행진 하고 있다. 


단연 돋보이는 프로그램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다. 백종원이 장사가 잘 안 되는 골목식당들을 찾아가 문제점을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백종원은 음식 맛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부터 주방 상태, 홀 서빙까지 운영 전반을 점검한다. 만족할 만한 식당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지만, 문제가 있을 경우 냉정하게 평가한다. 출연 식당들이 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 것 중 하나가 위생문제이다. 냉장고에 재료를 너무 오래 보관한다거나 손을 제대로 씻지 않는 문제, 교차 감염의 위험성 등을 잡아낸다. 조리대와 개수대의 위치 등 동선문제, 비위생적인 도구사용 등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다. 이런 과정에서 그가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사장님, 이거 이런 식으로 하면 안돼요!” “이렇게 하면 큰일 나요” “이게 뭐예요. 버려요” 등이다. 정말 크게 화를 내기도 한다. 


식당을 자주 이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평소에 사먹는 음식이 저런 환경에서 만들어 졌구나 싶어 화가 나다가, 백종원이 그런 소비자들을 대신해 화내고, 쓴 소리 하는 모습을 보면 속이 후련해진다. 평소 습관도 돌아보게 된다. 프라이팬 손잡이를 잡고, 냉장고 문 열던 손으로 소금을 꼬집어 음식에 넣고 있지는 않은지, 행주를 그냥 싱크대에 널어 두었다가 다음날 사용하지는 않는지 등등 많은 반성하게 된다.   


노동 현장에도 ‘백종원의 골목식당’ 같은 프로가 있었으면 좋겠다. 산재 사고가 터지고 난 후 보면 상상할 수도 없는 작업환경을 목격하게 된다. 지금까지 사고가 안 난 것이 이상할 정도의 그런 상황. 


충남 당진의 한 제철소에서 29살 청년이 용광로에 빠져 죽는 사고가 일어났다. 회사는 1,600도가 넘는 용광로 옆에 안전 펜스나 벨트도 없이 사람이 접근 가능하도록 만들어놓고, 사고가 발생하자 “가지 말아야 할 곳에 들어간 노동자의 잘못”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에어컨 설치기사 A씨는 아파트 실외기 수리를 나갔다가 4층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유족들이 산업재해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에어컨 설치 직종은 비용절감을 이유로 하청에 하청을 거듭하는 사업구조다. 숨진 A씨의 경우도 가전제품판매업체에게 하청을 받은 업체의 하청업체에서 일했기 때문에 산업재해 ‘보장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하청업체 노동자였던 19살 김 군은 스크린도어 안쪽 선로에서 혼자 작업하다 들어오는 열차에 치어 사망했다. 2인 1조로 작업해야 하고, 열차도 지연시켜야 했지만 비용과 승객불편을 이유로 노동자들의 안전은 무시됐다. 


그리고 얼마 전, 태안화력 발전소에서 25살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는 끔찍한 사고를 당해 죽었다. 역시나 혼자였고, 역시나 노동조건은 최악이었다. 


만약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같은 프로가 있어서 평소에 공장이나 일하는 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장님, 이렇게 방치하면 큰일 나요” 라거나 “사장님, 여기는 안전장치 꼭 하셔야 해요. 안 하면 사고 나요. 이제까지 사고 안 난 게 다행이에요!”라고 따끔하게 지적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어떨까? 노동자들에게도 “안전모, 안전화 꼭 착용하세요”라거나, “힘들쥬? 덥쥬? 춥쥬?”라고 따뜻하게 말 한 번 걸어 주는 프로그램. 아마 그런 프로가 있다면 사용자도 노동자도 산업안전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지 않을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시청률은 안 나올 것 같다. 그러니 그런 방송 프로그램은 절대 안 만들어지겠지?   

이지현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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