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우 뉴스토마토 기자
최저임금이 ‘동네북’이 됐다. 올해와 내년 최저임금이 높게 오르면서, 일부 언론들은 경제의 발목을 잡는 모든 문제가 최저임금 때문인 것처럼 얘기한다. ‘최저임금 때문에 OO하다’라는 문구에 어떤 서술어를 넣어도 말이 될 것 같은 요즘이다.
한 경제지는 지난 24일 최저임금 인상에 일자리를 잃은 고령의 여성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이 안타까운 기사는 현재 해당 경제지의 온라인 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다. 기사가 삭제된 이유는 일어난 적 없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대전경찰청도 오보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해당 기자는 “제보 기사이고, 증언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경제지는 얼마 전 고용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2차 쇼크’가 온다고도 보도했다.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8시간씩 총 16시간의 주휴시간이 최저임금 기준시간(월급)에 더해져 기업들의 부담이 대폭 늘어난다는 게 기사의 요지다. 중소기업이 법 위반을 피하려면 인건비 부담을 40%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고용부의 입법예고를 거꾸로 해석한 오보다.
고용부가 최근 발표한 시행령 개정안은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할 때 주휴수당을 포함하는 걸 골자로 한다. 시행령 개정이 끝나면, 내년 최저시급은 8,350원, 월급 기준 최저임금은 174만5,150원이다. 그럼에도 이 경제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최저임금 ‘2차 쇼크’가 올 것이라며 공포감을 불러일으켰다.
다른 언론들도 앞으로 주 2일(토요일·일요일)의 유급휴일이 포함될 것처럼 보도했다. 시행령이 개정되든 않든 유급휴일은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변하는 건 없다. 기업들은 이전처럼 주휴수당을 지급하면 된다. 혹시라도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체불임금은 정산하고 앞으로 지급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보도는 현행 최저임금 제도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오해를 부른다.
고용부가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주휴수당을 손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7일 최저임금에서 주휴시간은 제외하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진보정당의 일부 인사들도 주휴수당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주휴수당 폐지를 지렛대로 노동계 요구를 관철하자는 것이다.
2년 연속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경영계와 언론은 주휴수당 폐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매년 오르는 최저임금도 문제인데, 주휴수당은 때린데 또 때리는 나쁜 수당이라는 게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주휴수당에 대한 합리적인 논쟁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주휴수당은 장시간 노동을 그나마 줄이기 위한 완충장치 역할을 한다. 휴일근로 중복할증이 폐지된 상황에서 주휴수당마저 폐지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주 5일제부터 흔들리지 않을까. 주휴수당 덕에 급여를 조금이나마 더 받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앞으로 일한 시간만큼만 임금을 받게 된다.
최저임금은 동네북이 되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 제도는 저임금 노동자의 근로소득 하한선을 강제로 정해, 소득을 높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2년 연속 최저임금이 올라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수준이 개선됐다. 소득 수준이 높아진 만큼 삶의 질도 개선됐다. 이것만 보면 현 정부는 제도의 취지를 잘 살린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경제성장의 핵심 대책이 될 수 없다. 그렇듯 현재의 고용절벽도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 아니다. 두 주장은 모두 위험하다.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이 개선됐다고 경제가 개선되길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경기 침체와 고용절벽의 본질은 보지 않고, 기승전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 최저임금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개선방법을 찾으면 될 일이다. 지금은 최저임금을 절대악으로 만들어 헤집으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