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 실장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종편드라마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종영했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스카이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 드라마’라고 소개된 이 드라마는 방송 초반 대치동의 교육 현장을 어느 다큐멘터리보다 더 리얼하게 보여주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과연 0.1%만의 욕망일까?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한민국 상위 0.1%라고 하지만 재벌 수준은 아니다. 자식들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부모의 권력과 부를 대물림해줄 정도는 아닌 것이다. 그러니 공부에 목숨을 건다. 3대째 의사집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고, 검사 출신 아버지는 아들을 대통령까지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런 스카이캐슬의 주인공들을 보며 마음껏 비웃어 줄 수가 없다. 과연 우리 마음속엔 저런 욕망이 없을까?
의사와 판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 최상위 계층이 아니어도 노동계 내부에도 등급이 존재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존재하고, 비정규직 내부도 대기업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비정규직 등으로 철저히 서열화 돼 있다. 노동자들 역시 자녀들이 노동계급의 가장 말단으로 추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교육시장에 합류한다. 정말 돈이 없어서 시킬 수 없는 지경이 아닌 이상 그렇다. 결국 교육수준도 부도 대물림된다. 금수저부터 흙수저까지 사실상 계급사회가 부활했고, 우리는 그 어디쯤에 있든, 최하층이 아닌 이상 그 계급사회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까?
부모들이 사교육을 끊게 하는 것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한두 사람이 사교육을 끊는다고 사교육 전체가 끊어질 리가 없다. 없는 돈을 쥐어짜면서 부모들이 왜 그렇게 사교육에 매달릴까? 아마도 내 자식을 가난한 비정규직 노동자 만들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까?
그러면 노동조합은 무엇을 해야 할까? 직업이 곧 계급이 되지 않도록, 직장에 따라 임금격차가 급격히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 아닐까.
이미 식상한 예일 수도 있지만 벽돌공이나 의사나 생활수준이 비슷하고, 중소기업 하청 노동자이거나 은행노동자이거나 실수입에 거의 차이가 없다면 굳이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너도나도 힘들게 번 돈을 사교육에 털어 넣는 이런 바보 같은 경쟁은 끝나지 않을까 싶다.
정규직노조들은 자신들이 무슨 죄가 있냐고 한다. 회사가 돈을 많이 버는데 해당 기업 노동자들이 임금을 많이 받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한다. 그러면서 그 기업이 하청기업의 단가를 쥐어짜는 것에는 침묵한다. 같은 사업장 비정규직을 조직하는 것에도 소극적이다. 정규직과 대우가 같아지면 정규직이 피해를 보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더 내는 것에도 부정적이다. 몇 해 전 조세제도 개편을 시행한 적이 있다.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결국 정부는 상당부문 세액공제항목을 늘려 다시 세금을 돌려줘야 했다. 이런 식이면 당장 들어오는 돈은 조금 늘어나는 것 같아보여도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돼 결국 손해다.
한국노총 조직부터라도 좀 바꿔보자. 전체 노동자의 일자리의 질이 좋아져야한다. 그래야 내 자식들이, 손자들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노동조합은 개인이 아니다. 가능하다. 그래야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