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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가 ‘어른’들을 없앤다

등록일 2018년09월06일 16시5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이지현 한국노총 교육선전실장

 

매주 한 번씩은 산에 다니려고 노력하고 있다. 40대를 넘으면서 몸 여기저기서 이상 신호를 보내오기도 하고, 하루의 절반 이상을 책상에 앉아서 모니터만 바라보는 것이 잘 사는 건가 싶어서다. 나는 집에서 가까워서 주로 북한산에 간다. 이번 주에도 올랐다. 삼천사 계곡 길을 따라 올라서 청수동암문을 거쳐 문수봉에 오른 후 북한산성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보통 봉우리 근처에서 김밥 등으로 점심을 먹는데 아직 봉우리의 여름 땡볕은 따가워서 조금 더 걸어 대동문에서 점심을 먹었다. 땀으로 흠뻑 젖어 앉아있는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이보다 좋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그 때쯤 두 노인이 도착했다. 배낭을 내려놓고 자리를 잡은 노인은 정말 큰 목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대동문 일대가 그 노인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노인은 문재인 정부가 빨갱이 정책을 펴고 있다고 했다. 급기야 노인은 주변사람들에게까지 말을 걸었다. 일자리가 줄어들어서 54조를 썼는데 영수증조차 없어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개표조작을 통한 부정선거로 당선됐는데, 부정선거를 계속 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민주당이 계속 집권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나라는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못 들어 주겠다고 생각할 때 쯤 좀 젊어 보이는 남자가 말 같지도 않은 얘기 그만하라며, 산에서 예의를 좀 지키라고 핀잔을 줬다. 그 말을 들은 노인이 가만히 듣고 있을 리 없다. 듣기 싫으면 네가 자리를 뜨면 될 것이지 어른한테 버르장머리 없다고 나무랐다. “너는 네 애비도 없냐?”는 말이 이어졌다. 그러자 젊은 사람이 “우리 아버지가 당신 같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 줄 모르겠다”며 “당신은 어른이 아니다. 그냥 늙은이일 뿐이다. ‘어른’이란 말은 당신 같은 사람한테 쓰는 말이 아니다”라며 자리를 떴다. 그 후에도 노인의 욕은 한동안 이어졌다. 하산 길 내내 ‘어떻게 저렇게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이를 먹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그리고 그 노인이 말한 54조 증발설, 대선조작설 등의 출처는 도대체 어디일까 궁금했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스마트폰 사용률은 2012년 상반기 10% 초반에 그쳤으나 2017년 1월 76%를 기록했다고 한다. 또 jtbc가 노인종합복지관과 복지센터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봤더니 응답자의 36%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그 중 19%는 그 뉴스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태극기집회 참가자 70%가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다. 노인들도 더 이상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정보를 접하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소셜미디어 등 뉴스와 정보를 얻는 채널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일방적 주장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관점의 뉴스와 정보를 고르게 취합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그런데 지금 노인들의 스마트폰 사용은 이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세대 간 소통이 아니라 세대 간 고립이 더욱 강화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느낌이다.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층에 비해 사고가 경직된 중장년층들은 본인들이 믿고자 하는 정보만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진단 한 바 있다. 54조 증발설과 대선조작설도 극우주의자가 진행하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대로 둘 수는 없다. 내가 산에서 만난 ‘꼰대’처럼 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꼰대’를 만들어 내지 않는 사회 또한 중요하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자극적인 이슈를 부풀려 의혹을 확대하는 가짜뉴스를 걸러 낼 방법은 무엇일까?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4.2%로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이지현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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