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양 법률의 근로자대표 기능통합에 대한 논의
위원회에서 근로자참여협력법상 근로자위원에 대한 논의는 못했지만, 근로기준법과 근로자참여협력법상 근로자대표기능의 통합에 관한 주장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종래 근로기준법의 근로자대표와 근로자참여협력법의 근로자위원의 기능통합에 관한 얘기가 많았고, 위원회에서도 이에 대한 발제가 있었다(예컨대 유성재(2020)).
노동법 체계적으로 구성원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근로기준법에 규정되어 있는 근로자대표의 법리는 노사협의회의 근로자대표(위원) 법리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통합론이 우세했다(예컨대 박종희(1988), 323쪽). 즉 근로자참여협력법상 노사협의회를 축으로 근로자대표제도를 개편하자는 것이다(강성태(2007), 454쪽; 이정 외(2012), 요약부분; 이승욱 외(2015), 215쪽 등). 이 주장들은 양자의 기능에 중복이 있고, 기본적으로 양 제도가 고용 계속 또는 주요 노동조건의 결정에 있어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는 이해를 전제한다. 그리고 근로자대표제도의 원래 취지에 맞게 통합을 꾀하거나 적어도 근로자위원의 지위와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서 근로자참여협력법의 근로자위원을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고 본다.
현실에서 근로기준법의 근로자대표와 근로자참여협력법의 근로자위원, 그리고 노조법의 노동조합 대표자는 인적·기능적으로 사업장 이익대변 활동에 있어서 중복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따라서 노동자의 참여가 전제된다면, 근로기준법의 근로자대표와 근로자참여협력법의 근로자위원 중 참여의 매개체이자 활동영역이 넓은 근로자위원의 기능과 권한을 중심으로 근로자대표제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다만 사용자위원의 통일된 의견제시, 노측의 사측과 대등한 의견조율능력의 함양 등 실질적으로 노사협의회에서 사용자위원과 대등한 근로자위원의 지위 확보를 위해서는 이른바 ‘근로자위원회’를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제안도 있다(이승욱 외(2015), 262쪽; 김홍영(2017), 170쪽).
3. 경사노위에서 근로자대표 논의 및 합의 내용
현실에서 사업장 노동자들의 집단적 이해대변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 가장 문제시된다. 또는 근로자대표와 노동조합 대표자가 동일하지 않거나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람이 근로자대표가 되지 못한 상황에서 근로자대표와 노동조합의 의견이 서로 다른 경우에 사업장 노동자들의 집단적 이해대변은 문제될 수 있다. 노동조합도 없이 근로자대표가 어용화되어 사측의 의사를 대변한다면 근로자대표의 정당성은 문제될 것이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업 또는 사업장 노동자들에 의해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할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의 근로자대표와 근로자참여협력법 근로자위원의 기능통합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도 기능통합된 근로자대표의 정당성 제고를 위해서 직접 선출은 필요하다.
위원회에서는 다음의 두 가지 사항에 노사정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첫째 근로기준법의 체계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대표의 선출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이에 공익위원 측은 ‘근로자대표 선출 및 지위 등에 관한 특별법’(이후 ‘근로자대표의 선출 및 활동보장에 관한 법률’로 명칭이 수정되었음) 제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이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근로자대표의 임기를 3년으로 하는 것과 근로시간 중에 근로자대표의 활동을 보장하는 것에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둘째 현행 근로기준법상 사업장 또는 기업 내 과반수 노동조합이 당연히 대표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는 것에 큰 이견이 없었다는 것이다. 일부 공익위원의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과반수 노동조합의 사업장 노동자들의 이익대변을 위한 실효성은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위원회에서는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고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있는 경우에,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근로자위원 회의’를 구성해 근로자대표 지위를 갖도록 합의했다. 그리고 노동조합도 없고 노사협의회도 없는 경우에는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근로자대표를 선출하도록 했다(「근로자대표제도 개선에 관한 노사정 합의문」 (2020. 10. 16.) 참고).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Ⅳ. 한국노총의 ‘노동자 경영참가법’ 제안
1. 한국노총의 ‘노동자 경영참가법’ 제안
위 합의 내용처럼, 근로자대표 관련 구체적인 내용들은 노사 간에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선출 절차를 명시할 필요가 있음에는 공감했다. 다만 경영계는 노동계의 근로자대표 상설화 요구에는 반대했다. 그리고 한국노총은 노사협의회 의무설치기준을 30인 아래로 낮추자고 했는데, 경총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일부 공익위원들이 공감을 표하기도 한 근로자참여협력법상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중심으로 근로기준법의 근로자대표제도를 통합하는 데에 한국노총은 원칙적으로 반대했다. 대신 현행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의 규율을 포괄하고 의사결정과정에의 참여 등 경영참가 기능을 강화하는 ‘노동자 경영참가법’ 제정을 제안했다. 한국노총은 이미 1997년~2002년 사이에 3차례에 걸쳐 노동자 경영참가법 제정을 제안한 바 있다. 위원회에서는 이를 장기적 과제로 유보하고 더 이상의 논의를 진척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노동자의 전략적 경영사항 결정에의 참가 필요성을 다시 한번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근로자대표는 사업장 노동자들의 근로관계와 관련한 이해대변의 주체이기 때문에, 전략적 의사결정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사업장 민주주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확대·개선해 갈 필요가 있다.
위에서 살펴본 기능통합에 관한 논의들은 현행 노동관계법 안에서 해석론을 토대로 한 것이다. 그렇지만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보다 적극적·능동적으로 접근하려 한다면, 한국노총이 제안한 ‘노동자 경영참가법’으로 확대·재편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노동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독일 수준의 노동자 경영참가를 사업장에서 실질적으로 정립하고 적용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위원의 보고·협의·의결사항 및 의사결정에의 참여뿐 아니라, 전략적 의사결정 단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노동이사의 존재가 필요하다. 나아가 민간부문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려 한다면 현행 회사법(상법)의 개정까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2. 향후 논의주제와 집단적 이익대표
현재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은 코로나 사태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 향후 고용과 노동, 경제 제반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많은 산업에서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플랫폼 노동 등 비정형 고용 노무제공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사노위는 고용안정성이 낮고 집단적 이해대변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직종에 관한 논의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근로자대표 등 집단적 이익대표제도에 관한 지속적인 정비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때마침 위 의제별 위원회에서도 특수고용직 및 플랫폼 노동의 계약관계에 대한 실태를 다루기 시작했다(경제사회노동위원회(2020. 5.), 41쪽 참고). 이를 토대로, 교섭 및 집단적 이익대표 방식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강성태(2007), “근로자참가제도의 신동향과 과제”, 「법학논총」 제24집 제3호,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경제사회노동위원회(2020. 5.), 2019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활동보고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2020. 10.), “노사정 ‘근로자대표제도’ 개선방안 합의” 보도자료
김홍영(2017), “취업규칙 관련 법리의 문제점과 대안 근로자위원의 사업장협정 도입 모색”, 「노동법연구」 제42호, 서울대노동법연구회
유성재(2020), “근로자대표제도의 입법론적 개선방안”, 경사노위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발표자료
이승욱․박귀천․양승엽(2015), 노동관계법상 근로자대표제도의 개선방안 연구 -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권한강화’를 중심으로 -, 국제노동법연구원/고용노동부
이정․박수근․박지순․권혁․안성호(2012), 노사관계 환경변화에 따른 노사협의회제도 개산방안 연구, 고용노동부
박은정(2020),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을 위한 논점 정리”, 경사노위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논의자료
박종희(1988),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와 사용자가 체결한 서면합의의 효력”, 「안암법학」 제8호. 안암법학회
한국은행(2020. 6.), “경기충격에 따른 가계부문의 부실위험 점검”, 「금융안정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