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욱영 한국노총 정책본부 국장
모두를 위한 기본소득
기본소득 운동의 주창자이자 기본소득유럽네트워크의 창립자 가운데 한 사람인 루뱅대학 교수 필리프 판 파레이스가 야니크 판데르보흐트와 함께 12년의 집필 기간을 거쳐 2017년 발표한 <21세기 기본소득>이 최근 국내 출간되었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과 관심이 없었던 이들 모두가 수시로 참조할 만한 중요하고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는 이 책은 가히 기본소득에 관한 최고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 저자들은 윤리적·경제적·정치적 차원에서 기본소득의 정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재산이나 노동할 의사에 대한 조사없이 개인에게 지급되는 정기적인 현금 소득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공공부조·사회보험 등 기본소득 이전의 제도들을 비롯해 토마스 페인, 조제프 샤를리에, 버트런드 러셀에 이르는 기본소득 논의의 역사도 짚어낸다. 또한 기본소득에 대한 윤리적 반론을 고찰하고 이러한 반론에 원칙있는 답변을 내놓은 자유주의적-평등주의적 정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이주민이 늘어나는 지구화 시대에 국가 차원의 기본소득이 지니는 한계를 지적하며 ‘유럽연합 배당금’ ‘초국가적 기본소득’의 가능성 등을 제시하며 기본소득이 현실적으로 시행되기 위한 다양한 전략들을 탐구하고 있다.
21세기 기본소득의 세기를 꿈꾸며
2016년 스위스는 18세 이상 국민에게 월 2500프랑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안건에 대해 국민투표를 했다. 이는 기본소득이 지나치게 높고 재원도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 부결되었지만, 많은 스위스 국민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지 않은 시간내에 기본소득은 도입이 될거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또한 핀란드, 캐나다, 네덜란드 등지에서는 기본소득에 관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은 4차산업혁명이 이루어지는 AI시대에 빈부 격차가 심화되는 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16세기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에 나왔던 처음 등장했던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현실성 없는 꿈같은 이야기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19세기가 노예 해방, 20세기가 보편적 선거권 도입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기본소득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파레이스 교수는 말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일과 여가 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진정한 자유가 필요하다. 이러한 공정한 자유의 분배는 기본소득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으며, 무수한 도전과 기회들 속에서 점진적 변화와 함께 어느 날 너무나 당연한 인류의 성취물이 되어 있을 것이다.
<새로 나왔거나 주목할 만하거나>
-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민주주의 (정희진 외 지음 / 교유서가 펴냄 / 280쪽 / 1만4천5백원)
- 평온의 기술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펴냄 / 308쪽 / 1만4천원)
- 선한 권력의 탄생 (대커 켈트너 지음 / 프런티어 펴냄 / 236쪽 / 1만5천원)
- 로봇 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 (다카하시 도루 지음 / 한빛비즈 펴냄 / 216쪽 / 1만4천원)
- 21세기 시민혁명 (마크 엥글러 외 지음 / 갈마바람 펴냄 / 536쪽 / 2만6천원)
- ‘알바생’ 아니고 ‘알바노동자’입니다 (오준호 지음 / 박종철출판사 펴냄 / 144쪽 / 1만원)
- 위험한 민주주의 (야스차 뭉크 지음 / 와이즈베리 펴냄 / 464쪽 / 1만6천원)
- 역사의 역사 (유시민 지음 / 돌베개 펴냄 / 340쪽 / 1만6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