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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운동 ‘학습회 조직’을 제안하며

노진귀 전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원장

등록일 2023년12월06일 10시22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3월에 연재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총 8회에 걸쳐 노조 운동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얼개를 이야기해 왔다. 제1화에서는 노조 운동이 운동의 숲과 주체적 측면을 보면서 매무새를 새롭게 해야 함을 제시했다. 제2화에서는 노조 운동도 운동론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얘기했고, 관련하여 각 영역 전략 및 전술 수립을 위해 전략위원회와 같은 것을 구성, 정기적으로 전략 점검과 사업 개발 등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3화에서는 노조 운동이 조합원만 보호하는 방식만으로는 더는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4화에서는 노조 운동이 생산자로서의 조합원뿐만 아니라 소비자로서의 조합원, 지역 주민으로서의 조합원도 보호하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개진했다.

 

제5화에서는 조직체제 재정비에 관해 얘기했다. 조직체제 정비는 산별 전환과 같은 큰 것만 이 아니라 작은 것도 하는 등 실사구시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중소 영세 사업장을 조직하고 이들 조직을 저비용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역 산별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역 조직 강화와 대 산별 기능 상설화 등도 언급했다. 제6화에서는 조직화에 대해서 언급했다. 노총 산별 간 역할 분담이 명확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고, 노총은 산별처럼 필드를 뛰기보다는 노조 조직화에 우호적인 정치적 정책적 환경 조성과 홍보·연구 활동 등을 수행하고, 조직화 지도 작성, 조직화 매뉴얼 작성, 홍보 전략 및 전술 수립 등에 주력할 것을 제안하였다. 제7화에서는 조합재정을 노총, 산별, 지역, 단사 등 각급 조직간 역학관계가 아니라 합리성을 기준으로 해서 배분할 것을 제안했다. 즉 역할 비중에 따라 재정이 배분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 외에도 집행 측면의 투명성과 효율성에 대해 언급했다.

 

제8화에서는 정치세력화에 대해 언급했다. 정치세력화는 기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성과 개선을 위한 교육, 정보제공 등 활동이 필요하고, 간접민주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주권자측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변화의 파고는 상상 초월, ‘1987년 체제’ 벗어날 때

이상의 제언들은 “이제 ‘1987년 체제’의 관성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관점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1987년 체제는 자본의 유연화 공세와 노동 절약적 합리화에 따라, 특히 중·저성장발(發) 노동수요 저하에 따라 그 기반이 무너져왔던 것이 사실이고 때문에 전통적인 노조 운동 전략도 효과를 내기 어렵게 되어 왔다. 운동 관성은 끈질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운동 관성이 어떻게 되든 세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구감소, ‘제4차산업혁명’, 기후 온난화 문제와 ‘신냉전’ 문제 등 4각 파도의 쓰나미가 해안선을 넘어 육지의 발꿈치로 몰려들고 있다. 생산가능인구는 2018년부터, 그리고 전체 인구는 2021년부터 감소세에 들어섰다. 초저출산과 초고령화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어 인구는 점점 더 큰 덩어리로 빠져나갈 전망이다. 그에 따라 경제성장은 밑바닥에 있게 될 것이고 내수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때문에 수출을 늘리고 임금을 억제하는 정책이 나올 것이나 임금억제는 내수 축소를 가져오는 모순적 국면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또한, 노동력 부족은 노동자의 시장상의 지위를 높일 수도 있으나 자본 측이 가만히 있을 리는 없다. 설비 및 기계의 합리화와 공장 해외 이전 등을 추구하게 될 것이며 국가가 나서 고용연장 또는 정년제 폐지, 노동시간 단축, 외국인 노동자 수입 확대 등 이민정책 변경과 비경제활동인구 유인책 등을 추진할 것이다. 4차산업혁명도 자본의 노동 절약적 합리화를 크게 지원할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대응들은 제도의 공백 속에서, 즉 온전한 ‘경영의 자유’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고 그 결과 노동의 지위 약화, 노동자 측의 분열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초고령화는 노인층 부양을 위한 복지재정 소요를 증가시킬 것이며 그에 따른 세제 개편과 복지 품질 저하가 초래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신냉전은 부분적으로는 군수산업의 고용 창출을 가져올 수 있으나 국방비 증가를 촉진하여 복지재정 축소를 가져올 것이며, 이데올로기적으로는 반노조적 정서 강화로 나아갈 것이다.

 

전략적 방향 수립을 위한 ‘학습회 조직’ 제안

4각 파도의 영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 될 것이고 그 위력은 문명의 밑바닥까지 뒤집는 그런 것이 될 것이다. 각각의 주체는 새로운 혼돈을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질서 짓기 위해 칼을 갈 것이다. 그 선두에는 노동과 자본이 있다. 쟁투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현재로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 그러나 자본 측이 칼자루를 쥐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버리기는 어렵다.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으로 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대 재력의 구심력 속으로 정책 결정자와 학자 및 매스컴이 통째로 흡수될 것이 뻔하다.

‘몸뚱이만 가지고 있는’ 노조 운동으로서는 온몸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우선 새로운 환경에서 무엇이 ‘강제력’이고 무엇이 ‘설득력’일지를 정의해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 그런 연후 분명한 입장을 수립하여 대내외적으로 천명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입장’이라는 것은 내적으로는 지도 방향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외적으로는 타 주체들이 노조 운동과 협력할 것인지 경쟁할 것인지를 판단케 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어느 정도는 전략적 고려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장 수립과 관련하여 필자는 우선 학습하는 지도부, 학습하는 사무총국, 학습하는 조직으로 나아갈 것을 제안한다. 솔직히 얘기하면 필자는 학습을 크게 중시하는 세대는 아니다. 필자가 노조 운동을 시작한 시기는 1970년대 말로 당시는 ‘머리’보다 ‘주먹’을 더 중시했던 것 같다. 노조 운동이 임금교섭, 즉 분배에만 주력해도 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래도 되었을 것이다. 적어도 1990년대까지는 큰 문제가 나타났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용위기의 시기에 들어서면서 사정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노조 운동이 ‘주먹’을 시원하게 내지를 수 있는 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머리를 쓰는 것이 불가피해졌고, 지금 맞이하고 있는 낯선 환경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학습활동은 ‘전문적으로 체계화’된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선 외부 생산의 지식을 흡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습활동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조직 내 공감대가 만들어져 가게 될 것이고, 학계나 연구기관과의 네트워크도 자연스럽게 형성되어져 갈 것이다. 학습은 우선 전반적인 개요를 훑는 방식이 될 것이다. 반년 정도 꾸준히 하면 대략적인 방향이 잡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 연후 전담팀을 구성하여 일정 기간 심화 학습을 하고 이후 비전과 전략 및 정책 초안을 작성하면 될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전문가의 조력은 있어야 할 것이다. 전문가는 가능한 한 구 전문성보다는 신 전문성을 기준으로 선정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된다. 그 나물에 그 밥이 되는 것을 막고 변증법적 작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다.

 

전략 및 정책 초안 수립에 있어, 먼저 전문적인 현장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대략적인 실무 초안이 마련되면 광범한 현장토론이 따라야 할 것이다. 토론에는 각 산업, 각 세대 등의 실질적 참여가 필요하다. 특히 소위 MZ 세대의 생각을 반영해야 한다. 세대 간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학습 및 정책 수립 과정은 한 번으로 끝날 그런 것은 아니다. 시행착오를 통한 변경 및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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