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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화를 생각해 본다

노진귀 전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원장

등록일 2023년09월07일 09시39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한국 노조운동은 1990년대에 걸쳐 노동자 대투쟁의 조직화 성과를 거의 다 잃다시피 했다. 이에 위기를 느낀 노조운동은 조직화에 집중했다. 그 결과 오랜 기간 10% 선이었던 조직률이 2020년에 14.2%로 올라섰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1년 동안 조합원 수는 연평균 3.17% 증가하여 노동자 수 증가율 2.29%를 0.88% 포인트 상회했다. 조합원수 감소는 다섯 해에 불과했다. 이처럼 2000년대 들어 1990년대의 긴 감소세를 끝내고 조직을 꾸준히 끌어올릴 수 있었던 요인의 하나는 당연히 노조운동 측의 조직화 노력이다.

 

노조운동은 소극적인 노조결성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적극적인 조직화 활동을 전개해왔다. 노동상담을 통해 노동자들의 노조결성 유인을 제공한달지, 전략영역을 설정하여 특정 부문에 더 집중한달지, 중소 영세 사업장이나 비정규직을 담을 새로운 조직틀을 마련한달지 등 노력을 했고, 더 많은 노동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규약이나 단체협약상의 문호를 개방하기도 하였으며, 공제기능을 주요 활동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조직을 꾸리기도 하였다.

 

조직화 속도 저하와 조직화 환경 악화 원인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마음 놓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조합원 수가 연평균 3.17%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2007년의 8.26%, 2017년부터 2020년까지의 연평균 9.31% 성장 때문이었다. 나머지 16년간의 성장률은 연평균 1.31%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의 노동자 증가율 2분의 1에 불과한 것이었다. 통상적으로는 조직률이 저하할 수밖에 없는 조직화 속도였다 할 수 있다. 조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은 조직화 환경이 그만큼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조결성권을 제외한 대부분 영역에서는 조직화 환경이 악화되었다. 노조 조직화란 노조결성 단계뿐만 아니라 노조결성 이전의 노조결성 욕구 촉진 활동, 노조결성 이후의 유지 활동으로 이루어지지만, 결성 이전단계와 이후 단계의 여건이 만만치 않아진 것이다.

조직화 대상이 주로 중소 영세 사업장이거나 비정규직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또한 과거의 유형이 아니다.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로 정치적 압력이 효과를 내기 어렵게 되어 있고, 주주자본주의적 경영 마인드로 손바닥 뒤집듯 기업을 팔아넘기고 있다.

 

또한, 1970년대에는 80% 이상의 노조들이 유니온숍제를 채택하여 기업 성장의 성과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었으나 언제부턴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유니온숍제 채택 노조는 30%도 안되고 유니온숍제가 있더라도 정규직 종업원 수가 줄어들어 왔기 때문에 그 효과를 내기 어렵게 되어 있다.

 

게다가 2020년대에 들어서는 노조 조직화 대상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계속 증가해온 노동자수는 2020년에 0.53%의 감소를 보였다. 2018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조직화 대상은 앞으로 계속 빠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IT 기술의 보편적 적용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 등 특수고용직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조직화 대상은 갈수록 폭이 좁아지게 될 것이다.

 

이 외에도 노동자들의 노조결성 욕구 또한 성과주의 인사관리 확산에 따라 부정적 영향을 받아왔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들의 근로조건 결정에 사용자의 평가가 노조의 교섭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비정규직은 고용 유지를 위해 노조 참여를 멀리할 수 있다. 노동력 부족의 3D업종 노동자도 노조보다는 이직을 통해 근로조건을 개선하려는 성향이 강할 수 있다.

 

노동조합 조직화 방안 : 조직화 요원 충원, 미시적 방안, 거시적 방안

조직화의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그것을 헤쳐나갈 길이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조직화에는 특별한 왕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 돌파를 위한 끈을 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먼저 조직화 요원이 최소한은 확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조직도 최소한의 인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문제의식에 비해 잘 안되는 것 같다. 몰라서가 아니라 예산 문제 때문일 것이다. 특별한 의지의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해야 하니까.

 

조직화 담당자들은 다음과 같은 예시들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결성 욕구를 강화할 방안은 무엇인가?

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결성 욕구를 촉진할 구체적 정치환경은 무엇인가?

 사용자들의 노조 혐오를 어떻게 줄이거나 제어할 것인가?

 노동자·준노동자의 노조 조직화를 촉진할 노조 조직 틀이나 보완적 조직틀은 무엇일까?

 IT 기술이 어떻게 조직화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인가?

 결성된 노조를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조직틀은 무엇인가?

 

필자는 2015년에 『노동조합 조직화 방안 연구』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의 접근을 하여 결론으로서 ⓵ 조직화 자원의 확충, ⓶ 의식 개선을 위한 교육 및 조직화 요원 훈련, ⓷ 지역산별 건설, ⓸ 조직정책 수립 및 조직간 역할분담체제 구축, ⓹ 조직화 지도 작성, ⓺ 과학적인 노조수요 촉진, ⓻ 초동주체 형성, ⓼ 체계적인 신규조직 유지관리, ⓽ 정치사회적 기회구조 개선, ⓾ 조직화 집행체제 구축 등 10가지 방안을 제언한 바 있었다. 여기서는 ‘조직화 체크리스트 개발’이라는 실무적 과제를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대상 사업장의 경제 상황, 노사관계, 노동자의 역량 등에 따라 차별화된 지도를 하는 것이 조직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고 저비용 조직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의 11가지 제언은 대부분 미시적 방안이다. 그러나 거시적 시각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예시한 2000∼2020년간의 조직화 통계에서 2007년의 8.26% 고성장은 공무원노조법 발효와 관계있었고, 2017∼2020년의 연평균 9.31% 성장은 ‘촛불혁명’이 재벌을 코너로 내몰았던 거시적 상황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

 

노조 조직화에 있어서 정치적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 부분의 역할을 노총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관련하여 필자는 한국퇴직자총연합이 2021년에 발간한 『노동운동 제언』이라는 책자에서 노총의 조직화 역할분담 방향을 특별히 제언한 바 있었다. 노총이 첫째로 중앙 정치무대에서 조직화 환경 개선에 나서고, 둘째로 체계적인 홍보와 연구 및 조직화 지도·메뉴얼 작성 등을 통해 산별의 조직화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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