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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운동, ‘운동영역 확장’이 필요하지 않을까?

노진귀 전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원장

등록일 2023년06월08일 10시27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 노진귀 전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원장

 

앞선 기고에서는 조합원 보호 확대방안을 얘기해 보았다. 동일 연장 선상에서 떠오르는 것은 운동영역 확장 문제다.

노동조합의 운동영역은 노조법상 ‘근로조건의 유지·개선’만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 부분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이든 민주노총이든 강령과 규약에서 광범한 운동영역을 적시하고 있다.

 

이처럼 노조의 운동영역은 통념보다 훨씬 광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에 집중되어 있다. 비록 혁명을 목표로 하는 ‘혁명적 노조주의’라 할지라도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주요 운동 고리로 하고 있다.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이 노동자에게 가장 우선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조차 쉬운 것이 아니고 노조의 인적·재정적 여력도 충분하지 않아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피고용 생산자’ 측면에만 머무는 노동 운동의 한계

그러나 ‘근로조건의 유지·개선’만이 노동자의 권익개선 영역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부분은 노동자의 피고용 생산자 측면에 대한 권익 부분이다. 노동자는 기업의 구성원이기도 하고 소비자이며 유권자, 지역주민이다. 또한, 사회 구성원이고 국민·민족의 일원이기도 하다. 이들 각 측면은 그것 고유의 권익개선 부분을 가지고 있고 그런 점에서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노동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부분이다. 국민이란 대부분이 노동자이기 때문에 국민 따로 노동자 따로 있다고도 할 수도 없다.

 

이런 까닭으로 현실의 노조 운동이 피고용 생산자 측면의 운동만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렇다.

군부독재 시절에는 노조 운동이 구석으로 내몰리자 소비조합이나 신협 활동, 유통 활동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자 했다. 산별 조직에 따라서는 산업정책 개선 운동이나 불공정 거래 근절 운동 등 기업 구성원 측면의 운동도 일상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또한, 환경 개선과 같은 지역주민 측면의 운동을 전개하기도 하고, 유권자 측면의 정치세력화 운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그리고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 사건 규탄, 이라크파병 반대, 통일운동처럼 국민·민족 구성원 측면의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공헌활동도 한다.

 

필자는 노조 운동이 피고용 생산자 측면의 운동에 중심을 두면서도 다른 측면의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물론 다른 측면까지 거들게 되면 피고용 생산자 측면의 운동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을 것이나 제로섬의 사고방식을 탈피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투자로 그 이상의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측면, ‘지역주민’ 측면 등으로 운동영역 확장이 필요하다

운동영역 확장은 두 가지 정도의 이익을 준다. 먼저 노동자의 권익개선 자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소비자 측면을 보자. 한국은 선진적 자본주의 사회로 분류되고 있지만, 아직도 시장이 무언가 공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생산 및 유통 과정에 독과점 불공정거래가 횡횡하고 가격정보도 불투명하다. 실제로 동네 슈퍼를 가보면 슈퍼마다 가격 차가 20∼30%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 타산 없이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출퇴근길 슈퍼에 다니다 보면 손해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입 부르터가며 얻어낸 임금이 무의미하게 새나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시장 거래의 문제는 계약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월세 계약이든 집 매매계약이든 특약 조항을 넣는 문제 가지고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사기 칠 수 있는 빈 구석들이 상당히 있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한국의 사기 범죄 건수가 월등히 많은 이유이다. 딱히 사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특수 전문서비스는 부르는 게 값인 경우가 상당히 있다. 소비자는 정보를 제대로 알 수가 없어, 소위 ‘봉’이 된다.

 

소비자 측면의 정상화 운동은 노동시장 정상화 측면의 운동으로 연계될 수도 있다. 노동자는 지금도 구직 시 상세하고 진실한 근로조건 정보를 얻기 힘들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노조도 그럴 것 같다. 교섭안을 마련할 때 타 노조 근로조건 정보를 충분히 얻지 못할 경우들이 상당히 있을 것이다. 설사 정보교류가 있다 해도 임금의 경우는 기업마다 체제가 달라 비교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근로조건 정보가 이처럼 차단되는 한 노동시장의 원활한 작동은 어렵다. 덴마크의 금속노조가 산별교섭 대신에 임금 정보를 공유케 함으로써 산별 평준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도 정보의 힘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시장 정보 문제는 뒷전이다.

 

지역주민 측면의 운동 또한 삶의 질 개선과 중요하게 직결되어 있다. 지역사회의 생활 인프라 및 복지체제 구축, 환경보호나 기후변화 대응 문제, 주민참여체제 구축 문제 등 모두가 노동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준다. 이 부분은 한국이 선진국형 체제를 갖추는 것이 당면 과제이므로 정치적으로도 기회의 문이 열릴 수 있다.

 

운동영역 확장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 운동’을 구체화하자

운동영역 확장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도 심도 있게 고민되어야 할 부분이다. 모두가 느끼고 있다시피 한국의 노조 운동은 2000년대에 들어 점차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지 못하다. 공무원들이나 정당, 언론들이 노조를 더 쉽게 보게 되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일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사회적 지지 회복 노력을 해보기는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노총은 이미 2000년대 중반경부터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 조합주의’를 표방하여 사회적 고립화 문제에 대응하고자 했다. ‘외국인 투자 유치단’에 참여하기도 했고 시위 문화를 바꾸고자 했으며 사회공헌활동을 해왔다. 무의미한 것이었다 할 수는 없지만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따라서 소비자 측면, 지역주민 측면 등으로 운동영역을 확장하여 ‘국민과 함께하는 운동’에 구체적 의제가 장착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적·재정적 자원이 충분치 않아 엄두를 내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더구나 정부의 재정보조 부분이 중단된 현재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위기가 곧 기회다’는 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실제가 그렇기 때문이다. 사람은 위기 앞에서 각성 된 움직임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러다 보면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기회들도 새롭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어려운 것은 어려운 것이다. 우선은 작은 시도라도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실무간부 1명이라도 배치하는 것이 실천의 시작이 될 것이다. 여지가 된다면 관련 시민단체로부터 영입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시민단체와 연대 속에서 활동이 수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요 활동영역은 우선은 정책·제도 개선과 같은 거시적 측면이 될 것이다. 그러나 공적 자원의 사용이 가능한 부분에서는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상담 및 고충 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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