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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로 가는 갈림길에 선 한국 사회 문재인 정부의 선택은?

등록일 2019년01월11일 09시4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본부 차장

 

2018년은 최저임금 산업범위 조정, 근로시간단축 등 노동정책분야에서 상당한 변화가 확인된 시간이었습니다. 반면 사회안전망 분야는 직접적인 변화보다는 변화를 준비하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고용보험 가입범위 확대, 청년구직촉진수당 도입, 사회서비스원 설치, 국민연금 개편, 커뮤니티케어 도입 등 다양한 내용들이 논의되었고 논의중에 있지만 사실 어느 하나 확정적으로 결론이 난 분야는 많지 않습니다. 아마도 2019년은 사회안전망과 관련된 여러 정책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이 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 결론들은 결국 한국 사회가 어떤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지 크게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굵직한 정책들이 어떤 일정한 방향으로 결정된다면 그것이 곧 복지국가를 구성하는 여러 체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좋은 복지국가로 가기 위하여 문재인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한국노총과 조합원 동지여러분들이 함께 지켜봐야할 세 가지 주요한 지점들을 함께 확인해보고자 합니다.

 


 

국민연금개편, 전국민 노후소득보장 강화 이루어낼까

 

그동안 노동시민사회에서 계속하여 주장하여온 국민연금개혁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제 막 발을 떼었습니다. 사회적 대화기구에 설치된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 특별위원회’라는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전국민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개편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12월 14일(금) 제6차 전체회의에서는 정부가 마련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이 발표되기도 하면서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다시 한 번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현재 사회적 논의의 방향을 국민연금 혹은 기초연금 둘 중 하나를 강화하는 쪽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즉, 국민연금 중심의 개혁과 기초연금중심의 개혁의 대립구도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옳은 방향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리고 크레딧 확대 및 보험료 지원사업 등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당장 현세대 노인들의 노후빈곤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기초연금만 올리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당장 국민연금 보험료 올리기가 부담되어 기초연금만 40만원까지 올린다면 그 또한 중장기적으로 적정한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혹자들은 기초연금을 50~60만 원 정도로 대폭 증액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는 당장의 재정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이 또한 지나치게 미래세대의 재정조달에 대한 부담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 대다수의 동의를 쉽게 얻지는 못할 겁니다. 
 

그래서 이번 국민연금개혁은 국민연금을 일단 제대로 세울 수 있는 방향과 더불어 기초연금 수급범위와 급여액을 조금 더 확대하는 ‘현실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정부는 종합운영계획안에서도 밝히듯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개혁특위에서 결정되는 바를 개혁안으로 최종 확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사회적 논의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정부의 정책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지점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서비스원 설치, 전국적 확산 가능할까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통해 구체화된 바 있는 사회서비스분야의 정책은 바로 ‘사회서비스원’입니다. 어떻게 보면 문재인 정부 복지정책 중 어떤 다른 정책들보다도 색깔이 확실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요양, 보육, 장애, 아동 등 사회서비스분야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국공립인프라를 대폭 확충하는 동시에 그 시설을 정부가 직접 운영, 종사자를 직고용하고 서비스 질을 표준화시키기 위해 사회서비스원을 설치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서비스질 향상 및 양질의 일자리 확충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복지-고용이 결합된 정책적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당시 결정된 사항과는 달리 사회서비스원은 계획보다 매우 느리게 진척된 것이 사실입니다. 본래는 2018년도 하반기 쯤에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최소한 2019년도 하반기에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예정되었지만 이 전체 스케줄이 현재 1년 정도 뒤로 미뤄져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미뤄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다소 소극적인 태도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민간개인공급자들의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민간어린이집, 민간요양원장들이 엄청나게 이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는 아마 예상하기 쉬우실 겁니다. 주로 개인자격으로 사회서비스 시설을 소유, 운영하는 원장들은 대부분 시설을 영세하게 운영하다보니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려 하고 서비스 질을 굳이 높이지 않으려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개인시설이라 굳이 엄격한 회계기준도 적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들을 정부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죠. 반면 노동시민사회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사회서비스원이 조속히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수년간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의 준비는 어느 정도 진척되어왔습니다. 이제는 사실상 문재인정부의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과연 정부가 이에 대해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갖고 지방정부와 적극 협의할지에 따라서 그 속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빠르게 논의하여 이 모델이 빨리 확산될수록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그만큼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고, 전국민이 사회서비스 이용을 통해 느낄 편익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제주 영리병원 허가, 보건의료 공공성 허물기의 시작?

 

물론 이번 정부에서 추진해왔던 보건의료정책의 방향성 또한 사회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공공성 강화 전략에 기초해있었죠. 하지만 최근 이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정치적’ 결정이 있었죠. 바로 제주 영리병원 허가입니다. 현행법상 의료기관은 의료인이나 정부, 비영리법인에 의해서만 설치되어 운영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에는 제주에만 적용되는 특별법(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있고, 307조에는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에 한하여 의료기관을 설치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조항 때문에 십여 년 이상을 시민사회단체가 계속해서 싸워왔습니다. 영리의료기관은 말 그대로 영리행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기 위해 수익을 내기 위한 사업에만 눈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면 환자들이 받는 의료서비스가 수익성에만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기에 결국 의료의 공공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일단은 원희룡 제주지사가 당장 허가해주겠다고 정치적으로 결단을 내렸지만 이후에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노동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어떻게든 이를 막아내려 하고 있죠. 문재인정부도 이에 대해서 분명한 뜻을 나타내야 할 것입니다. 외국자본의 이익에 부합하여 의료공공성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지, 책임 있는 자세로 제주도민과 전국민의 건강할 권리를 위해 함께 싸울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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