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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고갈론 공포마케팅에서 벗어나자

등록일 2018년11월09일 14시09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구창우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

 

2018년 7월 기준 국민연금 현황을 간략히 살펴보면 가입자 수 약 2,200만 명, 납부자 수 약 1,700만 명, 수급자 수 약 450만 명, 연간 급여지출 약 20조, 보험료 징수액 약 40조, 기금적립금 643조에 이른다. 단일 제도로서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만큼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또 관심을 받는 제도가 있을까? 규모면에서 건강보험이 얼핏 비슷할 수 있는데, ‘눈’에 보이고 ‘손’에 만질 수 있냐는 급여 성격 차이 때문에 그 민감도는 비교할 수 없다. 이미 국민연금은 대부분 국민들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있고, 급속하게 고령사회로 전환되는 우리나라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30년이 됐지만, 여전히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이다. 심지어 제도의 지속 가능성마저 계속 위협받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과연 받을 수 있냐는 것이고, 둘째, 노후에 도움이 될 수 있냐는 것이며, 셋째, 기금운용에 대한 불신이다. 그리고 이 모든 불신을 관통하는 한 가지는 기금고갈론 공포에 사로잡힌 국민들의 불안이다. 다시 말해 국민들은 정부가 기금을 잘못 운용해 기금이 고갈되고, 기금이 고갈되면 국민연금을 못 받을 수도 있으며,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 낸 것에 비해 급여가 매우 적어질 것이라는 불안을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보다 ‘노후소득보장’에 집중해야

 

국민들의 이런 불안에 대해 정부나 국민연금공단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적극 해명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그런 불안을 가질 수밖에 없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을 둘러싼 담론이 제도 본연의 목표인 적정한 노후소득보장이 아니라 철저하게 재정안정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기금 규모를 키우고 고갈 시점을 늦추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였다. 


여기에 기금고갈 공포마케팅이 적극 활용됐다. 국민연금이 채 성숙하기도 전에 정부와 언론은 수십 년 후의 기금이 고갈되면 당장 큰일 날 것처럼 계속 호들갑을 떨었고, 실제로 두 차례 급격한 재정안정화 개혁이 단행됐다. 연금 자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던 시절 그저 늙으면 준다기에 어렵게 꼬박꼬박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던 국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재정안정화 개혁의 동력이 됐던 기금고갈론 공포마케팅은 제도불신이라는 강력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국민연금은 기금의 유무와는 별 상관이 없는 제도다. 국민연금은 세대 간 연대에 기반한 사회적 부양이고, 사회적 약속에 따라 현재 근로세대의 부의 일부를 노인세대에 이전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누구든 늙으면 노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소득보장이 필요하다. 그 소득보장을 가족이나 개인에게 넘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책임지자는 것이 국민연금이다. 공적연금으로서 이런 국민연금의 특성은 그 재정이 기금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각 시기마다 근로세대가 부를 창출하는 능력에 달려 있음을 의미한다. 


즉 얼마나 많은 인구가 어떤 생산성을 가지고 일을 하느냐의 문제며, 이는 달리 표현하면 출산율, 경제활동참가율, 고용률, 임금상승률, 경제성장률 등의 문제다. 요컨대 어떤 사회든 노인빈곤을 방지하고 적정한 노후소득보장을 위해서 일정 수준의 급여 지출이 필요하고, 그 사회의 경제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보험료든 조세든 지출에 따른 재원을 마련해 가는 것이 공적연금이다. 국민연금 지출이 60~70년 후 노인인구가 40%에 달하는 시점에도 GDP 대비 9% 정도에 지나지 않고, 현재 유럽 국가들의 지출 수준보다 낮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회적 부양으로서 국민연금의 재정에 감당할 수 없는 큰 위기가 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이 쌓이는 것은 급여를 받는 사람보다 보험료를 내는 사람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제도가 성숙하고 수급자가 많아지면 기금의 규모는 자연스레 줄어들고, 완전히 소진될 경우 건강보험처럼 그 해 재원을 마련해 그 해 급여를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험료율도 점차적으로 적정한 수준으로 올라간다. 


우리보다 공적연금을 먼저 시행한 나라들은 대부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미 기금이 소진돼 공적연금을 부과방식으로 운영한다. 기금을 가지고 있어도 준비금 성격의 몇 주 또는 몇 개월 치에 지나지 않고, 많아야 3~5년 치 급여를 지출할 정도의 기금만 가지고 있다. 크게 부과방식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며, 기금이 없거나 작다고 해서 재정이 불안하다고 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현재 30년 치의 기금이 쌓여 있고, 첫 수지적자가 발생하는 2042년에도 10년 치에 달한다. 기금이 소진되는 2057년까지 보험료율을 전혀 올리지 않아도 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다. 기금 규모가 줄어드는 시기에 맞춰 자연스럽게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을 준비해 갈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 

 

기금고갈론은 연금제도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부터 비롯된다

 

사실은 이런데도 한번 자리 잡은 기금고갈 공포마케팅의 위력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자연스런 기금소진을 재정파탄으로 직결한다. 아직도 공적연금에서 기금고갈이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이며, 많은 나라들이 그런 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대부분의 국민들이 모른다. 또한 국민연금은 본인이 납부한 보험료에 기금운용에 따른 이자를 더해 돌려받는 개인연금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많은 국민들이 모른다. 국민연금의 재정이 기금수익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인구구조와 노동시장, 경제적 변화에 근본적인 영향을 받는 것 역시 잘 모른다. 국민연금 재정추계가 그리는 70년 후의 한국사회가 현재보다 노동인구가 절반으로 감소하고, 성인 둘 중의 하나가 노인이며, 경제성장이 멈춘 사회라는 것도 잘 모른다. 나라가 망해 가는데도 기금은 계속 있어야 한다는 국민연금 재정안정론자들의 어이없는 주장들이 아직도 횡행한다.


기금고갈 공포는 허상이다. 공적연금에서 기금고갈은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할 뿐이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 인구구조와 불안정 노동시장을 감안하면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이 불가능하고 주장하지만, 나라가 망해 가는 그런 사회· 경제적 환경을 계속 방치하는 과정에서 기금을 계속 더 쌓자는 주장이 훨씬 비합리적이다.


대부분 복지국가들이 모두 갔던 길이고, 우리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앞으로 인구구조와 노동시장을 안정시켜 재정기반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향후 제도가 성숙해 신뢰가 확보된 시점부터 보험료율을 적정수준으로 조금씩 올려나간다면 국민연금 재정은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안정적이다. 지금까지 기금고갈 공포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축소로 이어지고 사적연금 마케팅에 이용되어 왔다. 그 결과는 우리 노후의 불안이다. 기금고갈 공포마케팅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우리 노후를 지키는 싸움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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