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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 과제

등록일 2018년11월09일 14시1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국민연금 가입자는 사업장 적용대상 확대와 가입기준 완화로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으나, 적용 대상 가운데 약 484만 명이 납부예외거나 장기체납으로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저임금·비정규직일수록, 작은 사업체에서 일할수록, 여성일수록, 저소득 지역가입자일수록 가입률이 낮다. 노동시장에서의 고용형태나 종사상 지위에 따른 차별적 구조가 국민연금 가입에도 그대로 투영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근거로 국민연금은 ‘정규직 연금’이고 오히려 불평등을 확산시킨다며 국민연금 축소를 주장하지만, 악의적이거나 무책임하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2,185만 명인데, 이중 납부예외자를 제외한 가입자 중 50.7%(927만 명)이 200만 원 소득 미만 가입자이고, 300만 원 미만은 70.7%이다(‘18년 7월말 기준). 대다수 노동자 서민이 국민연금을 통해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배제된 이들 역시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국민연금 사각지대는 제도자체보다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 낮은 제도 수용성, 지역가입자의 낮은 소득파악 등이 다소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그러다보니 해법도 다양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인상,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등과 같이 저임금·불안정 노동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동정책도 중요하고, 기여를 전제하지 않은 기초연금 강화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더불어 국민연금 제도 자체적인 노력도 중요한데, 핵심정책과제로는 보험료 지원 및 크레딧 제도 강화가 있다.

 


 

두루누리 보험료 지원 강화

 

두루누리 보험료 지원은 2012년 7월부터 10인 미만 사업장의 저임금 노동자와 사용자에게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의 보험료 일부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2018년 현재 소득기준 190만 원 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일정 근로소득(연 2,508만 원)과 종합소득(연 2,280만 원) 이상인 경우는 제외된다. 지원수준은 다소 복잡해졌는데, 신규가입자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은 보험료 90%를, 5인 이상 10인 미만은 80%를 지원받는다. 가입한지 1년 이내 사업장 가입이력이 있는 기존가입자는 40%를 지원받게 된다. 애초 신규여부와 상관없이 절반을 지원하던 방식에서 차등방식으로 변경된 것이다. 또한 최대 지원기간이 36개월로 제한됐다. 보험료 지원 사업이 보다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10인 미만 사업장 가입기준에 따른 차별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보험료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소득수준과 사업장 규모라는 이중적 기준을 모두 갖춰야 한다. 아무리 190만 원 미만의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1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면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다. 10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 역시 사각지대 비중이 적지 않다. 사업장 지원 대상범위를 30인 미만까지 확대하거나, 사업장 기준을 없애는 대신 30인 이상을 고용할 정도로 일정정도 지불능력이 있는 사업장은 노동자만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둘째, 차등지원은 단순화하고 지원 기간은 최소 5년 이상으로 확대해야한다. 신규가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것은 이해하나, 신규 가입 내에서도 사업장 규모(5인 여부)에 따라 80%와 90%로 차등하고 있는데, 재정을 줄이는 것 말고 어떤 효과와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신규 및 기존 가입 구분도 사실상 무의미하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규모변동이 빈번한데, 10인 미만 사업장의 이직률은 72.8%, 비정규직 평균 근속 1년 미만이 55.5%로 매우 높다. 현행 기준대로라면, 3개월 일하다 1개월 쉬고 다른 직장으로 이직한 경우 신규가입자로 분류돼 40%만 지원받게 된다. 또한 기존에는 지원기간 상한이 없었으나 올해부터 3년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저임금·비정규 노동의 특성을 고려하면 ‘가입유인’보다 ‘가입유지’도 중요하다. 국민연금을 받기 위한 최소 가입기간이 10년임을 감안한다면 최소 5년이나 최대 10년으로 완화해야 한다.


셋째,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보험료 지원을 신설해야 한다. 그나마 노동자는 보험료의 절반을 사용자가 부담하고, 농어업인 역시 최대 기준소득금액(91만원) 이하에 해당하는 납부보험료의 절반을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영세자영업자는 이보다 소득이 유사하거나 낮아도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번 제도발전위원회에서도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고, 최근 20대 국회에서도 관련법 개정안이 제출되기도 하는 등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크레딧 제도 강화

 

크레딧 제도는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가치에 대해 가입기간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선진국의 경우 기술교육·직업훈련, 돌봄이나 사회봉사, 질병이나 장애 등 다양한 형태로 크레딧 제도를 도입해 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출산, 군복무, 실업에 대해  크레딧 제도가 시행 중인데 이 역시 개선해야할 과제가 많다.


첫째, 여성의 연금수급권 확보와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위해 현행 둘째 아이부터 적용되던 출산크레딧을 양육크레딧으로 변경해 첫째 아이부터 적용해야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행위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에 현재 국가의 지원 비율(국가 30%, 기금 70%)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둘째, 군복무 크레딧은 현재 6개월만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병역의무 수행기간에 대한 사회적 기여뿐 아니라 경제활동을 위한 사회진출이 늦어지는 만큼 군복무 전체 기간에 대해 인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공무원연금뿐 아니라 스웨덴, 독일 등에서도 복무 전체 기간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인정소득 역시 전체가입자 평균소득(A값)의 50%에서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셋째, 크레딧 제도에 대한 재정지원은 사전 보험료 지원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딧은 2008년부터 시작됐지만, 출산크레딧은 2017년까지의 수급자가 총 901명, 지급금액 약 8.6억에 불과하고 군복무 크레딧은 지출된 예산이 없다. 이런 지원제도가 있다는 것, 심지어 본인이 수급권을 확보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노령연금을 받을 때 지급되는 사후지원방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구체적인 분담률, 국고지원 부족분에 대한 정산근거의 명시적 기준이 없다. 정부의 재정책임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고, 정책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사전지원방식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장애연금과 유족연금에도 크레딧 적용이 가능하다.


넷째, 청년을 위한 크레딧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고, 사회진출 역시 늦어지고 있다. 자연스레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책임져야할 문제이다. 취업을 위한 직업훈련이나 능력개발을 위해 교육받는 기간 중 일부를 가입기간으로 인정하는 직업훈련크레딧을 신설하거나, 생애 최초 연금보험료를 3개월 간 국가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청년크레딧을 도입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포용적 복지’가 사회적 배제와 차별을 줄이기 위한 국가차원의 적극적 노력이라고 해석했을 때,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는 그만큼 중요한 위상을 지닌다. 현재의 빈곤이 노후의 빈곤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어렵게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 특별위원회’가 발족했다. 모든 국민을 위한 국민연금이 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합의와 실질적 개선이 이뤄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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