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목 한국노총 정책본부 차장
국민연금을 개혁하자는 사회적 논의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10월 12일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는 연금개혁특위를 설치하여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를 감안하여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해보자는 의미 있는 합의가 도출되기도 하였습니다. 같은 날, 노동시민사회 여러 단체들이 함께 만들어 준비한 ‘한국사회포럼’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감안하여 한국노총 정책세션으로 [국민연금을 ‘말’하다]라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이 자리는 국민연금과 관련하여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와 청년 및 노년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여 자유롭게 발언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구창우 사무국장, 노년유니온 고현종 사무처장, 이화여대 대학원 박사과정 김윤영 선생님,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정초원 활동가가 참여하여 ▲국민연금과 관련된 언론의 보도, ▲국민연금개편안에 대한 각자의 평가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에 대한 생각 등을 중심으로 솔직담백한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이 논의를 재구성하여 ‘활동가들이 말한 국민연금 이야기’를 주제로 조합원 여러분들에게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국민연금을 다루는 언론의 ‘기금고갈’ 공포마케팅
국민연금이 언론에서 다루어지는 방식은 사실(fact) 중심의 ‘정보 전달’보다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쪽으로 많이 이루어집니다. 기자들도 국민연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다 보니 잘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보전달에만 치중하여 제대로 된 메시지 관리가 안 되기도 하는데요. 과거부터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기금고갈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특히 언론들이 국민연금의 기금소진에 관하여 자극적인 제목을 뽑는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충분한 정보제공을 하지 않는 정부의 문제가 있고, 언론계에 종사하는 기자들도 충분히 내용을 모르면서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되었습니다.
심지어 내용 자체도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요. 일부 경제지에서는 ‘개인연금이 국민연금보다 훨씬 더 급여를 많이 보장한다’는 식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개인연금이 물가상승률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문제라든가, 개인연금 유지율이 수년간 50% 정도밖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따져봤을 때 사실과 다른 보도를 자행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이러한 언론의 보도는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청년층은 아무래도 이러한 영향을 많이 받아,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많이 커지게 되고 실제 제도에 대해 이해하더라도 심정적으로 거리가 생기게 된다고 합니다. 노년층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국민연금을 조금이라도 받고 있는 사람들과 전혀 받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 간의 인식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받으시는 분들은 언론의 공포마케팅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제도를 제대로 고쳐야하는 것 아니냐고 인식하고 있고, 전혀 받지 못하시는 분들은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공무원연금 등 다 국가재정 안 들어가는 쪽으로 깎아야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인식을 한다는 겁니다.
현재 국민연금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집중분석하는 연구가 진행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지난 10여 년간의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실제 보수성향의 언론에서는 국민연금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도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노동시민사회가 계속해서 언론을 감시하고 적극적으로 제대로 된 정보를 충분히 공유하는 등의 활동이 전개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국민연금개편안, 어떻게 보고 있나
지난 기관지에서도 소개되었던 ‘국민연금개편관련 공청회’에서도 나왔던 전문가들의 개편안이 논의되기도 하였습니다. 제4차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에서 논의된 전문가 중심의 개편안도출에 대해서 약간씩의 의견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복지부의 과정관리상 잘못은 인정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직접 공청회를 하기 훨씬 이전에 언론에서 보도되어 국민들의 혼란이 야기되었고,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된 정보를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이 노출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부는 국민연금개혁에 대한 정부의 제대로 된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생각을 나타내었습니다.
개편안의 일부에서 언급된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란 단일한 제도가 아니라 여러 제도를 통해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방식을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어느 나라든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연금제도(주로 공적연금)를 중심으로 여러 제도들이 합쳐져서 국민들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에는 사실 국민연금이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이 일부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사실 일부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마치 모두가 동등한 역할을 해야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기초연금이나 퇴직연금이 국민연금보다 더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효과적이지도 않습니다. 이 논의가 특히 저에게는 국민연금 개혁을 왜 지금, 반드시 해야하는지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다층노후소득보장제도를 이야기할 때, 차라리 노인들을 위해서는 전체 공적연금을 하나로 통합해서 최소한도 이상은 주게 하면서 낸만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하는게 어떻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현재처럼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다 나뉘어있으면 노인의 입장에서는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나이가 들면 이곳저곳 다 챙기기도 힘들고 깜빡하기 쉽기 때문에 수급자들의 처지를 이해해준다면 한 번에 알아서 잘 지급해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국민연금개혁은 ‘버스여행’과 같다
마무리하면서, 90분가량 진행되던 세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 이야기를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당일 플로어에서도 국민연금개혁과 관련하여 여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 세션에 참여한 한 분께서는 국민연금개혁을 ‘버스여행’으로 빗대어 이야기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국민연금개혁과정을 한 달 짜리 버스 여행이라고 비유한다면, 지금 상황은 버스점검을 해봤더니 기름이 2~3주치밖에 없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는 겁니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은 ‘버스를 해체하고 그냥 여행 각자 알아서 하자’고 주장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기름도 좀 더 넣고 타이어도 갈고 엔진도 손보면서 계속 여행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어떤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같이,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게 연대입니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연대에 기초한 사회보험제도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연대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번 세션을 통해서 국민연금개혁이 연대의 확장이라는 산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노총이 앞장서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습니다. 더불어 정책실무자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조합원 여러분들도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시고, 국민연금이 바로 설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