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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영리화 저지를 위한 제주 원정투쟁

등록일 2019년04월09일 16시57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김윤정 한국노총 정책본부 차장

 

한국노총은 지난 3월 4일 오후 3시, ‘제주도 영리병원 철회와 원희룡 도지사 규탄 원정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은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원 허가 마지막 날이었다. 의료법(64조)는 ‘개설허가가 난 날부터 3개월(90일) 이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84조(청문)에는 제64조에 따라 개설 허가를 취소하기 위해서는 청문절차를 거치도록 정해져 있다. 이에 녹지그룹이 2월 말 제주도에 병원 개원 시한을 연장해달라는 요청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녹지국제병원의 개원 시한 연장 여부가 이날 결정남에 따라 제주도민뿐만이 아니라 노동, 언론, 시민단체는 제주도가 어떤 입장을 발표할지 주시했다. 마침내 이날 오전 제주도는 개원 연장 신청을 불허하고 ‘외국 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을 진행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간 노총중앙과 산별들이 함께 제주지역신문에 성명서를 게재하는 등 영리병원 저지를 위한 투쟁을 함께 하면서 얻어낸 결과이다.

 

제주도의 입장 발표 이후 한국노총은 같은 날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녹지국제병원 개원 연장 신청 불허를 환영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아울러 청문절차를 통해 각종 의혹을 밝히고 영리병원 개원 허가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도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영리병원 개원을 허가한 원희룡 도지사를 규탄하고, 의료공공성을 훼손하는 녹지그룹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기자회견 이후 제주도청 실·국장과의 면담을 통해 영리병원에 대한 문제점을 재차 강조하고, 녹지그룹에서 추진하고 있는 카지노 사업장인 드림타워 공사대금 체불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노동시민단체와 언론이 제주도 영리병원을 주목하는 이유

 

영리병원은 우리나라의 의료공공성을 훼손하고 국민건강보험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도입되지 못한 정책이다. 의료법상 우리나라에서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면 비영리법인만이 가능하다. 비영리병원은 이윤을 외부로 유출할 수 없어 병원의 시설 및 인력에 재투자 할 수밖에 없다. 반면 영리병원은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배당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을 적게 쓰게 되고, 당연히 의료서비스와 노동 환경은 열악해진다. 더구나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의료비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어 비싼 진료비로 인한 의료불평등을 야기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영리병원은 기존의 비영리병원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나라 의료법은 의료사업 자격을 개인의사와 비영리기관으로 한정하고 외부 투자를 금지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도특별법)’으로 제주도와 8개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은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 등 6곳이며, 제주도를 포함하면 이미 전국에 걸쳐있다. 결국 제주도의 영리병원 허가 승인은 경제자유구역에 추가적인 영리병원 설립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모두가 이를 막고자 영리병원 개원 저지 투쟁 전선에 뛰어들었다.    

 

녹지국제병원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

 

녹지국제병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국내 첫 영리병원을 추진했다. 2017년 7월 47병상 규모의 병원 건물을 신축하고 그해 8월에는 제주도에 병원 개설 허가를 신청했다. 


2018년 3월, 제주도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문제를 공론화 절차를 거쳐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위원회는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불허' 권고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원희룡 지사는 공론조사를 결과를 무시하고 2018년 12월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허가하되 내국인을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을 붙였다. 하지만 조건부 허가 승인과 관련해 제주특별법(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등에서는 명시적으로 외국인 대상 병원으로 특정하고 있지 않다. 

 

더불어 국제녹지병원에서 특별한 사유 없이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고 진료를 거부할 시 국내법(의료법 15조 진료거부금지 등)을 위반하게 된다. 내국인 진료를 금지할 법률적 근거도 없다는 점에서 제한적 허용은 별 의미가 없다.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우회투자이다. 녹지그룹은 중국내 부동산 자본이다. 제주특별법 등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사업시행자의 유사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병원 사업 경험이 없는 중국 녹지그룹은 국내에서 영리병원 사업을 하기 위해서 국내 의료법인을 파트너로 둘 수밖에 없기에 국내 의료법인의 우회진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그러나 이러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개원 허가를 승인했다. 제주도가 허가를 내줬지만 제주도만 책임을 져야하는 건 아니다. 병원 사업계획서 심사 과정에서 나타난 위법성을 은폐하고 졸속처리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과 제주도에 ‘내국인 진료 제한은 의료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전달한 박능후 장관, 녹지그룹에게 병원 사업을 유치한 제주국제자유도시장본인개발센터(JDC)에게도 이 사태의 책임을 물어야한다. 

 

병원 개원 허가 책임을 미루는 녹지그룹과 제주도, JDC

 

지난 3월 26일 비공개로 진행한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허가’ 취소 청문회에서 녹지그룹은 의견서를 통해 사업경위를 공개했다. 제주도의 개설 허가 취소를 추진하는 게 부당하다는 의견과 병원 경험이 부재했음에도 제주도와 JDC가 영리병원 사업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녹지그룹은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관련 전문업체들과 다양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시인했는데, 이는 국내자본의 우회투자를 금지하고 있는 요건을 심사에서 철저하게 검증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녹지그룹은 제주도와 JDC가 내국인 진료를 전제로 개설 허가를 진행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이 3개월 이내에 영업을 개시하지 않은 것, 제주도의 점검활동을 기피해왔다며 귀책사유를 돌렸다. 청문회 결과는 4월 초에 공개된다고 한다. 

 

녹지국제병원 개원 반드시 막아야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는 취소되어야 한다. 녹지그룹은 병원 개원에 관련한 귀책사유가 제주도에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개원 영업일이 다가오기 전에 병원의 핵심인력인 의사가 단 한명도 녹지국제병원에 채용되지 않았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진료를 개시하기 위해서는 의사면허증을 제출해야 하지만  추가적으로 의사를 채용하지 않은 만큼 개원허가 취소 요건은 충분하다.   제주도와 복지부, JDC는 지금이라도 영리병원을 취소하고, 공공병원 인수 혹은 요양병원 등으로 제주도민에게 돌아 갈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원희룡 도지사는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를 존중하고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막아야한다. 제주도는 3월 4일 브리핑 중에 제주도가 행정소송에 지면 허가 취소 처분 자체가 없어지고, 내국인 진료가 가능해져 병원 개설 허가가 부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들의 힘으로 막아낸 녹지국제병원 개원 저지가 행정소송으로 인해 다시 가능해지는 일이 없도록 한국노총과 연대단체들은 이를 막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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