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기고] 정의로운 전환과 젠더

정은아 정의로운전환을위한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등록일 2022년08월01일 09시1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해 정부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안을 발표했다. 지구평균온도를 1.5도 아래로 제한하기에는 부족한 목표인데도 에너지와 산업 분야는 각각 44%, 14.5%의 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 변화에 따른 충격은 피할 수 없다.

 

게다가 폭염, 가뭄, 홍수 등 기후위기와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난, 개인적 부담 증가, 노동생산성 급락 및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경제·금융위기까지 일으킬 수 있다. 2020년 국제결제은행(BIS)는 ‘그린스완’이라는 용어로 기후위기가 생태계와 사회를 위협할 뿐 아니라 금융위기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때도 내 일자리가 안정적일 수 있을까?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나 전기차 전환은 지금 당장 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후위기와 산업 전환이 영원히 내 일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 출처 = 정의로운전환을위한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페이스북

 

한국의 중공업 위주의 수출지향 경제 체제는 지속될 수 없다. 기후위기 대응은 경제, 사회, 정치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그리고 한국 경제 체제의 바탕을 이루는 중공업 분야에는 남성 노동자가 많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선임연구원은 한국 탄소유발계수 상위 5개 업종 종사자 3,142명 중 여성이 21%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1) 바꿔말하면, 전환의 영향을 먼저, 많이 받을지 모르는 업종에 종사하는 남성이 80%에 달한다는 뜻이다.

 

전환을 앞둔 노동자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셋 중 하나다. 지역 내에서 다른 업종으로 전직하거나, 지역 내에서 같은 업종에 머무르거나, 다른 지역으로 전환배치 되거나. 다른 지역으로의 전환배치는 단순한 이직이 아니라 이주이며, 거주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2) 군산시 사례를 보면 지역 내에서 같은 업종을 찾기도 쉽지 않다.3) 그럼 지역에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지역 내 재취업은 쉽지 않을 것이며, 재취업을 한다 해도 이전보다 더 질 낮고 불안정한 일자리에 일할 가능성이 있다. 지역을 먹여 살리고 일자리를 공급하는 기업·산업이 사라진다는 것은, 일자리 축소와 전반적인 지역 경제 쇠퇴를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위스콘신주 소도시 제인스빌에서 GM공장이 철수한 후 주 정부와 지역 교육기관은 다양한 재교육을 제공했지만, 재교육 해고노동자의 임금과 취업률은 재교육을 받지 않는 노동자들보다 낮았다.4) 탈석탄 모범 사례로 꼽히는 독일 중부 루르 지역에서 폐광 이후에도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지 않은 광부와 노동자들은 더 열악한 일자리에서 일해야 했다.5)

 

그런 상황에서 그나마 남아있을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불안정하고 저임금인 서비스업이다. 198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폐광 지역에서 다시 일을 찾고자 하는 남성 노동자들이 찾을 수 있는 일자리는 이전보다 불안정하고 저질의 저임금 서비스업 일자리가 다수였다.6) 국가 차원의 경제 정책 변화로 인한 서비스업 증가와 지역 쇠퇴로 이전에는 주로 여성들이 종사하던 저질의 저임금 서비스업 일자리만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 것이다.

 

군산시 한국GM 공장 폐쇄 1년 이후 한겨레21 인터뷰에서 한 노동자는 대기업 정규직에서 청소노동자가 된 상황을 껄끄러워했다.7) <군산시 고용위기 지역 운영성과 및 평가 보고서>는 말미에서 실직자가 고임금 제조업 위주 직장에서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서비스 일자리로 전직할 유인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8) 지역 내 재취업이 임금과 노동수준 하락과 동의어가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 내 서비스업, 돌봄일자리 등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의 개선을 위해 정책적 노력에 나서야 한다.

 

특히나 기혼여성이 상대적으로 전환배치와 이직 문제에서 지역에 남기를 선택하는 경우를 고려하면9) 전환 과정에서 여성 일자리와 여성 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지역 내에 남더라도 새로운 직장에서 성차별을 겪고 싶지 않아 분야를 옮기겠다는 기술직 여성노동자, 학령기 자녀와 남편의 직장 때문에 타 지역으로 전환이 어렵다는 사무직 노동자 사례를 예로 들 수 있다. 돌봄노동, 특히 양육의 책임을 여성이 상당부분 지고 있는 현실에서 여성은 생애주기 전체에서 자신의 일자리와 가정을 동시에 고려한다.10) 정의로운 전환은 불평등한 노동시장구조로 나타날 수 있는 비대칭적 영향을 고려하고, 나아가 기존의 성차별하고 불평등한 노동시장 구조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한편, 노동자 한 명의 해고와 재취업, 전환배치는 노동자만의 일이 아니다. 특히 가족은 불안정에 깊이 연루된다. 앞선 영국과 미국의 탈석탄 사례에서 여성들은 기존의 돌봄 노동에 더해 가계를 부양하기 위한 임금노동의 부담을 추가로 졌으며, 남성들의 정신·감정적 문제를 돌봐주는 감정노동까지 수행했다. 정의로운 전환의 대상이 되는 노동은 임금노동만이 아닌 가정 내 돌봄 노동까지도 포함해야 하며, 노동자 개인이 아닌 가족 단위의 정의로운 전환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나 감정적 문제는 단순히 막막함, 무기력함, 우울함보다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가장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열패감은 가정 내에서 남성의 지위를 확인하기 위해 주먹을 휘두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실제로 영국과 미국 탈석탄 과정에서 가정 폭력이 문제가 됐다. 정부와 지자체 온실가스 감축과 일자리 정책이 여성·가족 정책과 연계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미주>

1) 김종진, 2021, ‘기후위기와 노동의 정의로운 전환: 노동시장의 제도적, 실천적 대응 과제’

2) 전주희, 2022, ‘발전소 폐쇄에 따른 차별적 고용위기의 실태와 문제점’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안정방안 토론회 자료집

3) 하승우·박관성, 2022, ‘지역에서의 정의로운 전환: 한국GM사례로 본 시사점’ 정의로운전환연구단

4) 저자는 재교육을 받지 않고 취업한 노동자들이 재교육을 받은 노동자들보다 능력이 뛰어나 교육없이 취업이 가능했거나, 교육을 받는 기간 동안 먼저 취업에 성공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것은 에이미 골드스타인, 2019. 『제인스빌 이야기(이세영 옮김)』를 참고할 것.

5) 한재각, 정은아, 2020, <탈석탄 예정지역의 이해관계자 분석과 사회적 대화 방안 모색>

6) Isabell Braunger, Paula Walk(2022), Power in transitions: Gendered power asymmetries in the United Kingdom and the United States coal transitions. Energy Research & Social Science. (87)

7) 한겨레21, ‘’공장이 떠나간 도시‘ 군산이야기’ 2019.7.3. 마지막 검색일 2022.07.17.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47286.html

8) 군산시, 2020, <군산시 고용위기지역 운영성과 및 평가 보고서>

9) 정은아․정보영, 2022, ‘정의로운 전환의 젠더화’ 정의로운전환연구단

10) 클라우디아 골딘, 2021 『커리어 그리고 가정(김승진 옮김)』 생각의 힘
정은아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