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년 동안 자본주의 생산방식은 파괴적 성장이었다. 가치 있는 녹색성장을 위해 생산방식과 소비방식은 물론 삶의 방식과 노동생활 세계도 과감히 바꿀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기후위기 시대 노동환경 변화는 노동자의 삶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이미 노동자와 사회에 유해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화석연료나 핵발전 및 에너지 기반 산업들은 근본적인 전환 압력을 받고 있다. 과거 기후환경과 시장 상황의 변화에 놓인 일터에서는 반기후환경적인 대응과 구조조정을 겪은 바 있다.
문제는 점점 노동시장의 다층적 고용구조와 유연성이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의 탄소배출량에 따른 노동조건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업종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고임금에 장시간 노동을 하며 상대적으로 비정규직이 적은 남성 중심적인 산업이다. 2018년 기준 탄소유발계수가 높은 상위 업종의 노동자는 3,142천명이었고, 여성(21%, 767천명)과 청년(28.6%)이 5명 중 1명을 차지하고 있다. 해당 업종의 비정규직은 3분의 1(33.2%)이고, 여성 비정규직은 17.5%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너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정의로운 전환 실현 속도와 경로는 각 국가별 상황과 조건에 따른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출발점을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한 원칙과 방향, 비전,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논의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향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ILO의 <정의로운 전환 가아드라인>(제13조)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및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7대 이행 원칙’을 중심으로 노동운동진영이 중요하게 참고하면 된다. 물론 한국의 「탄소중립법」에는 정의로운 전환의 정의(제2항 제6호) 및 전환(제8장)도 규정하고 있지만, 구조적인 산업구조 변화 과정에서의 불가피한 상황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유럽연합(EU)은 2027년까지 약 140조원∼200조원 규모의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통해 전환에 따른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대한 투자 추진을 밝힌 바 있다. 반면 한국의 정의로운 전환 기금 관련 올해 정부 예산은 160억원이며, 기후기금 관련 예산은 지원 분석 센터 예산(57억원)을 제외하면 50억원에 불과하다. 그 밖에 기존 사업을 활용한 정책 사업과 예산은 유급휴가훈련 360억원(1만명), 산업구조 변화대응 등 특화훈련 951억원(2.5만명), 노동전환 특화 공동훈련센터 200억원(20개소) 등에 불과한 현실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은 노사 및 노사정 이해당사자는 물론 지역사회 구성원이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중층적 논의 기구 운영이 필수적이다. 「탄소중립기본법」과는 별도로, 산업전환과 노동전환의 뒷받침을 위해서는 고용안정기본법, 고용보험법, 직업능력개발법, 근로복지기본법, 노사관계발전 지원 법률 등의 개정을 통한 제도적 상호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정의로운 전환의 고려사항과 기준(지표, 벤치마킹)은 무엇인지(예: 일자리 성장 가능성, 기존 구조 및 관행), 중앙정부 이외의 지방정부의 정책입안자(단체장과 의회)가 정의로운 전환 비전에서 취해야 할 구체적인 정책과 단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 더불어 다른 산업 전환, 특히 지역 산업 중심지에서 이뤄졌던 전환에서 참고할 수 있는 모범사례와 교훈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2021년 영국 공공부문 산별노조인 유니손(UNSION)은 ‘그린 유니손’(Green UNISON)을 표방하며, 정부의 기후변화에 대한 진단·대응에 적극적 협조·참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현재 중앙정부 이외에 지방정부에서는 충청남도만이 유관 조례 제정(2021.2.22.)과 노동정책 기본계획에 포함된 정도다. 향후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지역사회 차원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떤 결과가 발생할 것인지 혹은 반드시 포함해야 할 주요 시스템은 무엇인지 지역 사회적 대화기구와 각종 지방정부 노동 및 유관 부서들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때문에 앞으로 노동조합이 사회경제 주체들과 함께 산업전환과 노동전환에 필요한 정의로운 전환의 노동시장 개입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 제도와 정책은 고용안정과 유지가 중요한 목표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전환 과정에서 저임금 불안정 취약 노동자가 일자리 상실이나 사회안전망으로부터 배제되지 않도록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로의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노동운동 진영과 시민사회에서 다양한 제도와 정책 과제를 논의할 시점이다.
첫째는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고용의 질이 우선적으로 목표가 되어야 한다. 특히 고용형태와 부문 대상에 따라 전환 과정에서 배제 혹은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정의로운 전환은 탄소유발이 높은 산업에서의 고용유지만이 아니라, 새로운 인력수요가 증가하는 녹색 일자리로 연결 가능한 숙련 연계형 프로그램이 검토되어야 한다. 셋째는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의 숙련형성과 소득보장이 가능한 기간의 사회보장 및 작업환경 위험위해 요인을 해소하는 산업안전보건 조치가 강화되어야 한다.
더불어 정의로운 전환과 노동시장 정책은 산업과 업종 및 지역차원에서 대응조치와 이행 프로그램 그리고 지원 관리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물론 ⒜기술·숙련 형성 및 교육훈련 휴가제와 같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추진, ⒝취약집단의 소득 지원과 사회적 보호 및 괜찮은 일자리로의 전환 프로그램, ⒞산업과 지역에서 녹색 작업장을 위한 노사 간 공동 프로젝트 등은 선제적으로 노동운동 진영에서 검토해야 할 과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