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희·박건·이동선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에 대해 최고 경보단계인 팬데믹을 선언한 가운데, UN, UN Women, OECD 등 주요 국제기구는 과거 에볼라나 지카바이러스 유행 시 나타났던 피해 경험을 토대로 코로나19가 여성의 경제활동 영역에서 차별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전국적 단위의 휴원·휴교 등 돌봄의 공적기능 마비로 촉발된 돌봄공백은 돌봄을 재가족화하고, 여성화를 심화시켰다. 이로 인해 여성은 일과 돌봄의 상충관계에 직면하게 되어 노동시장 내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20년 3월부터 9월까지 육아·가사로 인한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폭은 남성보다 여성이 4.5배 크고, 자녀가 있는 여성취업자는 전년동기에 비해 5.5% 감소한 결과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돌봄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정부는 기존의 가족돌봄제도를 보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돌봄의 여성화를 더욱 강조하는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남녀고용평등법상 제도사용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이익의 종류가 매우 협소하여 현장에서는 이를 교묘히 피한 직·간접적 불이익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잦은 가족돌봄휴가 사용으로 직장 내 괴롭힘, 업무 중요도와 비중이 적은 직무로의 배치, 해고위험의 증가 등 여러 불이익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가족돌봄제도 사용으로 인한 직장 내 불이익을 관찰할 수 있는 자료가 미흡하다.
실제 고용노동부는 2019년 신설된 「양성평등위원회」에서 대응방안을 논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노동자의 노동시장 내 변화를 관찰가능한 기초자료가 거시지표에 머무르는 등 여러 한계로 인해 깊이 있게 논의되지 못한 것으로 보고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여성이 직면하고 있는 돌봄공백이 직장 내 차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취약지점을 발굴해 정책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고자 했다.
본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여성의 노동시장 위기를 살펴봄에 있어서 제2장에서 우리나라 코로나19 현황과 대응체계,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돌봄 관련 조치사항 등을 살펴보았다.
제3장에서는 OECD 및 국제노동기구 등 국제기구의 통계자료를 활용해 주요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현황을 진단했다. 이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활용해 남녀의 주요 경제활동지표를 분석했다. 제4장에서는 한국노총 조합원 중 중등이하 자녀를 둔 남녀노동자 556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자기기입 방식으로 실태조사 했다. 조사는 노동환경, 돌봄환경과 시간활용, 육아휴직을 포함한 가족돌봄제도 활용의 총 3개 영역에서 이루어졌고, 가족돌봄휴가와 직장 내 차별을 집중적으로 조망했다. 제5장에서는 유자녀 여성을 대상으로 주로 코로나19 상황에서 돌봄 대응과 불이익 경험, 정책욕구 등을 심층면접조사 했다.
마지막 제6장에서는 자녀돌봄공백과 직장 내 불이익 대응방안을 제안했다. 첫째, 돌봄의 사회화 및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둘째, 돌봄공백을 채워주는 돌봄노동자의 안정적 지위확보를 주문했다. 셋째, 가족돌봄제도 이용과 불이익은 남녀노동자의 의제로 삼아야할 것과 성평등 돌봄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넷째, 기존 법·제도의 개정 및 한국노총 성평등 단협지침의 활용을 제안했다.
본 보고서가 여성에게 지워지는 돌봄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을 고취시키고, 돌봄노동으로 인한 여성의 차별적 노동시장 문제 해소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