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전반과 노동시장 위기는 과거의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 위기와 전개 양상과 본질적으로 달랐다. 대면서비스 업종과 밀집 사업장 중심으로 시작된 감염병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상품과 서비스 수요 감소로 경영 악화와 고용 불안이 심화되었다. 정부는 고용보험 기금으로 운용되는 고용 안정 사업인 고용유지지원제도의 적용 요건을 완화하고, 지원 수준을 상향하고, 적용 대상자 확대를 통해 고용 위기에 대응하고자 했다.
한시적으로 유급휴업지원금의 지원액을 특별고용지원업종과 동일한 수준까지 상향 조정하고 신청 요건을 완화했으며, 여행관광관련 업종 등 특히 타격이 큰 부문은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다. 또한 무급휴직 신속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고용주에게 고용유지비용 대부 사업을 실시했다.
이러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된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장기적이고 불확실성이 큰 위기가 야기하는 고용 충격에 대한 완충장치가 미흡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고용유지지원제도 수혜 요건을 완화했지만,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임금노동자의 고용유지지원금 수혜 비중이 극히 낮았다. 특히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의 수혜 비중이 낮았다.
지원액이 상향 조정되었으나 사업주 부담의 잔존으로 제도 활용 유인은 낮았다. 파견노동자와 임시직노동자도 고용유지지원 제도의 대상으로 확대한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의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고용유지 대책은 매우 미진했기 때문이다. 파견용역 사업주도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으나,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 안정에 대한 원청 사업주와 파견용역 사업주의 공동 책임을 강조하는 데는 미흡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중심의 고용 위기 대응은 결국 직접 고용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제고하는 효과에 편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OECD 국가들도 기존 제도의 자격 기준 완화, 포괄 대상 확대, 절차 간소화를 통해 고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 접근성을 제고했다. 기존 제도의 지원 수준을 인상하거나 고용주의 비용부담을 줄였다. 임시직이나 파견·용역직, 파트타임 등 비표준 일자리 노동자가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기도 했고, 제도가 없는 경우에는 새롭게 도입하기도 했다.
독일은 코로나19에 대응해 기존의 단축근로제(Kurzarbeit) 수당 신청 요건 완화, 단축근로에 따른 사회보험료 고용주 부담 완화, 노동자 수당 인상, 파견노동자로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영국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강제휴직자를 대상으로 수당을 지원하는 고용유지정책을 새롭게 도입했다. 실시간 소득정보 파악 시스템을 통해 제도적으로 모든 노동자를 포함하는 것이 가능했고, 온라인 신청 절차로 편의성을 높였다. 미국은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탕감해주는 급여보호 프로그램(PPP)을 도입하여 위기 시 기업지원과 고용유지를 연계한 정책 설계로 주목받았다.
장기화 된 코로나19 팬데믹이 고용유지지원금의 지급 요건 완화와 기간 연장, 간접고용 노동자 제도 활용 등 실질적인 대상 확대를 위해 제도를 개편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볼 때, △사용자 부담 완화를 통한 사용자의 제도 사용 유인 및 제도의 접근성 제고 △간접고용 노동자 고용 안정 제고를 위한 고용유지지원금 제도 활용의 실효성 제고 △고용유지 연계 기업지원 프로그램의 고용유지조치 부과 검토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의 근간인 고용보험 가입 대상 확대라는 과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