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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노조법 평가 및 ILO핵심협약 비준에 따른 과제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 본부장

등록일 2021년05월21일 09시17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1. 노조법 개정 및 ILO핵심협약 비준의 의의

 

2020년 12월 9일, 국회는 ILO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킨데 이어 2021년 2월 26일, ILO핵심협약 중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제29호 협약),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제87호 협약),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98호 협약) 비준동의안을 의결했다. 이에 정부는 4월 20일, 협약 비준서를 국제노동기구(ILO)에 기탁함으로써 협약비준을 위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였다.

 

협약은 기탁한 날부터 1년 후인 2022년 4월 20일부터 발효된다. 국회 동의를 받아 비준한 핵심협약은 국내 노조법에 우선하여 적용되는바 협약의 취지에 반하는 법과 제도, 관행의 개선조치는 불가피하다. 최근 협약 비준을 위해 개정된 노조법조차도 핵심협약에 위배되는 단결권과 교섭자치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개입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최근 개정된 노조법의 문제점을 평가하고 비준절차가 마무리 된 ILO핵심협약에 비추어 개선되어야 할 입법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2. 개정 노조법에 대한 평가

 

1) 실업자 등의 노조가입 제한(노조법 제2조 제4호)

초기업단위 노조의 경우 종래에도 실업자, 해고자 등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었고, 기업별노조에 해고자 등의 가입이 제한되었다. 개정 노조법은 법 제2조 제4호 라목 단서를 삭제하여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은 조직형태와 무관하게 노조 자체 규약에 따라 스스로 정하게 했다. 그럼에도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의 ‘근로자가 아닌 자’가 노조 가입 시 노동조합이 아니다 라는 규정을 들어 정부는 여전히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등을 ‘근로자가 아닌 자’로 보고 노조설립신고서를 반려하거나 설립신고필증 교부를 거부할 근거를 남겨 두었다. ILO 결사의 자유 원칙을 온전히 보장하려면 우선,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본문을 삭제하고, 노조법 제2조제1호의 ‘근로자’ 정의를 폭넓게 규정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2) 비종사자인 조합원의 조합활동 및 대의원, 임원자격 제한(노조법 제5조)

개정 노조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아닌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 조합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먼저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가 무엇을 말하는지 법률 규정 자체의 모호성, 불명확성으로 법률 해석상 혼란과 현장 노사의 다툼과 분쟁이 예상된다. 경총은 이미 ‘비종업원인 조합원은 사업장 출입 및 노조활동에 있어 시설사용에 관한 사업장 내부규칙를 만들라’고 당초 정부 개정안과 같은 내용의 지도지침을 산하기업에 시달하였다. 정부안이 사용자의 노조활동 제한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3) 대의원, 임원자격 등 조합원 자격에 대한 제한(제17조 제3항 및 제23조 제1항 등)

개정법은 임원 자격을 규약으로 정하되, 기업별 노조의 임원이나 대의원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조합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ILO의 지속적인 개선 권고내용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다. 기업별노조 가입을 허용하면서도 임원과 대의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비종사자 조합원은 ① 근로시간면제 한도 설정, ② 교섭대표노조의 결정, ③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위한 조합원 수 산정에서 제외됨으로써 실질적인 노조활동이 제한된다. 법률 개정으로 해고자-구직자의 기업별노조 가입이 허용된다는 것은, 당연히 조합원의 기본권리로서 임원과 대의원의 피선거권과 조합원 자격이 차별 없이 인정돼야 한다. 개정법은 ILO핵심협약의 취지에 반하는 조합원에 대한 명백한 차별적 제한 규정인 바 시급히 재개정이 논의되어야 한다.

 

4) 근로시간면제제도 개편(제24조, 제24조의2 및 제81조)

개정 노조법은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및 관련 쟁의행위 금지조항을 삭제하면서도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그대로 두었다. 여전히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단체협약 또는 사용자의 동의는 무효로 하고, 이러한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해 처벌받게 된다.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심의하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둠으로써 타임오프 한도가 마치 사회적 합의인 것처럼 모양새를 갖추고자 하였으나 전임자 활동시간에 대한 입법적 법적 개입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전임자 급여문제에 관한 ILO권고와 국제노동기준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국가가 개입하지 말고 노사 자율에 맡기라는 것이다. 노조전임자 급여가 노조운영비 원조의 일종이라는 점에서 노조의 자주성 침해여부를 판단하는 노조법 제81조 제1항 4호 단서 및 제2항을 노조전임자 급여에는 달리 적용할 이유가 없다. 아무튼 ILO핵심협약 및 권고에 위배되는 전임자 급여에 대한 입법적 개입도 근본적으로 해소되어야 한다.

 

5)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 연장 및 쟁의행위 시 사용자의 점유배제 금지(제32조 제1항 및 제2항, 제37조 제3항)

개정법은 경제ㆍ사회의 변화, 교섭비용 등을 고려해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였다. 정부는 ILO핵십협약 비준을 위한 입법조치라고 하지만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것이다. 앞으로 사업장이나 업종 등의 특성에 따라 3년의 기간 내에서 노사 합의로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정할 수 있다. 현재 실제에서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2년, 임금협약은 1년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며,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문제가 맞물려 교섭 기피목적으로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연장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될 우려도 있다. 또한 개정법은 전면적․배타적 직장 점거를 금지하는 내용의 대법원 판결 내용을 반영해 '쟁의행위 시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해 조업을 방해하는 형태를 금지'하는 내용의 조항을 신설하였다.

 

3. 앞으로의 과제

 

살펴본 바와 같이 ILO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개정된 노조법조차도 여전히 국제기준에 위반되는 단결권과 교섭자치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개입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 노사관계 및 기업별 노조의 특성을 감안한 입법이라고 주장하지만 ILO기본협약은 각국의 노사관계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반드시 존중되어야 할 보편적 국제기준라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제 비준된 ILO기본협약은 1년 후인 2022년 4월 20일 발효된다.

 

협약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서는 노사단체, 국가기관 각자의 역할과 국제노동기준에 입각한 올바른 법률 해석과 법 적용이 요구된다. 아울러 향후 ⅰ) 특수고용, 플랫폼, 간접고용노동자 등의 노조할 보장을 위한 근로자 정의 및 사용자 정의 개편 ⅱ)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는 노조설립신고제도 개선 및 설립신고서 반려제도 삭제 ⅲ) 비종사자인 조합원의 노조활동 제한 및 기업별노조의 임원과 대의원 제한 문제 해소 ⅳ) 노조전임자 급여의 노사자율 원칙 확립 ⅴ) 교섭창구단일화 강제제도 개편 ⅵ) 규약 및 결의처분, 단체협약 시정명령 제도 폐지 ⅶ) 교섭 및 쟁의대상 확대 ⅷ) 부당한 쟁의권 제한, 조합활동 및 쟁의행위관련 형사처벌 제도폐지 등 핵심협약에 미치지 못하는 노동관계법 규정에 대한 전면적인 제도개선이 검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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