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ILO 핵심협약 비준동의안 3건(29호 강제노동금지, 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4월 20일 ILO 핵심협약 비준서 기탁식을 했다. 하지만, 법제도 현실은 여전히 핵심협약 비준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양대노총은 26일 오후,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및 온라인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 이후 효과적 이행을 위한 과제’ 국제토론회를 열고, ILO 핵심협약이 법과 제도, 노동현장의 현실에서 제대로 구현되기 위한 과제를 점검하며, 향후 감시감독체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과 한국 노동법의 과제’를 주제로 발제한 박은정 인제대학교 교수는 “최근 4년간 한국의 노조법과 관련한 논의는 ILO 협약 비준과 비준 후 협약이 국내법 상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관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발제중인 박은정 인제대학교 교수(왼쪽 세번째)
또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을 이유로 부당노동행위 제도와의 연계를 통해, 국가 형벌권까지 동원하여 노사자치를 지나치게 간섭하고 제한한다는 문제를 여전히 갖고 있다”며, “획일적으로 정해진 근로시간 면제한도는 원칙적으로 기업 내 노동조합의 조합원 수만을 고려한다는 점 등에 따라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은정 교수는 쟁의행위에 대한 업무방해죄에 대해서도 “업무방해죄의 적용은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이 부정되는 ‘경영사항’을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에 집중되어 왔다”며 “형법상의 업무방해죄는 쟁의행위를 탄압하기 위해 형성된 조문이라는 평가가 형법학계에서도 있는 만큼, 형법 제314조 제1항 자체를 고치거나, 고치기 어려운 경우에는 폐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옥사나 울프손(Okasana Wolfson) ILO 국제노동기준국 선입법률가는 “한국이 87호, 98호 협약을 비준함으로써 ‘결사의 자유 위원회’ 뿐만 아니라 ‘협약권고적용 전문가 위원회’, ‘총회 기준적용위원회’ 등 정기 감시감독 메커니즘과 ‘ILO 헌장 24조에 따른 진정’ 등 특별감시절차를 적용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검토한 사건을 바탕으로 ▲초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 ▲해고자 노조가입 인정 등 중요한 법개정이 있으나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공무원 정치활동 금지 철폐 ▲하청 및 파견노동자의 결사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 강화 등의 법 개선과제를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ILO 기본협약 비준 이후, 협약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서는 노사단체 및 국가기관 각자의 역할, 그리고 국제노동기준에 입각한 올바른 법률 해석과 법 적용이 필요하다”며 “기본협약에 미치지 못하는 노동관계법 규정에 대한 전면적인 개도개선이 추진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 앞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위기 대응책에는 항상 국제노동기준이 중심이 되야한다”며 “오늘 국제토론회는 ILO 핵심협약 비준 이후, 한국의 노‧사‧정 주체들이 지혜롭게 위기에 대응하며 노동기본권 강화를 위한 각자의 역할을 정립하는데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말 중인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