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9일 이천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 참사로 인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본 원고에서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과 관련한 현행법상 쟁점을 살펴보고, 중대재해에 대해 기업에 포괄적으로 책임을 지우기 위한 ‘기업처벌법’의 구성요건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기업처벌법’의 구성요건
현행법상 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위반죄는 안전조치/보건조치의무 위반이라는 고의의 기본범죄와 그로 인한 과실의 중한 결과(사망)을 구성요건으로 한다. 여기서 고의는 사실에 관한 인식과 의욕을 요건으로 하므로, ‘누구’를 산안법 위반의 피의자로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산안법은 의무주체를 ‘사업주’로 정하고 있으므로 사업주가 법인인 경우에 그 대표이사나 관리자를 처벌할지가 문제되는데, 대법원은 산안법 제173조 양벌규정의 해석에 따라 행위자가 처벌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8도7834호 판결). 그러면 법인인 사업주의 산안법 위반에 관한 행위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에 있어서, 실무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산안법 제15조, 대개는 현장소장이나 공장장)가 선임되어 있으면 그를 피의자로 보아 입건하고 처벌한다. 달리 말하면 이 경우 대표이사가 처벌될 일은 없다. 참고로 개인인 사업주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개인이 피의자가 된다.
둘째로 ‘근로자’인지가 문제된다. 주로 건설현장의 경우 실질적인 고용관계를 찾아볼 수 없다면 설령 산안법 위반이 있다고 한들 사업주-근로자 관계가 인정될 수 없어 무죄판결이 선고되기도 한다(대법원 2005도3700 판결).
셋째로 ‘산안법 위반’의 입증 문제이다. 산안법 위반죄는 고의의 기본범죄가 전제되므로 과연 그 기본범죄를 저질렀는지도 문제가 된다. 이에 관하여 산안법은 구체적인 구성요건 표지를 정하고 있지 않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상세하게 구성요건을 정하고 있다. 사업주의 잘못도 발견되고 노동자가 사망했어도 산안법 위반이 없다면 이 범죄로 처벌할 수 없고, 업무상과실치사죄 해당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넷째로 산안법 위반의 ‘고의’ 입증의 문제다. 대법원은 행위자가 산안법상 안전조치, 보건조치 의무가 위반된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그대로 방치하고 실제로 의무위반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다 사망하였다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9도11906 판결). 그렇기 때문에 사업주들은 자신이 작업지시를 똑바로 하고 교육도 했음에도 노동자가 지시를 위반했다거나, 자신의 산안법상 의무위반보다도 노동자의 과실이 크다거나, 평소에 하지 않던 작업을 아무런 지시도 없었는데 노동자가 우발적으로 했다는 등의 변명을 하여 고의가 없었다고 부인한다.
다섯째로 산안법 위반과 사망 결과의 ‘인과관계’ 입증의 문제다. 안전조치 의무위반이 있더라도 사망의 결과가 위반과 무관하다는 부인을 하고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이는 업무상과실치사죄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문제가 된다.
여섯째로 양형의 문제다.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판결들을 접어두더라도, 고용노동부 의뢰로 (사)한국비교형사법학회(책임연구원 경북대 법전원 김성룡 교수)가 수행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 판결 분석 연구’(2018. 12.)에 따르면, 법원은 압도적 다수의 사건에서 노동자가 1명이 죽든 10명이 죽든지와 무관하게, 비교적 단기의 징역형을 선택한 후 양형에 유리한 정황을 나열한 다음에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사업주에게도 500~1,000만 원 사이의 벌금을 선고하는 것이 통계상 확인된다고 한다(216면).
일곱 번째로 도급사업주 처벌의 문제다. 구법과 달리 현행법은 도급사업주의 안전조치, 보건조치 의무위반으로 인한 사망사건도 사업주의 위반과 동일한 조문에서 무거운 법정형을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진일보한 면이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위험을 초래하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도급사업주 측임에도 그에 맞는 형사책임을 지는 경우가 드물다.
▲ 지난 4월 28일 산잰동자의날 추모제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 발의된 노회찬의원안의 내용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먼저, “경영책임자 등(대표이사 등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자)”을 피의자로 보는 것부터가 다르다. 이 법안에서는 “사람이 생명·신체의 안전 또는 보건 상의 위해를 입지 않도록 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정하여 업무상 과실치사죄와 유사하게 포괄적으로 구성요건을 정한다. 그리고 “사람”이라고 정하여 근로자성을 다투는 것도 무의미해진다. 또 산안법 위반여부도 문제되지 않는다. 다만 이 경우도 고의와 인과관계 입증의 곤란함은 남는다. 양형에 있어서는 법정형을 대폭 상향시켰다. 마지막으로, 이 법안은 임대, 도급, 용역을 주더라도 위 조치의무를 동일하게 진다고 정하지만 과연 그 의무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관하여도 여전히 규명의 대상이다.
참고로, 이 법은 기업과 그 기업의 경영자를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중대재해는 단 하나의 행위에 원인을 두고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가 복합적으로 무너져 있을 때 발생한다.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생각해보더라도 그렇다. 따라서 ‘기업처벌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기업에 포괄적으로 책임을 지우려면 그 처벌이 정당화되는 포괄적이면서도 정교한 구성요건 요소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해당 법안은 법리적으로 여러 논점을 담고 있으나, 현행법이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에 관한 반성적 고려에서 출발되었음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에 관한 논의는 법안 발의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