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간다는 말에 상당수는 잘 쉬고 오라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고생하겠다는 이야기를 건넨 사람도 꽤 있었다. 육아휴직을 쉼이랑 연결시키다니, 그냥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라도 듣는 입장에서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사실 육아는 힘든 일이다. 아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얻는 행복감과 기쁨이 무척이나 값지고 대체재가 없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엄빠’들은 잘 알고 있다. 기쁨과 행복감의 순간 보다는 지루함과 답답함의 순간이 육아의 시간에서 더 많 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 역시 2년 전부터 시작된 현실육아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루라는 시간이 밥 세 끼를 챙겨 먹이기에 얼마나 짧고 바쁜지를, 세탁기와 건조기는 매순간 돌아가고 있는데 빨랫감은 왜 줄지 않는지 등을 익히 알고 있었다. 덕분에 육아휴직에 임하는 나의 마음가짐은 한 마디로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말자였다.
그런데 육아휴직을 시작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생각지도 못한 일을 겪었다. 이제 곧 24개월이 되는 아이는 낮이든 밤이든 잠을 잘 때 엄마의 가슴을 만지는 버릇이 있다. 그런데 낮잠을 자기 위해 나와 함께 누운 아이는 습관처럼 자기의 손을 내 가슴에 올려두었다. 아이의 작고 통통한 손가락은 금세 평소와 같지 않은 촉감을 인지하고는 바삐 다른 곳을 찾아 헤매었다. 그러다가 아이의 손가락이 어느 순간 멈추었다. 바로 내 목젖 정확히는 울대뼈라 불리는 목에 볼록하게 튀어나온 곳을 아이는 열심히 만지작거렸고 이내 쌕쌕대며 잠이 들었다.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기분이었다. 사실 아이는 잠과 친하지 않다. 쉽게 잠들거나 통잠을 자는 일은 책에서나 나오는 것이라 생각했을 정도 이니 말이다. 그런 아이가 내 울대뼈를 만지다 잠들다니, 강한 각오를 한 나에게 아이가 잘 지내보자고 선물이라도 준 기분이었다.
사실 아이는 그 동안 나에게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있었 다.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엄마이고 아빠인 나는 그냥 이 집에 함께 살아가는 나쁘지 않은 동거인 정도였다. 아빠가 평일 저녁과 주말에만 함께하는 상황에서 내가 아무리 아이와 잘 지내려한들, 아이의 입장에서 나란 존재는 그저 ‘나쁘지 않은 동거인’ 이상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그저 그런 동거인의 신분에서 꿀잠을 위한 ‘울대뼈’ 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존재로 격상되자 새삼 육아휴직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아이는 이 순간 을 기억하지 못 하겠지만 나의 남은 육아 인생에 이 순간은 절대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아이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항상 함께 해오던 엄마는 없고, 졸리긴 한데 꿀잠을 위해서는 손이 심심하고 그러다가 얻어걸린 게 아빠의 울대뼈, 아마 그 정도 였을 것이다.
하지만 반전은 며칠 뒤에 일어났다. 저녁을 먹으며 아내에게 내 울대뼈가 이루어낸 무용담을 늘어놓자, 아내는 아이가 밤에 자기와 같이 누워서도 자신의 고개를 손으로 젖힌 뒤 목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더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래 역시 내 울대뼈는 꿀잠을 위한 아이템이었어!
이제 한 달 남짓 지난 육아휴직 아빠의 하루는 여전히 바쁘다. 어제와 오늘이 그리고 10분 전과 10분 후가 똑같이 반복되지만 기분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지루하고 지치기 쉬운 일상 속에서도 아이와 아빠인 내가 ‘울대뼈’와 같은 것으로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의 일상도 쉽진 않겠지만 서로 가까워질 기대감으로 잘 버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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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고용노동부 카드뉴스) 아빠 육아휴직, 오해와 진실 중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