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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아내를 이해한다고 생각했었다

김용원 (참여연대 활동가)

등록일 2020년04월16일 17시3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아이가 태어난 이후 나의 생활은 어마어마하게 바뀌었다. 물론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아내의 생활 또한 엄청나게 바뀌었다. 각자의 인생과 함께하는 삶이 일상의 대부분이었던 우리 부부에게 1분, 1초와 같은 매순간이 육아라는 놀라운 경험으로 새로워졌다. 그러나 그 놀라운 경험이 아무 이유 없이 터져 나와 주위를 기쁘게 하는 아이의 웃음처럼 유쾌한 것만은 아니었다. 아이를 낳아 기르기 전 아무렇지 않게 누리던 오붓하거나 즉흥적인 시간들은 상상하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되어 버렸다. 대신 육아로 빈틈없이 채워진 일상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는 일이 다반사가 되어 버렸다.

 

그 와중에 직업상 집에 있는 일이 많은 아내는 자연스레 전업으로 육아를 담당하게 되었다. 지난 2년이라는 시간동안 나 역시 가급적 저녁 약속을 만들지 않았고 저녁에 회의 같은 것이 잡히는 날이면 오전에는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식으로 육아의 짐을 최대한 나누려 노력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서 나라는 사람은 나름대로 육아를 열심히 하고 있으며 소위 말하는 일과 시간의 대부분을 육아로 보내는 아내를 이해하고 있노라고.

 

그러나 그건 그저 내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전업으로 육아를 담당한지 두 달이 넘은 지금, 이제야 새벽에 잠에서 깬 아이의 칭얼거림에 가끔 흐느끼던 아내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껴본다. 말을 하지 못하는, 하지만 약간 말은 알아듣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와 단둘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끼니를 챙겨 먹이고 집안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그저 힘들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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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힘든 순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나의 행동에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인다거나 재롱이라도 부리는 순간은 그 전까지 쌓여있던 고통을 눈 녹듯 사라지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순간은 그리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온 순간이 다시 찾아올 때까지는 숱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전업으로 육아를 하며 힘든 점은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면서도 매일이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보통 권태로우면 여유로운데, 전업 육아의 삶은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어 지겹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무척이나 기묘한 것이다. 매순간 바쁘지만 시간은 더디게만 흐르는 이상한 상황.

 

육아휴직을 시작하기 전 아이의 목욕은 내 담당이었다. 퇴근 후 8시 정도에 아이를 목욕시키는 건 그나마 육아에서 아내의 일손을 조금이나마 더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가끔 퇴근하고 오면 아내가 이미 아이 목욕을 끝낸 날들이 있었다. 힘들텐데 놔두지 왜 그랬냐는 나의 물음에 아내는 “지겨워서” 라고 대답했다. 그래 얼마나 지겨웠을까. 하지만 그때 난 그 대답을 이해하지 못했다. 혼자 하는 육아가 힘들텐데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그 동안 내가 경험했던 육아는 대부분 아내와 함께 하는 육아였다. 그래서 그 순간은 아내도 혼자 있을 때보다 수월했고 나 역시 수월했다. 혼자서 하는 육아에 100이라는 부담이 매겨진다면 둘이서 함께 하는 육아에는 신기하게도 50보다 적은 부담이 매겨지는 것 같다. 그런데 함께 하는 육아만 경험한 나는 혼자 하는 육아는 그저 그만큼 더 부담이겠지 생각했던 것이다. 맞다. 나는 전업으로 육아를 하는 아내를 이해한다고 착각했던 것이었다.

 

이제 갓 두 달이 넘은 내가 이미 2년여를 이렇게 보낸 아내를 이해한다고 말하려면 아마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시간이 조금 더 지난 뒤에는 그래도 ‘이해’라는 단어를 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아빠가쓰는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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