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의자를 눕혀서 위로 올라서는 아이를 다그치고 있다. 아이는 내 말을 알아듣는 듯 다른 곳으로 움직여가지만, 금세 내 말을 못 알아듣는 듯 어느새 다시 의자 곁으로 와서 의자를 눕히고 있다. 육아를 하는 동안 불쑥불쑥 격한 감정이 인내심이라는 선 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한다.
육아를 전담하기 전 아내가 가끔 격하게 감정을 토로할 때면, 얼마나 힘들어서 저럴까 싶다가도 말귀도 못 알아듣는 아이에게 저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아니 그냥 내 마음과 그 마음이 똑같다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위험한 장난을 치고 있는 아이에게 보통 부드럽고 따뜻한 어조로 그만할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그러한 제안은 잘 먹혀들지는 않는다. 다들 예상하듯 그런 상황의 결말은 대부분 힘으로 아이를 끌어내는 나와 발버둥을 치며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의 모습으로 정리된다.
이렇게 아이와 지내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부모로서 나는 잘 하고 있는 것인가? 아이가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게다가 TV,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매체의 육아콘텐츠에서는 잘못된 부모와 비뚤어진 아이의 모습 그리고 아이에게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내용들이 쏟아져 나온다. 솔직히 육아 때문에 그런 영상을 제대로 보는 경우가 드물기는 하지만, 가끔 그런 내용들을 접할 때마다 움찔하는 기분이 드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러다가 우연히 육아 예능프로그램에서 아이가 부모와 넓고 쾌적하며 안전해 보이는 장소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까지 보게 되는 날이면 아빠의 마음은 걱정을 넘어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각종 미디어가 사람들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육아 또한 그러한 대상에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나는 초보아빠가 아닌가. 아이를 낳고 처음 집에 와서 목욕을 시킬 때 혹시나 잘못될까 벌벌 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초보아빠에게 전문가라는 딱지를 달고 확신에 찬 강한 어투로 육아는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콘텐츠는 솔직히 말해 나에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걱정을 하게 만든다.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7에서 극중 육아 휴직을 낸 아빠 이승준. tvN
사실 그런 육아콘텐츠들의 이야기들은 제각각 다른 경우가 많다. A라는 상황에서 B라는 해법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절대 B를 해서는 안 되고 C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들도 꽤나 있다. 무엇이 정답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답은 없다. 한 명의 아이는 한 명의 아이다. 수백만 명의 아이는 수백만 가지로 구분할 수밖에 없다. 많은 아이가 비슷한 것에 동일하게 반응할 수도 있지만, 내 아이가 그 많은 아이가 꼭 되리라는 법은 없다. 게다가 육아에서 고민을 해야 하는 것들은 얼마나 많은가? 먹는 것, 입는 것 등과 같은 필수적인 의식주 외에도 모든 순간들이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다. 그러한 경우의 수를 수백만 명에게 대입시켰을 때 나오는 결과들을 나열해보면, 아이는 이렇게 키워야 한다라는 결론을 내리는 건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인 것 같다. 결국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 육아를 하면서 부딪치고 고민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초보아빠의 마음이 그렇게 단단하기란 쉽지 않다. 오늘도 의자를 눕히는 아이에게 나는 고민한다. 어떻게 해야 이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포기를 해야 하나? 이러면서 나 역시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오늘도 정답이 없는 육아는 그렇게 쉼 없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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