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달에 한 번 급여를 받는다. 육아휴직자에게 국가가 주는 월급, 바로 육아휴직 급여다. 이 급여의 존재는 내가 육아휴직을 선택할 수 있었던 매우 큰 이유이기도 하다. 덕분에 급여를 받을 때마다 매우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다만 다소 소박한 급여의 액수가 씁쓸한 느낌을 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현재 육아휴직자에 대한 급여는 첫 3개월은 통상임금의 80%, 상한액은 월 150만 원이며 나머지 9개월은 통상임금의 50%, 상한액은 월 120만 원이다. 총액으로 계산해보면 휴직자가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연 1,530만 원이다. 이 중 복직 후 지급되는 25% 금액을 제외하면 1,147.5만 원으로 월 평균 약 95.6만 원을 받는 셈이다.
2020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8,590원으로 월급으로 환산했을 때 약 179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육아휴직 급여는 최저임금에 비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사실 육아를 통해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육아휴직에 대한 급여가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이라는 것은 육아휴직 기간의 생계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결국 맞벌이로 수입이 충분한 사람이 존재하는 가정이어야 망설임 없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현실에서 육아휴직을 할지말지 고민하는 사람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하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육아휴직 급여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휴직 이후에 하던 일과 승진에 지장이 없을지 등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아직 많은 가정의 주된 소득원이며 현실에서 여성 대비 소득이 높은 남성의 경우라면 이러한 고민은 더욱 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육아휴직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2008년 1.2%였던 남성 육아휴직은 2016년 8.5%, 2017년 13.4%로 십여 년 사이 빠르게 증가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증가세가 유지될 수 있을까? 부족한 육아휴직 급여와 자신의 커리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은 남성의 육아휴직 선택을 제도적으로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의 끝에는 보통 국가 재정건전성 이야기가 반드시 등장한다. 한정된 예산에서 돈을 써야 하는 제한된 상황이라는 말. 맞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런 말을 하기에는 민망하다. 일단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GDP대비 재정의 규모가 매우 적다(2018년 GDP대비 일반 정부 총지출 OECD 평균 40.1%, 한국 31.5%). 어디 그뿐인가. 적은 규모의 재정을 배분함에 있어서도 사회보장에 대한 지출이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한다(2015년 기준 사회보장 및 복지 지출 OECD 평균 26.2%, 한국 11.9%). 게다가 재정건전성 정도를 알아볼 때 사용하는 국가 부채의 경우 한국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우량한 수준이다(2018년 GDP 대비 국가부채 OECD 평균 111.3%, 한국 46.3%). 결국 국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이지 곳간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육아휴직을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돈 때문에 육아휴직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은 기록적인 저출산의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는 꼭 피해야 할 상황이 아닐까? 아이를 돌볼 수 있게 국가가 나에게 주는 소중하고 감사한 급여에 그런 씁쓸함이 옅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