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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최선을 다해 자라나는 아이 그리고 부모의 마음

김용원(참여연대 할동가)

등록일 2020년08월20일 11시0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커간다. 아니 그렇다고 한다. 하루 종일도 모자라 한시도 다른 곳에 눈 돌릴 틈 없이 아이를 돌보는 입장에서 사실 아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느낀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똑같이 반복되는 매일의 쳇바퀴를 내 나름대로는 열심히 굴려보지만, 27개월의 아이에게 나의 관심과 손길이 여전히 많이 필요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처럼 느껴진다.

 

사실 내가 잠시도 쉬지 않고 주의를 쏟고 있는 아이는 조금 예민한 편이다. 특히 그 무엇보다 밤잠에 예민하다. 흔히들 말하는 100일의 기적이란 것은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첫 돌 그리고 두 돌이 지나서도 한밤중에 두 시간 단위로 깨어서 칭얼대는 것은 매일 겪는 일이었다. 심한 날은 새벽 2시에 깨어 온 집이 떠나갈 듯 울다가 6시에 잠들기도 했다. 덕분에 나와 아내는 6시간 동안 깨지 않고 자 보는 것이 지상 최대의 희망이자 과제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두 돌이 지나고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면서 아이는 흔히 말하는 ‘통잠’이라는 것을 자기 시작했다. 그것도 무려 8시간이라는 엄청난 시간으로. 게다가 아이는 간혹 중간에 깨어도 전처럼 목 놓아 울거나 하지 않는다.

 


이미지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이러한 놀라운 변화가 매우 기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이제 막 통잠을 자기 시작했지만 통잠에 대한 고마움과 대견함보다는 조금 더 일찍 잠들었으면 그리고 조금 더 쉽게 잠들었으면 하는 기대감이 벌써 더 커진 것 같다. 그 기대는 아이에게 칭찬으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짜증이나 화남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물론 그러한 기대는 자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밥 먹을 때 흘리지 않게 조금만 살살 숟가락질을 했으면, 집안에서는 뛰지 않았으면 등등 그야말로 소소한 일상 속에서 내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무지무지하게 많다.

 

그런 기대는 각종 매체에서 접하는 다른 아이들의 발달 정도와 맞물려 걱정으로 바뀌기도 한다. ‘비슷한 개월인데 저 애는 저걸 하네’와 같은 생각은 아이에 대한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사실 그러한 걱정은 아이가 또래보다 뒤처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뿔싸. 벌써 이런 걱정을 하다니.

 

그러다 문득 1년 전에 찍었던 아이의 영상을 보았다. 막 이유식을 먹기 시작한 아이는 누가 보아도 아슬아슬하게 숟가락질을 하며 밥을 먹고 있었다. 아이가 숟가락질을 한 번 해서 입안에 넣을 때 마다 밥을 먹이는 부모는 박수를 치며 ‘잘했다’를 연호하고 있었고 아이 역시 그게 즐거운 듯 박수를 따라 치고 있었다. 이제 아이는 이유식을 먹지 않고 사실상 어른의 메뉴로 이루어진 식사를 아무렇지 않게 하지만 더 이상 박수를 치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1년 만에 그렇게나 빨리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 아이는 사실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 매순간 아이는 정말 무럭무럭 커 가고 있지만 내 눈에는 더디게만 보이는 것이었다. 어쩌면 아이는 부모가 바라는 기준에 적응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고 그 결과가 저런 변화일지도 모르는 데 말이다. 무엇이 그렇게나 다급했을까 괜스레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여전히 아이는 서투른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서투름의 대부분은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숨 돌릴 틈 없어 보이는 돌봄의 시간들이지만 조금 여유를 가져봐야겠다. 사실 아이는 최선을 다해 자라나고 있으니까.

 

#아빠육아 #이유식 #백일의기적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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