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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아이를 키우니 부모님이 떠오른다

김용원(참여연대 할동가)

등록일 2020년05월12일 13시3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2년 전 어느 봄날이었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이를 돌보느라 나와 아내는 출산 이틀 후부터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처리할 일이 생겨 집밖으로 잠시 나왔다가 노인 한 분이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저 분도 아기인 시절이 있었겠지. 그 때는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불현듯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졌다. 아니 정확히는 어린 시절이 아니라 그들의 어린 시절을 키워낸 그들의 부모나 양육자의 삶이 궁금해졌다. 그들도 나처럼 갓 태어난 아이에게 몸과 마음을 다 쏟았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 영화 버터플라이의 한 장면


아이를 낳고 키우며 가장 새롭게 느끼게 된 점 중 하나는 부모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전에는 부모님에 대해 나를 낳아주고 키워준 고마운 분이라 생각은 했지만 그들을 이해한다거나 공감하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생이 많았을까 하는 생각부터 떠오른다. 동시에 내 어린 시절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나는 개구쟁이도 아니었고 조용조용한 성격이었지만 한번 고집을 부리는 것에는 양보가 없었다. 덕분에 나의 부모님은 때로는 난감하고 속이 상하기도 가끔은 기쁘고 뿌듯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들의 웃음과 눈물에 나라는 존재가 만들어져 왔음을 이제야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그 와중에 어린 시절의 기억에 아버지와 함께한 것이 많지 않음은 육아휴직에 들어와 있는 나에게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사실 나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나를 돌보는 데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으셨다. 그 때문일까? 아직도 나는 어머니에게 하듯 아버지에게 스스럼없이 대하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가 싫거나 두려운 건 아닌데 무엇인가 어머니와는 다른 거리감이 있다. 반면에 어머니는 세상에서 내가 유일하게 함부로(?) 화를 내는 사람이다.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머니한테는 감정 조절이 잘 안 된다. 덕분에 어머니를 많이 울리기도 했지만 미안함도 많다. 엄마도 이런 내 마음을 알고 있을까?


아버지와의 추억이 많지 않다고 해서 아버지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아이를 키우다보니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이 적은 것은 나보다도 아버지에게 더 아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아버지가 주변에 이야기하는 나의 어린 시절에 있었던 에피소드는 그저 잠에 깬 내가 어머니가 안 보여 울면서 ‘엄마 찾으러 갈거야!’ 를 연신 외쳐댔다는 것밖에 없다. 내가 아버지에게 미묘한 거리감을 가지듯 아버지도 그런 느낌을 가지시겠지. 유독 손자를 예뻐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본인은 말씀하지 않으시지만 그런 아쉬움도 약간은 느껴진다. 


육아휴직을 들어온 지 석 달 정도 되어가니 아이도 부쩍 아빠라는 존재를 인정해주는 것 같다. 손을 내밀어 먼저 안아달라고도 하고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이리저리 끌고 가려고도 한다. 아무리 그래도 말도 못하는 아이의 기억 속에 아빠와 보낸 1년이 남아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내 머릿속에는 지워지지 않을 기억들이 생겼다. 아이가 처음 제 힘으로 놀이터의 미끄럼틀을 타던 순간, 함께 길을 가다 신발끈을 묶으려 멈춘 내 품을 벗어났다가 이내 돌아와 날 잡아끌던 순간 등 별것 아니지만 내 머릿속에는 제법 오래 남아있을 추억들을 얻게 되었다. 나중에 나는 아이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어떤 느낌의 아버지로 여겨지려나. 지금 보내는 소중한 시간이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몇 개의 에피소드로만 기억되기 보다는 부자 사이에 미묘한 거리감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아내는 시간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아빠가_쓰는_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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