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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전환의 길찾기를 시작하며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정의로운 전환 연구단)

등록일 2021년12월03일 14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한국이 가진 ‘기후악당’ 국가라는 오명은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제법 익숙하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과 이를 이행할 프로그램인 한국판 그린뉴딜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니다. 한국의 많은 온실가스 배출은 시민들이 일회용품 이용을 줄이고 승용차를 덜 타는 정도의 실천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경제개발의 연대 동안 구조화된 에너지집약적 수출산업 중심 경제는 쉬이 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탄소중립 방안과 목표에 대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나올수록 산업계는 강하게 반발하며 일반 시민들도 너무 빠르거나 과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사진] 글래스고 COP26 회의에서 사회정의와 기후정의를 외치는 스코틀랜드 GMB(일반노조) 조합원들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시민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에 공감하고 연대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은 노동조합과의 협의가 부족하고 일방적인 것이라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거버넌스에 노동조합의 대표성과 참여가 매우 부족하고,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에 대한 대책이 엉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기후위기라는 과학적 현상은 한국 정부나 산업계가 기다려 달라고 해서 늦춰지는 게 아니라는 데에 있다. 책임과 행동을 떠넘기고 미룰수록 기후위기는 더욱 가속화되고 티핑포인트를 넘어선 이후에는 노동자와 사회적 취약 집단에게 예상 못할 기후변화의 영향은 더욱 가혹하게 다가올 것이다. 결국 우리는 과학과 현실 사이, 국제 사회의 요구와 한국 정부 그리고 노동현장의 조건 사이에서 깊은 고민과 동시에 빠른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이 그 유력한 키워드가 됨은 물론이다.

 

지난 11월 16일에 끝난 26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 노동조합 운동은 자신이 기후변화와 대응의 당사자임을 분명히 확인했고, 앞으로의 과제들도 확인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쉽지 않았지만, ITUC(국제노총)과 주요 국제산별, 그리고 영국의 여러 노동조합 조직들은 유엔의 회의장 안팎에서 정의로운 전환의 현실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을 벌였다.

 

COP26의 결과는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구온난화를 산업혁명 이후 1.5도 상승으로 묶어두기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들은 명시화되지 못했다. 석탄화력발전은 폐지가 아닌 단계적 감축 정도로 합의되었고, 피해국들을 위한 재정 지원도 충분치 않았다. 각국이 다시 제출한 자발적 감축목표(NDC)도 1.5도가 아닌 2.7도 상승이 예상될 정도로 미흡한 것이었다. 결국 각국은 내년에 다시 업데이트된 NDC를 제출할 것을 요구받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글래스고에서 한국의 감축 목표 상향을 국제 사회 앞에서 자화자찬했지만, 조삼모사의 숫자로 한국의 부담과 체면을 손쉽게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함이 드러난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노조 대표들은 글래스고우 협약에 실망을 표했다. 특히 ITUC의 셰런 버로 사무총장은 “이제 우리가 1.5 목표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 모든 산업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고 모든 정부와 모든 기업이 전환 계획에 대해 진지하게 나서도록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정의로운 전환은 아직 명확한 궤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 산업계, 그리고 노동조합 모두에게서 기꺼이 받아들여지는 제안이 아니다. 물론 그 주된 책임은 자본과 정부에 있다. 일례로, COP26을 앞둔 지난 10월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의결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현재의 에너지 다소비 구조 자체를 바꾸거나 산업 전환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는 대신에, 기존과 같이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 위주의 방법론을 유지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도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피해를 예방하고 더 나은 일자리와 사회를 만든다는 애초의 취지는 퇴색하고 기업 지원 중심으로만 논의되는 경향이다. 정부의 문서들에 정의로운 전환이 굳이 주로 ‘공정 전환’이라는 표현으로 사용되는 것부터가 이 개념의 맥락을 절차적 공정성, 즉 위법하지 않도록 하거나 사후 보상과 지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좁힌다.

 

하지만 조기 폐쇄가 시작된 석탄화력발전과 세계 시장의 변화가 다가오고 있는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는 우리에게도 기후위기와 일자리의 변화가 노동조합의 일임을 체감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6월 <경향신문>에서 기획한 보도에 따르면 이런 산업의 노동자, 특히 교섭력이 취약한 협력업체와 비정규 노동자들은 이러한 변화와 관련하여 거의 아무런 정보도 갖지 못하고 자신의 발전소와 공장이 언제 폐쇄될지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음을 알려준다. 정부와 기업이 노동자의 처지와 고충을 신경써주지 않는다면 당연히도 노동조합이 나설 일이다. 노동조합이 예상되는 피해와 영향을 조사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현실화 할 수 있는 대안과 더불어 교섭과 투쟁을 위한 힘을 키워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 연구단’은 기후운동과 노동정책을 다루어 온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한국의 현실에서 정의로운 전환의 조건을 점검하고 쟁점을 정리하며 현장에서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안하기 위해 일련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노총 기관지를 통해 정의로운 전환의 여러 쟁점들을 소개하고 조합원과 활동가들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정의로운 전환의 길찾기’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은 순서의 연속 기획을 준비하려 한다. 비판적으로 읽고 현장의 가감 없는 의견들을 들려주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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