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하는 사람의 고용안정과 좋은 일자리는 절체절명의 요구
한국사회는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저성장 고실업 사회에 진입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저출생(2020년 0.84명)과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고령화에서 초고령사회까지 25년), 급속한 고용형태 유연화가 빚어낸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 급증, 디지털화 진전과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전환과 맞물리며 고용시장은 불안정의 연속이다.
거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인 취약계층의 삶을 위협하며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른바 ‘K’자형 성장으로 비정규, 하청, 미조직, 중소영세사업장에 타격이 집중되며 구조조정과 불안정노동이 일상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감 없이 드러낸 우리사회 소득 불평등과 불안정 노동의 확산, 불평등한 노사관계 민낯을 확 뜯어고칠 방안은 무엇일까? 한국노총은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이어지는 선거시기에 ‘노동이 만드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노동의 공세적 개입을 통한 사회대개혁 투쟁을 전개한다.
일터로 출근해 안전하게 일하고 퇴근해 평온한 저녁을 보내는 것은 모든 일하는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다. 이렇게 당연한 권리는 경제위기로 인한 신자유주의 도입과 노동의 유연화로 인한 비정규단기일자리 확산 및 불안정 고용형태 다양화,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지며, 이루기 힘든 거창한 꿈이 되어 버렸다. 자고나면 들려오는 구조조정과 감원, 해고, 매각, 산업전환 소식에 고용안정과 좋은 일자리는 노동자의 절체절명의 요구일 수 밖에 없다.
한국노총의 20대 대선정책 고용안정 기조는 모든 일하는 사람의 총고용유지․보장이다. 이를 위해 고용 전문가와 정책의제를 논의했으며, 핵심 요구는 ①해고금지, 고용안정 ②고용승계 및 단체협약 승계 ③고용유지지원금제도 강화이다.
코로나19 고용위기 극복은 ‘해고 금지’
경영상 해고는 노동자의 귀책사유 없이 경제적 요인에 의해 대량해고를 발생시킨다. 이로 인한 실업자의 생존권 침해와 고용불안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다. 근로기준법 제24조 제1항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은 경영상 해고가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한 전제요건이나, 경영상 해고의 요건을 완화해 온 판결로 인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대전제인 ‘총고용 유지·보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남발을 방지하는 ‘해고 금지’ 제도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사용자의 경영권이 자의적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당초 취지에 맞게 근로기준법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라는 문구를 ‘사업을 계속 영위하기 어려운 고도의 경영위기가 발생한 경우’ 등으로 개정하여 경영상 해고 사유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특히 ▲사용자 고용노력에 대한 구체적 명시 ▲대량해고에 대한 행정적 통제 ▲노사협의 절차 및 구조조정 희생자에 대한 우선 재고용 의무 강화 ▲경영상 휴업 요건 지정 등 해고를 금지하기 위한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고용형태공시제 개선 △고용불안기업에 대한 고용부담금 부과 △급격한 인원감축 사업장에 대한 경험요율제 도입 △공공고용공단 설립 운영 모색으로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주된 일자리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사업이전시 근로관계와 단체협약 승계 법제화
1990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고용의 외주화’ 현상이 급격하게 진행되어 용역업체(또는 ‘하도급업체’, ‘하청기업’ 등)에 고용된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더욱 열악해졌다. 이들은 헌법 제33조가 보장하는 노동3권 마저도 실질적으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기업의 일방적 의사결정으로 실시되는 기업변동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보호를 규율하는 입법이 시급히 제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분할·합병·하청업체 변경·사업양도 등 사업이전시 근로관계와 단체협약 승계 △승계대상 노동자에게 사전 통지 절차·승계거부권·이의신청권 명시 △사업 이전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불리한 노동조건 변경과 부당해고 금지 △사업이전시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사항을 규율해 용역업체 변경으로 인한 고용안정 제고 및 노동조건의 저하를 막고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이다.
고용유지지원제도 확대 강화로 일자리 보장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위기시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대표되는 정부 지원제도가 일시적 소득 안정과 실직 예방, 일자리 유지를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고용유지지원제도는 신청 요건이 까다롭고 수혜 대상의 제한 등 여러 문제로 인해 고용유지 실효성이 떨어져 재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제도의 신청 방식, 사업장 규모, 지원 수준의 제약은 영세사업장, 사내하청 노동자, 파견·용역 노동자, 호출형 임시노동자 등 상당수 노동자들이 고용유지지원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이 일차적으로 고용 충격을 흡수하고, 고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간 연장 및 지급율 상향 ▲노동자 직접 신청과 직접 수급으로 제도 개편 및 요건과 절차 대폭 간소화 ▲특별고용지원업종 무급휴직 정부 지원금 상한선 폐지 및 무급휴직기간 전체에 대한 지원, 기업 규모와 별도로 90% 지원, 생계비 대출 등 기금 제도 운영 ▲법인 단위 적용이 아닌 사업장 단위 적용 ▲정부지원금 지원 사업장의 부정수급 방지와 고용유지지원금 수급 후 구조조정 시행에 대한 제재방안 마련 ▲수혜 대상을 비정형 노동자에게 확대 ▲파견·용역 및 사내협력업체 노동자 적용으로 정부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 국가 재난적인 경제위기시 고용 및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든든한 버팀목 역할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재난시기, 그리고 기후위기 등 이후 언제 닥칠지 모르는 무수한 재난시 정부와 국회의 역할에 대해 내년 대선은 확실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함께 이겨내기 위한 노력 대신 탐욕에 눈멀어 손쉽게 해고를 자행하는 기업의 반노동 반인권 작태에 분명한 제동을 걸어야 한다. 노동자의 표심을 얻는 길은 한국노총의 총고용유지·보장 대선의제인 ‘해고 금지’ 정책의 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