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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 만드는 정의로운 전환 : 노동시장 – 경제

유동희 한국노총 정책1본부 선임차장

등록일 2021년12월03일 09시19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시계가 요동치고 있다. 각 정당에서 최종 결정된 대통령 후보 진영에서는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각종 정책을 우후죽순 쏟아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단연코 흥행 중인 것은 국가 경제와 관련된 정책들이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침체한 경제 회복 및 미래 국가 성장동력에 관한 국민의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선거에서 민심을 얻기 위해 내뱉은 정책이 아닌 실질적인 정책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에 한국노총의 대선 정책 요구안인 ‘노동이 만드는 정의로운 전환’은 우리나라의 현재와 과거의 문제점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진단하여 미래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동자의 임금 안정성으로 임금 불평등을 해소하고, 대·중소기업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 및 조세 정의로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것을 경제분야의 핵심과제로 내세웠다.

 

알다시피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위기의 시간이다. 수십 년간 추구해왔던 수출 대기업 위주의 낙수효과는 점차 그 효과가 바래고 있으며, 설상가상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최저임금 현실화 및 생활임금 민간 확산

 

가장 우선적으로 소득불균형 및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동자 임금 안정성을 기반으로 하는 임금정책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저소득층 및 소득취약계층의 가장 확실한 소득 분배 개선수단으로 증명된 최저임금 제도가 본래 목적에 맞게 현실화 되어야 한다. 현 정부는 출범 초 임금노동자 및 자영업자 가계소득 증대, 생계비 경감, 사회안전망 확충 등의 포괄적인 패키지 정책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했고,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의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였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좁은 프레임 속에 갇히면서 영세자영업자와 노동자의 ‘을과을’, ‘약자들’간의 갈등만 남기며 실패한 정책이 되었다.

 

먼저 최저임금 제도가 살아나기 위해선 국정과제로도 추진된 노동자 가구 생계비를 최저임금의 결정기준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최저임금제도가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하나의 매개체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임원 등은 최저임금의 일정 수준을 초과할 수 없는 최고임금제를 도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노동자 및 자영업자 간 갈등 프레임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과 무관한 카드 수수료 및 임대료 문제 등을 다루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정부기관 내 창구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생활임금제도 역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보통 최저임금보다 약 15~20% 정도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는 생활임금의 목적은 주 40시간 노동만으로도 실질적인 생활 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생활임금 제도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지방자치단체와 공공부문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되고 있어 민간에서의 인식은 여전히 낮은 상태다. 따라서 차기 정부에선 지자체 민간위탁기관에도 생활임금을 전면적용하는 한편, 생활임금 지자체 예산 증액,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는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및 청년노동자를 대상으로 생활임금의 무조건적인 적용이 필요하다.

 

헌법상 이익균점권 부활 및 임금 실태조사 시행

 

우리나라의 임금불평등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데 그중에서도 소득 중하위의 불평등도는 더욱 심각하다. 최근 코로나 사태는 이러한 임금 불평등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단적인 예로 국내 30대 대기업들은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내며 10%에 육박하는 임금인상률을 기록했지만, 비정규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경우 고용 불안정성이 증가했다. 이미 소득 불균형 및 양극화가 진행중인 것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노동자들은 엄연한 경제주체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익과 역할에서는 소외되었다. 따라서 과거 제헌 헌법상 존재했던 ‘이익균점권’을 부활해 노동자도 엄연한 경제주체로 인정받아 분배 정의와 공정경쟁의 조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현재 임금 분포 실태조사와 고용 형태 공시제를 결합한 임금공시제 시행을 모색해야 한다. 주요 행정자료(고용보험 DB) 등을 활용한 임금실태 조사로 현재의 불평등도를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대화 기구(가칭 임금격차 완화위원회)를 구성해 임금불평등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임금체불 근절

 

임금체불 문제의 경우 국정과제로도 추진되면서 법·제도적 장치 마련을 기대했으나, 예산 및 인력 등의 이유와 허술한 법망으로 우리나라의 위상과 규모에 맞지 않게 임금체불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현행 노동 관계법에서는 법 위반 범죄 중 임금체불만이 유일하게 반의사 불벌죄로 즉, 신고 과정에서 임금을 지급해 고소를 취하한 경우, 임금체불에 대한 어떠한 법적 제재도 받지 않기 때문에 임금체불에 대한 사업주의 인식이 안일하다. 이에 차기 정부에서는 임금체불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하고, 지자체별로 특별사법경찰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제도적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대·중소기업 불공정거래 근절 및 조세제도 정비

 

현행 헌법 119조 2항은 경제민주화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근절,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조세정책을 개편하는 것 역시 차기 정부의 과제다. 이를 위해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문화를 정착하고, 납품대금 조정제도 개선, 징벌적 배상제도 활용 제고 및 강화, 중소기업보호청 신설, 지배구조 개선을 우선 추진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라는 조세 정의 원칙을 확립하여 부의 편중 및 집중을 방지해야 한다. 법인세 및 소득세 정비, 종부세 강화, 미래 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재원 마련을 위한 미래세제 도입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경제민주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노동 중심의 정의로운 전환

 

한국노총에서는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이 경제에 국한된 정책이 아닌 과거와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한 미래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시대적 과제로서 접근하길 바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 사태는 많은 어려움을 안겼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좋은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도 우리에겐 인구 절벽 및 기후변화, 새로운 기술의 등장 등 수많은 변화가 예고되어 있는 만큼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이 조금이라도 ‘정의로운 전환’의 토대를 마련하길 강력히 희망한다. 특히 노동 중심의 정의로운 전환을 기반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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