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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대선정책 요구안 세부과제(노사관계)

노동이 만드는 정의로운 전환

등록일 2021년11월03일 09시5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이상윤 한국노총 정책2본부 부장

 

‘노동의 존엄’이 사라지고 있는 코로나19의 흔적

 

코로나19 사태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내재되어 있던 사회·경제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미조직, 중소·영세사업장, 비정규 노동자, 그리고 여성·청년·고령자 등 취약계층에게 그 피해가 집중됨으로써,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골이 깊어지고 사회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중이다. 주식투자 열풍과 부동산투기 문제로 촉발된 이른바 ‘불로소득(不勞所得)’에 대한 전사회적 관심과 논쟁은 우리 사회가 임시방편식 대책으로는 이 양극화의 깊은 수렁에서 결코 빠져나올 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스스로 열심히 땀 흘려 벌어들인 임금소득만으로 기본생활조차 영위할 수조차 없는 절망감과 허탈함, 이 개인적 무력감은 전사회적 분위기로 팽배해진 상황이며, 이제 ‘노동의 위기’를 넘어 ‘노동에 대한 경시’로까지 이미 와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무거운 시기적 배경 속에 내년초 대통령 선거가 열리고, 새로운 정부 역시 엄중한 시대적 과업을 안고 출범하게 된다. 대선을 반년도 안남기고 있는 지금 사회 각계각층에서 ‘사회대변혁’ 내지 ‘체제변혁’을 외치며 사회 기저에서부터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한국노총 역시 올해초부터 노사관계분야 정책자문회의를 통해 노동 중심의 사회변화를 선도해나갈 노사관계 대선정책의제를 논의해왔다.

 


 

 

사회연대적 노사관계 실현을 위한 의연한 전진

 

노사관계의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으면 사회 전체적인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극단적인 사회양극화 상태를 그대로 둔 채 복지정책 확대만으로 근본적인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가 “강한 노조가 위대한 미국 중산층을 건설한다” 기조 아래 「노조결성을 통한 노동자보호 확대정책(Encourasing Unions and Empowering Workers)」등 적극적인 노동친화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노총의 노사관계 대선정책 기조 역시 ‘노동기본권 보장을 통한 사회연대적 노사관계 실현’이다. 즉, ‘보편성’에 입각하여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노동기본권이 보장되고, ‘규범성’에 입각한 ‘노사 대등의 원칙’이 구현됨으로써 사회적으로 노사자치·협약자치가 완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기본적 권한 확대’와 ‘교섭력 강화’야말로 현재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고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전제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노동기본권 보장의 토대 위에 한국노총은 불평등과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전략으로 ‘사회연대적 노사관계 구축’을 보다 공고히 하고자 한다. 구체적 실천과제로 2020년부터 한국노총이 공동임단투지침을 통해 추진해 오고 있는 ‘사회연대임금’ 협약체결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가령, 2021년 한국노총이 제시한 임금인상요구율 6.8% 중 2.6%를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연대임금인상분으로 정하고, 노사가 ‘공동근로복지기금’으로 이 2.6%의 재원을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사회연대임금’ 등에 대한 모범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보다 많은 사업장에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나아가 노동입법, 노동시장 등 노동정책 관련 노동·시민단체와 연대의 폭을 넓혀 공동대응행동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한국노총은 ‘노동기본권 보장을 통한 사회연대적 노사관계 구축’이라는 대선정책 기조 하에, 세부 정책의제로서 ①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노동법적 보호 강화, ② 노조할 권리 보장, ③ 국제노동기준 준수 및 보장, ④ 노동자대표제 도입 및 확장, ⑤ 다면 중층적 사회적 대화체계 구축 및 활성화, ⑥ 노사갈등 해소구조 개선, ⑦ 공무원·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등 7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하 주요 노사관계 대선정책과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노동법적 보호 강화

 

현재 노동관계법·제도는 중소·영세, 미조직 사업장 노동자, 기간제·파견 등 비정규·간접고용 노동자, 최근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까지, 법제도상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포섭하지 못하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노총은 종전 ‘5.1.플.랜.’ 이라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1년 미만 근속 노동자,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보호를 위한 사업을 전개해 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취약계층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의 현실적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난 만큼, ‘5.1.플.랜.’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이들의 법제도상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보편적 노동권 존중과 보장을 위해 ‘중층적 보호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 당장 시급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 ① ‘자영과 노동의 연대’를 통해 경제적 종속성을 가진 자영업자 역시 노동조합 결성·가입을 인정하는 동시에 단체협약·직업권리협약 체결권을 보장하고, ②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의 제정으로 보편적 노동법제 실현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며, ③ 근로기준법을 모든 사업장에 전면 적용하여 ‘권리 밖 노동대중’을 최소화해야 한다.

 

한편, 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해 공무원·교원노조법 일부 내용이 개정되기는 했지만, ‘협약비준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의 수준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졌을 뿐 공무원·교원은 기본적인 권리행사에 여전히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따라서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 정당가입 등 ‘정치기본권’, 근로시간면제제도 도입 등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위한 후속 법개정이 추진되어야 한다.

 

 

노조할 권리 보장, 국제노동기준 준수 및 보장

 

올해 4월 정부가 3개 ILO 기본협약을 비준하였으나, 기본협약중 ‘제105호 강제근로 폐지에 관한 협약’은 미비준한 상태이다. 제105호 협약은 노동규율의 수단이나 파업참가에 대한 제재수단으로서 징역형 등 형벌이 활용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협약비준에서 제외된 제105호 협약 역시 파업참가 관련 형사처벌 규정 전체를 정비하는 작업과 함께 조속히 비준을 준비해야 한다. 기본협약 외에도 사회보장협약 등 주요 ILO 우선협약·기술협약의 비준을 추진하여 국제수준의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기틀을 잡아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연대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단체협약 적용률 확대 및 산별교섭 등 산업별·업종별 초기업단위 교섭을 보장해야 된다. 이와 함께 ‘교섭창구단일화제도’의 개편으로 모든 노조의 자율교섭권을 인정하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다양한 단체교섭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률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현행법상 노조활동에 대한 행정권의 지나친 개입과 간섭 역시 큰 문제이다. 노사자율주의에 입각하여 노조법상 벌칙·면책규정 개편 등 노조에 대한 관리·통제 일색의 관련 규정들을 정비하여, 사실상 하위법(노조법)이 상위법(헌법)에 우선하는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노동자대표제 및 노동자경영참가 확대

 

현행법상 근로기준법 등 무려 31개 영역의 노동관계법에서 ‘근로자대표’에 대해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대표의 법적 지위나 선출절차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한 규정은 전무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사용자들이 대표성 없는 근로자대표를 내세워 사용자측 거수기 역할로 악용하거나,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결정에 있어 추인절차상 요식행위로서 일시적으로 활용되는 등의 문제가 있어 왔다. 때문에 근로자대표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여 대표성을 강화하고, 근로자대표의 선출과정상 민주적 절차를 확보하는 규정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 역시 중단없이 지속되어야 하는 과제이다. 노동이사 선임의무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부문에서 제도를 연착륙시켜 민간부문으로까지 민주적 의사결정문화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노동자 시간주권 확보, 비정규직 차별해소 및 처우개선

 

2018년 ‘1주 52시간 상한제’의 단계적 시행 이후 우리나라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세계적인 ‘초’장시간 국가에 속한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957시간으로 OECD 주요 회원국 중 멕시코, 코스타리카에 이어 세 번째로 노동시간이 긴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무엇보다 근로기준법상 탄력적·선택적·재량 근로시간제와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가 확대되고,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급증하면서 실노동시간 단축정책은 현장에 연착륙하기도 전에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다.

 

또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나아가 이제 관점을 바꾸어 ‘시간주권’, 즉 ‘노동시간에 대한 노동자의 자기결정권 확보’ 차원에서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시간주권 보장을 위한 노동자 개인의 ‘생활시간’ 확보 측면에서 장시간노동의 핵심적인 문제는 ‘생활시간의 빈곤’에 있다. 따라서 장시간 노동의 문제해결 방향 역시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 차별문제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파견, 원·하청 사내하도급, 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중간착취의 심각성도 더이상 방관할 수 없는 지경에 와있다. 현 정부가 미뤄왔던 상시·지속적 업무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 법제화, 영업양도·양수 등 사업이전(사업주변경)시 고용승계 의무화 및 원·하청 공동교섭 의무화 등 비정규직 차별해소와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들이 선결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특히,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실현을 위한 기본법 성격의 ‘임금평등법’을 제정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만 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위 원칙이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동 법률 제정을 통해 최고임금 제한, 임금공시제도 도입, (가칭)임금격차완화위원회 구성·운영 등의 내용도 담아 임금격차 완화와 노동자 적정임금 보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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