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1년 하반기 정세와 2022년 전망
지난해 하반기 코로나19 재확산, 유가 및 원자재 상승, 글로벌공급망의 차질, 이로 인한 수출, 건설투자 부진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는 4%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2022년에도 한국경제는 3%대의 안정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세계적인 변이 바이러스 재확산, 이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회복지연 등은 불안요인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위기의 장기화로 음식·관광․숙박․여행업, 공연·전시업 등 대면서비스업에서 일자리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비정규직, 5인 미만 영세사업장, 자영업자 중심의 취업자 감소가 여전히 두드러진다. 반면, 디지털화와 비대면 산업의 발전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플랫폼종사자 등 고용형태 다변화와 비정형노동의 확산은 고용불안과 양극화 문제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임기만료를 앞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어느 때보다 그 성과와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고용안정 등에 기여했으나, 차별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은 롤러코스터식 인상률 변화로 그 정책기조가 크게 훼손되었다. 실노동시단축 정책은 거듭된 시행유예와 무분별한 특별연장인가, 유연근무제 기준완화로 노동자 삶의 질 개선이란 정책목적 자체가 흔들려 버렸다. ILO핵심협약 비준 및 국내법 개정도 그 논의를 사회적 합의에 의존한 나머지 실질적인 노조법 개정과 노동기본권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한계가 분명하다.
2022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제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휩쓸리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유력 대선 후보간 지지률 격차가 거의 없는 박빙의 승부 속에 정책대결이 실종된 점이다. 특히 현 정부에 대한 정책평가나 노동정책 공약에도 관심이 없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좌우를 막론하고 포스트코로나-위드코로나 시대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회복, 청년일자리 문제, 저출산-고령사회 대책, 사회양극화-불평등 문제 해법 찾기가 이번 대선의 핵심 정책의제로 부상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2. 2022년 주요 노사관계 이슈와 한국노총의 활동방향
1)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노동사회적 보호체계 강화
2022년에도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산업의 발전, 기후변화 등 산업생태계의 변화 속에서 플랫폼노동 등 고용형태 다양화에 따른 노동문제가 이슈로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고용보험, 상병수당 등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플랫폼노동 등 취약계층노동에 대한 접근이 시도되어 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의 유력 대선주자들도 기존 노동법 체계에서 벗어난 새로운 고용형태에 걸맞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노동관계법 보호체계 구축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차기정부에서도 고용형태 다양화에 따른 ‘근로자성’ 확대 문제, 특수고용직 노동자, 플랫폼노동자들의 보호대책 등도 더욱 중요한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이슈가 될 것이다.
2) 실질적 사용자 지위와 교섭당자자로서의 책임 강화
민간부문에서의 원․하청 노사관계 및 고용관계 없는 노무공급 관계에 있어서 확장적 사용자 책임문제가 2022년에도 지속적인 노사관계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련의 법원 판례가 사내하도급을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고 원청 도급인의 하청노동자 직접 고용의무 등 사용자 책임을 묻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중앙노동위원회는 택배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인용해 “CJ대한통운이 대리점주와 함께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다.
3) 실노동시간단축 제도의 정착, 유연 노동시간제 확산
지난 2021년은 특히 5~49인 규모의 중소기업도 7월 1일부터 주 최대 52시간제가 적용되었다. 그동안 정부는 계도 중심의 근로감독 행정을 추진해왔다. 이제 계도중심의 근로감독에서 벗어나 제도정착을 위해 근로기준법 미 준수 사업장에 대한 엄정한 법 진행이 요구된다. 2022년에는 국경일, 명절 등 관공서 공휴일이 5인 이상 민간기업에도 근로기준법에 의한 유급휴일로 보장된다. 기업에서는 2012년부터 시행된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코로나19 계기로 확산된 비대면 원격, 재택 등 유연근무제 현장 확산, 활용전략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4) 산업안전·산재위험 문제, 노사관계의 핵심이슈
2022년부터 본격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사고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형사책임을 강화하고, 안전과 관련한 원청업체의 사용자 책임강화, 종사자와 이용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함께 산업안전 및 산업재해 이슈가 인사, 노무관리 분야의 핵심이슈로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5) ILO 핵심협약 이행과 노동법 전면 개정
2022년부터 한국정부는 ILO핵심협약 비준 당사국으로 본격적인 이행책임을 부담한다. 향후 노동계는 ILO핵심협약에 충실하게 국내 노동법의 전면 개정을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반면, 사용자단체는 기업의 대항권 강화 차원에서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파업시 대체근로 전면 허용 등의 이슈를 거듭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관계 문제에 있어 대선 후보들간 다소의 인식차이와 이견이 존재한다.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던 ILO핵심협약 비준과 이행을 위한 노조법 개정 문제는 차기정부의 과제이다.
6) 저출산·고령화 위기와 정년연장 및 연금개혁
2019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줄곧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아 인구감소가 본격화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 조세수입 감소, 사회보장 지출증가 및 사회보험 재정위기 등을 가속화시킨다. 정년연령과 연금수급연령의 차이로 인한 소득단절과 노후빈곤문제도 심각하다. 저출산-급격한 고령화 위기대응와 정년연장 및 연금개혁 문제는 더 이상 논의를 지체할 수 없는 정책과제이다.
한국노총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차기정부의 노동정책 과제로 노동이 중심이 된 ‘더 나은 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 정책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는 노동가치가 제대로 보상받는 적정임금 보장과 소득불평등 해소, 가계지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거, 의료·요양, 보육·교육의 사회공공성 강화, 일하는 사람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차별 없는 노동시장을 실현하는 사회연대적 노사관계 구축을 통해서 가능한 만큼 그 역할을 다하고자 앞장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