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확정되었지만, 노동 없는 대선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한국노총은 현장이 만드는 ‘1노조 1요구 대선정책개진운동’을 전개하여 20대 대선 정책 요구안을 만들고, 각 정당에 전달했다. 한국노총의 대선정책 요구안은 4대 목표, 23대 과제, 80개 요구사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한국노총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고용승계 보장법 ▲노동이사제, 공무원·교원노조법 ▲근로자대표 선출의 민주성 확보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통상임금과 최저임금 범위 일원화 ▲퇴직급여 1년 미만 보장 및 기금형 도입 ▲노동전환지원법 등 7가지 핵심 입법요구를 제시했다.
한국노총은 11월 24일(수) 오전 9시 30분 한국노총회관 5층에서 2022 대선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한국노총이 제시한 대선 정책요구안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을 들었다.
이날 각 정당은 한국노총의 요구안에 대해 대체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과 함께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에 대해 공감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발표된 각 정당의 노동정책을 비교하고, 향후 한국노총의 20대선 지지후보를 결정하는데 있어 주요 평가 자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노동법적 보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노동희망본부 공동본부장은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총의 정책연대가 전통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5인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과 단결권 확대 등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노동법적 보호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공공부문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민간부문으로 확산하고, 노사갈등 구조 해소를 위해 사회적 대화의 문턱을 낮추는 것도 적극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도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며 “주4일제는 교대제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순차적으로 대상을 늘려가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경기도가 도입한 공정수당의 전국 확산을 추진하고, 건설업 적정임금제의 공공부문 확산도 추진하겠다”면서 “산업의 전환과정에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해 산업전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사회안전망과 직업훈련 등을 제공하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산재예방을 위해 근로감독관을 증원하고 산재 승인전이라도 치료받을 수 있도록 상병수당 등을 도입하겠다”며 “돌봄에 대한 국가책임제와 함께 돌봄노동자의 안정적 고용과 적정임금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 사회적 합의와 약속한 정책 반드시 지킬 것
임이자 국민의힘 시민소리혁신정책회의 환경노동혁신공약개발단장은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정치는 변하고 있다”면서 “근로시간 단축, 근로시간 특례업종 대폭 축소, 가사노동자법 제정 등 굵직한 노동현안을 해결해 왔다”고 자평했다.
이어 “파격적인 노동친화적인 태도로 실현가능한 노동정책을 약속드린다”며 “한국노총이 제시한 23대 과제에 매우 공감하고, 실현가능성이 높은 과제는 당차원의 공약으로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이자 단장은 “국민의힘은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하고 적극 추진하겠다”면서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받을 불이익과 인상에 따른 실업률 확대 등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무엇보다 “5인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라며 “하지만 사업주 부담을 완화할 입법적·정책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저소득 노동자와 영세사업자 보호 정책 마련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여 근로기준법 확대를 위해 사회적 대화에 나서겠다”며 “한국노총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정책공조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 주 4일제와 일하는 시민의 기본법(신노동법)으로 노동선진국 만들 것
정해영 정의당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 겸 정책본부장은 “한국노총이 제시한 20대 대통령 선거 정책 요구안 전반에 대해 적극 동의한다”며 “모든 일하는 시민들의 노동권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심상정 후보는 주4일제 도입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 중”이라며 “저소득 노동자의 경우 최소노동시간보장제와 평등 소득으로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경제민주화 관련해서는 “한국노총이 제안한 재난특수세(정의당은 특별재난연대세), 탄소세,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을 모두 발의한 정당은 정의당이 유일하다”면서 “불공정거래 및 부실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국노총이 제시한 7개 입법 요구안에 대해 “정의당은 모두 동의하는 입장으로 조속한 국회 입법을 위해 뜻을 함께 하고,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의당 : 공정한 시장경제와 일자리 선순환 구조 확립
유주상 국민의당 사무부총장은 “정부는 관치 경제의 관성에서 탈피하고, 규제를 개혁해 기업과 개인이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 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 조성으로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의 성장구조를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프리랜서, 플랫폼 종사자 등 특수형태근로종사를 위한 사회안전망 확보와 노동법적 보호를 위한 논의를 서둘러 사회 및 고용안정망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지켜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재해 정책 관련해서는 “산업재해가 발생한 원인을 찾아 원청, 하청을 불문하고 모든 과정과 주체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산재보험의 입증책임과 청구 절차를 개선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업무에는 비정규직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노총이 제안한 것처럼 ESG 평가기준에 노동분야가 구체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노동자의 직무전환, 배치인력 조정, 상생협력 방안 등의 연착륙 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도 주4일제 도입에 대해서는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진 공동질의 및 토론에서는 노무현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노동정책 중 잘못된 정책이 무엇이냐는 질의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박근혜 정부의 일반(쉬운)해고 허용과 2대지침(취업규칙불이익변경, 성과연봉제)을 꼽았다. 반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꼽았다. 국민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을 실패한 노동정책으로 들었다.
토론회에 앞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노동 없는 대선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을 만큼, 노동이 실종되고 노조 배제적인 사회적 논의가 논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우려스러운 것은 대선주자 사이에서도 반노동 정서에 편승한 시대착오적인 노조 협오 발언이 거침없이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의 전례나 정치방침에 연연하지 않고, 백지상태에서 시작하여 올바른 비전과 일하는 사람 중심의 노동 가치와 아젠다를 약속하고 책임지는 ‘함께 할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의 좌장은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맡았으며, 후보 공통 질의 및 토론에는 이호근 전북대 교수,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 윤홍식 인하대 교수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