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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에 따른 2021년 산업안전의 변화

권혁면 연세대학교 연구교수(전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원장)

등록일 2021년03월02일 15시56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새해벽두부터 산업안전보건분야에 그 어떤 때보다 큰 관심을 가져온 제도적 변화가 있었으니 그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된 것이라고 하겠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강화이다. 이 법에 따르면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법인이나 기관은 50억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여 사업주와 법인의 중대재해로 야기된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한다는 것이다. 법 적용에 있어서 5인미만은 제외, 50인미만은 3년간 유예규정을 두는 것으로 정리되었으나 입법 과정에서 경영계의 반발이 상당하였다.

 

그동안 중대재해처벌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주장한 내용인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상에 사업주가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재판과정에서 실질적 처벌이 잘 이루어지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는데 이번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으로 이러한 부분들이 얼마나 바뀔지는 법을 시행해봐야 알겠지만 이 법이 사업장의 안전보건분야에 미치고 있는 영향은 벌써 아주 큰 것으로 파악된다. 얼마 전 국내 굴지의 자동차 회사에서 작업자 한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하여 사주인 회장이 바로 직접 나서서 재발방지 의지를 표시하는 걸 보면서 일단은 기업의 최고경영자 입장에서 예전과 다른 수준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법의 도입으로 인한 안전리더십 효과를 가늠 할 수가 있다고 본다.

 


 

스웨덴의 노동환경개선전략(2016~2020)의 내용은 첫째가 ‘사망재해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고 두 번째가 ‘지속 가능한 노동환경구축’ 그리고 세 번째가 ‘사회심리적으로 편안한 노동환경조성’이다. 그러면 안전선진국으로 유명한 스웨덴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 사망자가 얼마나 되어서 첫 번째 전략이 사망재해 무관용 원칙일까? 연간 산업현장에서 40여명이 사망하는 스웨덴의 안전보건전략이 이러할 진대 2천여명이 사망하는 우리나라에서 중대재해를 발생과 경영진의 책임을 연결시키는 정책은 크게 잘못된 방향이라고 볼 수는 없을 듯하다.

 

문제는 이러한 처벌 강화가 최고경영자의 관심제고를 통한 안전투자 증대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은 분명한데 이러한 법·제도적 접근만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획기적인 사망사고 감소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인가이다. 우리가 산업재해 발생 통계를 비교 할 때 안전선진국가로 일본을 예로 드는데 2019년 우리나라의 건설업에서 428명의 사망사고가 발생 할 때 일본도 269명이라는 노동자가 건설현장에서 사망하였다. 물론 일본의 건설 산업 규모가 한국보다 당연히 크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나 건설현장에서 사망자 줄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이기에 안전선진국인 일본도 아직도 노심초사 하고 있는 이유를 함께 고민 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중대재해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에 가장 큰 이유는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를 일으키는 원인이 단순하지가 않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얘기하고 싶다. 작년 이천 물류 창고사고로 38명의 고귀한 노동자가 사망했을 당시 “아들 찾아 달라...통곡의 이천” 같은 제목의 언론 속보가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당시 이 언론기사에 달린 댓글중 하나는 “건설공사나 용역 입찰시 낙찰자는 손끝하나 대지 않고 20~30% 떼고 넘기면 중간에 또 중개인은 10% 남겨서 또 재하청 주면 이 업체도 이익 조금 남기고 재재하청을 주면 마지막 업체는 원가 수준에서 작업을 해야 하니 조금이라도 이익을 남기려면 안전보다는 공사기간을 줄이려는 노력이 우선되면서, 여기선 용접하고, 저기선 배선하고, 바닥에 마감 치면서 천정에는 전등 달고, 벽에는 패널 치고, 우레탄 공사하고 등등 위험 작업이 동시에 벌어지니”이였다.

 

다수의 댓글을 분석해 보면 결국은 비용 문제로 귀결이 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공사를 수주한 기업의 사장은 원가수준의 수주액으로 손해를 보지 말아야 하는 상황과 사고가 나서 회사가 낭패를 보는 두 가지 상황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으며, 이 경계면에 안전이 항상 위치하게 된다. 따라서 실제 공사를 시행하는 마지막 단계의 계약자에게 적절한 금액과 공사기간을 확보토록 해줘야 안전과 위험의 경계면에서 사장은 안전 쪽으로 치우치는 결정을 할 수 있을 터인데 이것을 안전관련 법만으로 해결 할 수 있을까?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으로 사망자 감소를 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에는 향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나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과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사고예방에 그 어려움이 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시스템안전 및 인지 과학자인 리차드 쿡박사가 제시한 복잡한 시스템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18개 특징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이해 할 수가 있다.

 

이중에 몇 가지만 소개하면 1)복잡한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내재적인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2)중대재해는 주로 한 요소의 실패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에 발생하는 실패가 합쳐져서 발생한다 3)복잡한 시스템 내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실패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4)복잡한 시스템은 종종 열악한 상태에서 운영된다 5)중대재해는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 6)사고 후에 단일한 ‘근본 원인’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규정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7)작업자는 생산자와 방어자라는 두 가지 역할을 갖고 있다 8)최종 작업자는 종종 애매함속에서 구체적인 행동과 의사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 속에 처한다 9)안전은 시스템의 특성이지 그것의 구성요소가 아니다 등이다.

 

이러한 사고예방의 어려움 속에서 회사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부터 자유롭기 위해선 무조건 사망사고를 발생시키지 말아야 하며, 이를 위해 선진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중대재해에 초점을 맞춘 사고예방프로그램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노동조합이 이제 법·제도적 개선의 성과 위에 실질적인 사망사고 감소를 위해 향후 노력해야 할 부분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산업현장에서 안전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실질적 중대재해 감소를 위한 깊이 있는 전문성 즉 앞에서 예를 들은 중대재해를 일으키는 다수의 특징들을 이해하고 이러한 사항들을 사고예방 측면에서 어떻게 현장에서 접목 할 것인가를 경영진과 함께 노력할 때 조합원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톨스토이 소설 안나카레니나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로 시작한다. 이 안나카레니나 법칙에 안전을 대입하면 “안전한 현장은 모두 엇비슷하고, 안전하지 않는 현장은 안전하지 않은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중대재해처벌법 도입이 모든 산업현장이 안전한 이유를 모두 엇비슷하게 만드는 좋은 모멘텀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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